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치앙마이의 시장들을 소개합니다
내가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 한국에서 손님이 방문하는 날들이 많았다. 한 번 가고 싶다고, 혹은 언제 가면 가장 좋으냐고 물어본 사람들은 그 3배쯤 된다. 어쨌든 한국에서 손님들이 올 때마다 새로운 코스를 개발하기는 어려웠던 터라, 1년이 지났을 무렵부턴 체류 기간과 성향 차이를 고려해 정해진 코스를 제시했다. '성향 차이'라 함은 한 가지 기준이다. 방문자가 쇼핑하기를 좋아하느냐~ 혹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느냐. ㅋㅋㅋ
그런데 쇼핑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나는 치앙마이의 시장 두 곳(이상)은 반드시 코스에 넣었다. 치앙마이의 시장은 다양한 형태(상설 vs 비상설, 파는 물건의 종류, 열리는 시간대 등)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곳만 방문하는 것은 아쉽기 때문에 두 곳 이상이고, 치앙마이의 시장은 단순히 쇼핑을 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치앙마이 사람들의 삶, 일상이 담겨 있는 곳들이기 때문에 반드시였다.
치앙마이 사람들의 삶과 일상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 중 하나인, 시장. 치앙마이의 다양한 시장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Warorot Market (와로롯 시장)
+open: everyday
+comment: 와로롯 시장은 치앙마이의 대표적이고 가장 큰 상설시장이다.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핑강(Ping river)가에 자리한 이곳은 기본적으로 치앙마이 사람들의 먹거리와 입을 거리를 제공하는 역사가 오래된 시장 구역이다. 치앙마이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상대하는 시장이므로 바가지 쓸 일이 좀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 강가 쪽 길에 위치한 꽃시장은 꼭 구경하길 권한다. 시즌에 맞춰 나오는 치앙마이의 꽃구경도 재미있고,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다양한 형태의 꽃들을 보는 것도 새롭다. 치앙마이에서 꽃 한 다발을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선물 받는 기쁨은 색다르다 :)
+location: 와로롯시장(in Thai 따랏와로롯)은 치앙마이의 중심 장소 중에 하나다. 누구에게 물어도 길을 안내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핑강가에 자리 잡고 있으므로 핑강 근처에 갈 일이 있을 때 들르면 좋다.
Hmong Market (몽족 시장)
+open: everyday but often close
+comment: 몽(Hmong: 소수민족 중의 하나)시장이라 부르는 이 시장은 와로롯 마켓에서 가까운데 그 골목을 찾기가 약간 까다롭다. 몽 시장은 치앙마이의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문양,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도매로 판매하는 시장이다.(몽족만의 디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도매 상가들이라 이런 물품들을 만드는데 필요한 부자재를 파는 집들도 있다. 도매로 판매하긴 하지만 관광객들이 찾아가 한두 개씩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품의 상태가 아주 훌륭하진 않지만, 소수민족 디자인의 기본적인 패턴들을 둘러보고 싶다면, 그리고 저렴하게 소품들을 구입해 보고 싶다면 방문해도 좋다. 가게 주변에 살면서 직접 수공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로 판매자들이 소수민족인 경우가 많다.
+location: 와로롯시장과 접해 있다. 와로롯 시장에 갔을 때 함께 들러도 좋다
Chiang Mai Sunday Walking Street (선데이 워킹 스트릿)
+open: every Sunday afternoon (4pm~ )
+comment: 치앙마이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시장, 바로 치앙마이 일요시장이다. 오후 4~5시 정도가 되면 전을 펼치는 상인들이 등장하고 오후 7시 무렵이 되면 절정에 이른다. 단체 관광객들이 유난히 많은 날은 발 디딜 틈이 없다. 걷는 사람들의 파도에 휩쓸려 걸어야 할 때가 많은데, 마음에 드는 게 생기면 되도록 바로 사는 게 편하다. 시간과 체력이 엄청나고 기억력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면 가격이나 물건 비교를 한 뒤 돌아와 사도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다시 그 물건을 다시 찾아오기가 힘들다. 워킹스트리트의 가장 큰 장점은 치앙마이를 근거지로 하는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제품이나 작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는 치앙마이만의 기념품은 꼭 하나쯤 챙겨 오길 바란다.
