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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 Sep 27. 2018

간식의 품격

#03. 치앙마이사람들의 간식을 소개합니다


사실 치앙마이 사람들의 간식 메뉴와 식사 메뉴를 분리하기는 힘들다. 이들은 배가 고픈 순간 먹고 싶은 것을 먹는 생활을 하는 편인데, 배가 고프다고 꼭 밥을 먹어야 한다거나, 간식은 식사가 될 수 없다거나 하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치앙마이의 간식을 소개하며, (내 편의로) 완전한 식사로 인식되고 한 그릇 음식으로 팔리기보단 개수로 팔리는 것들이나 서양인들이 디저트 메뉴로 인식하는 것들을 골랐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는 부분이 있다. 외국인인 내 입맛에 맞고 내 눈에 자주 들어오는 메뉴들을 소개하다 보니, 그 종류들이 편향되어 있을 것이다. 당신이 치앙마이에 간다면, 여기 소개되지 않은 더 다양한 메뉴들에 꼭 도전해 보길 바란다!!



Thai style


본디 환경적 영향으로 쌀 생산량이 많은 동남아에서는 밀가루를 이용한 간식들 보다 쌀, 특히 찹쌀을 이용한 간식들이 많다. 치앙마이 사람들은 동남아에서 주로 생산되는 안남미가 아니라 찹쌀밥(카우니어우)을 식사로 많이 먹는 편인데 간식에도 이 찹쌀이 많이 쓰인다. 과일과 같이 곁들여 먹기도 하고(위 왼쪽 사진-망고 찹쌀밥), 코코넛 우유와 섞어 바나나 잎으로 싸서 굽거나 쪄 먹기도 한다(윗줄 중앙). 일반 쌀도 다른 식재료와 함께 바삭바삭하게  튀기거나, 튀긴 뒤 시럽을 뿌려 먹기도 한다(윗줄 오른쪽). 또 코코넛으로 만든 크림이나 분말도 고유의 간식을 만드는데 자주 이용되어 온 듯하다. 태국식 크레페들이 다른 나라 크레페와 차이점을 가지는 것은 다양한 토핑의 베이스가 되는 코코넛 크림이다 (아랫줄 왼쪽). 그리고 어딜 가나 숯불에서 굽고 있는 어묵(아랫줄 중앙), 오징어, 문어, 닭고기, 돼지고기, 찹쌀이 섞인 돼지고기(아랫줄 오른쪽) 등의 꼬치는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치앙마이 사람들의 꼬치 사랑은 대단해서 숯불꼬치집은 늘 문전성시다. (닭고기나 돼지고기 숯불꼬치에 찹쌀밥 한 덩이를 곁들여 아침식사로 먹는 경우도 많다)




Western style


사진 왼쪽부터: 허니브레드와 바나나 토핑, 식빵 아이스크림, 망고빙수


치앙마이 사람들도 빵, 케이크, 쿠키 종류를 우리만큼 즐긴다. 특히 장기 체류하는 서양인들이 만들어 파는 빵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완벽한 서양식 빵집들 보단 치앙마이식 메뉴들이 더 인기가 있는 편이다. 식빵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넣고 땅콩과 연유를 뿌려 먹는 '식빵 아이스크림'(사진 중앙)은 딸랑딸랑 종소리를 내는 리어카에서 파는데, 나 역시 이 종소리에 조건반사를 하게 되곤 했다. 더운 나라치곤 특별한 아이스크림 종류가 그다지 발달해있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다양한 과일을 이용한 아이스크림, 빙수류들이 점차 개발되고 있다.




fruits
사진 윗줄 왼쪽부터; 요리 재료로도 쓰이는 그린망고, 잘 익은 노란 망고와 로즈 애플, 과일의 여왕 망고스틴, 다양한 종의 (미니) 바나나, fasion fruits, 통조림이 아닌 상태로는 제철에만 주로 먹을 수 있는 린치


최고의 간식은 역시나 과일들이다. 무조건 싸고 맛있는 것이 아니라 각 과일의 제철에는 싸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래도 치앙마이에서 1년 내내 끊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몇 가지 과일들은(파파야, 파인애플, 수박, 구아바, 망고 정도) 6~8조각을 한 봉지로 만들어 10밧~20밧(300원~700원)에 팔고 있는 과일 장수에게 쉽게 사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집에서만 과일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한 두 번 정도는 밖에서도 이 봉지 과일을 사 먹는다. 당연히! 과일은 생과육으로도 즐기지만 건조하고, 튀기고, 과육을 졸이고, 설탕을 바르고 등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서도 먹는다.


