프롤로그
구례로 이사를 했다. (구례와 나는 아무 연결고리가 없다.) 내가 구례로 이사 한 이유야 많고 많지만, 굳이 첫번째 이유를 말하라면, 지리산 때문이라 했다. 내게 지리산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사랑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오늘 충격적인 뉴스를 봤다.
[앵커] 지리산을 두 번이나 벗어났다가 잡혀온 반달곰이 서식지를 또 떠났습니다. 이번에도 경북 김천 쪽을 향했는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일단 지리산으로 데려와 치료 중인데 앞으로는 서식지를 떠나도 그냥 놔두기로 했습니다. 윤두열 기자입니다.
[기자] 마취총을 맞은 곰이 축 늘어져 있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돼 엑스레이를 찍고 수액도 맞습니다. 확인해보니 왼쪽 앞다리가 부러졌습니다. 두 차례 지리산을 벗어나 김천으로 이동했던 반달곰입니다. KM-53이라는 식별번호가 붙은 이 곰이 지난 5일 세 번째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역시 김천 수도산 방향이었지만 이번에는 절반도 못 갔습니다. 통영-대전 고속도로를 건너다 버스에 부딪힌 겁니다. 부상당한 채 도로 옆 산으로 피했다가 오늘(11일) 다시 붙잡혔습니다. 반달곰복원센터는 한사코 지리산을 떠나려는 이 곰을 이번에는 새 정착지에 그대로 둘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지리산 센터로 다시 데려왔습니다.
[송동주/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장]곰 상태를 확인한 다음에 또는 이제 여러 가지 훈련을 거친다음에 그때 또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지…
[기자] 환경부는 이미 지리산 밖으로 반달곰 서식지를 넓히기로 했습니다. 개체수가 50마리를 넘은 데다 KM-53처럼 떠나려고 시도하는 곰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덕유산과 속리산이 1차 대상지입니다. 또 경북을 포함한 5개 도와도 협의체를 만들었습니다. K-53 반달곰도 치료를 마치면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김천 수도산으로 이사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JTBC 2018년 5월 11일 뉴스: http://v.media.daum.net/v/20180511213553743)
우리 각자, 운명의 작은 숲이 있나봐
‘나는 지리산이 좋아 여기까지 왔는데 너는 지리산이 이토록 떠나고프다니.. 이런걸 보면... 우리에겐 각자의 운명의 숲이 있나봐, 정말. KM-53! 각자의 숲이 운명같은 것이라면... 너는 꼭 수도산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얼른 나아 그토록 가고 싶었던 수도산으로 갈 수 있길 기도할게.'
지리산 아랫 동네로 이사를 하고 보니, 내게도 작은 숲이 생길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숲. 나를 성장 시켜 주고, 위로해 주고, 무엇보다 내 일상 순간순간을 품어주는 듯한 숲을 늘 꿈꿔왔다. 어쩌면 이곳이 나만의 작은숲이 될지도 모르겠다.
지리산자락 구례의 작은 시골 마을로 온 후, 나의 작은 숲이 생겼으니, 나에게도 새로운 일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서울에서와 달라진 새로운 일상 속 나의 사계절을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