아! 일요시장을 걷다 보면 갑자기 안내 방송이 나오고 길을 걷던 사람들이 멈추는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질지 모른다. 흥정을 하던 상인들도 갑자기 벌떡 일어나 조용해지기도 한다. 시계를 보면 아마, 오후 6시 일 것이다. 태국에서는 오후 6시가 되면 공공장소에서는 국가가 울려 퍼지며 나라에 대한 존경과 예의를 표하는 의례가 있다. 마치 우리나라 70년대 기억을 불러오는데, 이 의례에 대한 의견은 여기에서 생략하고... 이 의례 상황에서 당황해하지 말고 잠시 가만히 서서 사람들을 관찰해 보길 추천한다. 관광객이니 태국 국가에 대한 의례는 생략한다며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의례에 충실할 수도 없을테니 ^^;;;
+location: 치앙마이 올드타운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메인 길(Rachadamnoen Road)를 중심으로 옆 사이사이 골목으로도 장이 펼쳐지는 큰 프리마켓이다. 동쪽 타페 게이트 혹은 서쪽 왓 프라싱에서 시작해도 좋고, 올드타운 북쪽이나 남쪽 어디에서 메인 길로 찾아 내려오면서 구경해도 괜찮다.
Baan Kang Wat Market(반캉왓 시장)
+open: every Sunday morning (공식적으로는 8am-1pm)
+comment: 반캉왓(Baan Kang Wat)은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 마을이다. 예술가들의 공예품을 팔거나 작업하는 공간들이 모여 있는 이 곳에 일요일 아침이 되면 반짝 장이 열린다. 주로 먹거리를 많이 판매하는 반짝 시장이라, 일요일 아침 잠깐 열었다가 금방 닫는다.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끼리 먹거리를 교환하는 장처럼 시작됐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샌가 소리 소문 없이 치앙마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아마 판매되는 식품들 중에 태국 식품도 있지만 외국인들 특히 서양인들의 주식이 되는 빵, 치즈, 육가공품 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선한 (태국식 혹은 서양식) 먹거리뿐만 아니라 치앙마이에 사는 외국인들의 삶을 구경을 할 수도 있다. 장이 열리는지 아닌지를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하고 가는 것도 방법이다. (https://www.facebook.com/marketbannkangwat)
시장 구경을 못해도 반캉왓 마을만 구경해도 괜찮다. 치앙마이 예술인들의 멋이 잔뜩 담긴 각종 수공예품들을 구경하거나 구매하고, 마을 공연장 잔디밭에 앉아 커피 한 잔 하고, 한가로이 오후를 쉬다가 와도 충분히 좋다.
+location: 사실 찾아가기가 쉽진 않다. 썽떼우(치앙마이 시내 주요 교통 수단) 기사들이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왓우몽(Wat Umong)이라는 절이다. 혹시 기사가 반캉왓 마을을 모른다면 왓우몽에서 좀 걸어 이동해도 괜찮다.
이 외에도 치앙마이는 관광 도시답게 매일 밤마다 열리는 야시장(Chiang Mai Night Bazzar)도 있고, 일요일의 워킹 스트릿을 가 볼 수 없다면 토요일에 열리는 우알라이 워킹 스트릿(Wualai Walking Street Market: 치앙마이 올드시티의 남쪽 문 인근에서 열림)을 가 봐도 된다.
또한 와로롯 시장보다 규모는 작아도 큰 동네마다 있는 상설시장도 많다. 치앙마이 게이트(Chiang Mai Gate: 올드시티의 남쪽 문) 인근에 있는 솜펫시장(Sompet Market), 올드시티의 북문(Chang Phuak Gate) 밖에 있는 JJ시장(JJ Market), 올드시티 밖 북동쪽에 있는 므앙 마이 시장(Muang Mai Market: Witchayanon길과 Mueang Samut길 사이 블록) 등등이 있다.
나는 새로운 지역에 가면 꼭 방문하는 세 곳이 있는데 도서관, 종교시설(성당이나 절), 그리고 시장이다. 시장만큼 그 지역의 사람들의 삶을 잘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고 생각하니까. 눈을 즐겁게 하는 것들을 구경하고 그것을 소유하는 재미도 있지만, 시장에 모인 사람들을 잘 살펴보고 있으면 그곳 사람들의 삶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시장의 천국 치앙마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