[덧붙여]

내가 2년간 이용했던 치앙마이대학 사회과학대 학생 식당 앞에도 과일 장수 아저씨가 한 분 있었는데(아래 사진), 아저씨에게 과일을 사 먹으려면 평균 5분 이상 기다려야 할 만큼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과일을 많이 먹었다. 아저씨가 치앙마이대학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얼마나 친숙하고 의미 있는 사람인지를 증명하듯, 리어카에는 단골이었던 졸업생들과 찍은 사진들이 붙어 있는데, 심지어 15년 전 찍은 사진도 있었다. 과일 장수 아저씨의 인기는 여전한가 보다. 최근에는 치앙마이 지역 방송국에도 출연하셨다! 나는 아저씨의 인기가 아저씨 캐릭터에 있기도 하지만, 치앙마이 사람들의 과일 사랑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ㅋㅋㅋ

치앙마이대학교 사회과학대 학생 식당 앞 과일장수 아저씨. 아저씨의 인기는 독특한 아저씨의 캐릭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치앙마이 사람들의 과일 사랑 덕분이기도 하다 (2016)




drinks
사진 윗줄 왼쪽부터; 망고주스, 그린티 라테(차 끼여우), 사탕수수와 라임주스, 코코넛 속의 액체를 자주 마시는데 기성품으로 나온 코코넛 음료수, 까페라떼(따뜻한 커피류를 주문하면 늘 물과 함께 제공된다), 딸기 스무디, 타피오카가 들어간 아이스 그린티(차 끼여우 옌)과 망고 요구르트, 독특한 주황색의 홍차에 휘핑크림(차 놈 옌), 와인잔의 샤케라또


언제부턴가 한 벽면을 가득 매울 만큼 많은 숫자의 메뉴가 적혀 있는 카페가 한국에도 많아졌다. 그러니 치앙마이 음료의 다양함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매일 다른 메뉴에 도전해 봐도 좋고, 한두가지 메뉴를 매번 다른 카페에서 즐겨보는 것도 좋다. 외국 여행객들이 유난히 치앙마이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치앙마이의 카페 때문이다. 그만큼 카페가 많고 다양하다. 하지만 카페가 아니라 길거리에도 음료를 파는 곳이 많다. 언제든지 거리를 걷다 지친다 싶으면, 길거리 음료든 골목 어디든 보이는 카페든 이용하면 된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치앙마이 카페의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에선 아이들끼리 카페를 이용하는 모습을 여전히 잘 보기 드물지만, 치앙마이에선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격대가 높은 카페에는 아이들이 들어와 주문해 먹는 경우가 드물지만,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이 끝나고 보통의 카페에서 음료 한 잔을 사 마시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이들이 마시지 않는 커피를 제외하고도 과일음료나 탄산수를 이용한 시원한 음료가 너무나 많으니까- 어쩌면 치앙마이 사람들은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대화하는 것이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일지 모른다.




공장 과자들
ⓒ 구글


우리와 마찬가지로 편의점이나 마트의 공장과자나 라면의 인기는 점차 높아져 어린이나 학생들은 편의점에서 간식을 먹는 경우가 흔하다. 태국에서 제일 많이 보이는 프랜차이즈는 <세븐일레븐> 일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시골 읍내에도 세븐일레븐은 하나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간식을 해결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증가한 것 같다.

치앙마이 편의점이든 백화점 마트든 공산품으로 만들어지는 우리와는 좀 다른 간식들을 즐겨보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한국으로 가져와서 치앙마이의 여운을 즐기기에 포장이 잘 되어 있어 좋다. 태국에서 많이 생산되는 해산물(새우, 오징어포 등)이나 과일(바나나, 코코넛, 망고 등)을 튀기거나, 말린 간식들. 우리 기준에서 1인분이 되려면 두 봉지는 먹어야 하는 각종 마마(라면). 그리고 슈퍼주니어 규현이 광고하는 김 과자도 맥주 안주로 좋다.





치앙마이의 다양한 간식들은 나의 일상을 즐겁게 했다. 치앙마이에서 간식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음식물이 아니다. 혼자만의 간식은 '여유와 쉼'이고, 타인과 함께하는 간식은 '대화와 사귐'이었다. 치앙마이의 간식을 즐기는 시간은 그야말로 품격이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면, 간식이 내 일상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내가 만드는 것이고, 간식 시간의 품격 역시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드는 순간순간이 나의 일상이 되는 것이니까, 내 일상의 곳곳에 간식의 품격을 넣고 볼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간식 시간을 가지려고 호시탐탐 노린다. 특별할 것 없어도 내 입을 즐겁게 하는 음식과 내 마음을 즐겁게 하는 쉼 혹은 대화가 어우러지는 바로 그 시간을!!



구례에서의 간식 시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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