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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 Mar 13. 2019

까다롭거나, 매력적이거나- 치앙마이의 교통수단들

#05. 치앙마이의 교통수단을 소개합니다

나는 치앙마이에 대한 할 말이 늘 넘친다. 내 자랑을 해 보라고 하면 한마디도 못 할 텐데, 치앙마이에 대해서 말할 때는 으쓱해져 밤새 할 수 있다. 아마 내 자랑도 할 수 있겠지만, 민망하고 무안하고 불편하고 어색하고 등등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못하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치앙마이는 마음껏 자랑하고 설명해도 남 눈치도 보이질 않고, 자랑할수록 내 자랑인냥 뿌듯하다. 그래서 치앙마이 이야기는 해도 해도 좋다. 


치앙마이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늘; 

"방콕 가 봤다고, 치앙마이도 방콕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방콕이랑 치앙마이는 완전히 달라. 거의 다른 나라야!" 

라고 목에 핏대를 세워 주장한다. 그리고 그 근거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런데 특히 교통수단의 차이가 크다. 도시를 설명할 때, 교통수단은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면, 방콕의 경우 대중교통 수단이 다양하다. 우리의 경전/지하철에 해당하는 BTS/MRT, 에어컨/선풍기 버스. 수상버스(배), 차/오토바이 택시 그리고 툭툭이 있다. 다양한 교통수단이 방콕이라는 크고 다이내믹한 도시를 설명해 준다. 그런데 이런 방콕의 대중교통 방식에 익숙해져 태국 제2도시 치앙마이에 온다면....! 좀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소개한다 치앙마이의 교통수단!! 우선 인지해야 하는 것은 방콕에 비해 치앙마이는 모든 것이 작고 적다. 대중교통 역시 방콕만큼 발달해 있지 않다. BTS/MRT도 없고, 무엇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시내버스가 없다. (2018년 봄에 공항을 기점으로 노선버스가 생겼지만,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수준이다) 그럼 대체 뭘 타고 다니나! 대중교통을 대신하는 개인교통이 발달해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ㅋ



대중교통: 썽테우(songthaews)


트럭을 개조해 뚜겅을 단 것 같아 보이는 썽테우의 외관(좌), 2개의 열이라는 뜻의 이름이 왜 붙었는지 알 수 있는 좌석 배치(우)


치앙마이 시내에는 우리가 흔히 버스라고 부르는 그것이 없다. 물론 대규모로 패키지여행을 온 사람들을 태운 여행사 버스가 시내를 돌아다닐 때도 있고, 대형 쇼핑몰에서 운행하는 노선버스가 몇 개 있기도 하다. 그리고 다른 도(province)를 향해 가는 시외버스는 있다. 하지만 시내버스는 없다. 대신 트럭을 개조한 듯하게 생긴, 우리 마을버스보다 적은 수의 승객을 태우는 썽테우라는 것이 도시를 돌아다닌다. song-thaews라 부르는 이 교통수단은 태국어로 숫자 2를 뜻하는 song과 열(row)을 의미하는 thaews가 합쳐진 단어다. 실제로 트럭 짐칸에 해당할 법한 공간에 두열로 좌석을 만들어 놨다. 


처음 치앙마이에 살기 시작해 혼자 돌아다녀야 했을 때, 태국인 친구가 내게 한 방에 가르친 썽테우 타는 법.


"빨간 썽테우가 보이면 손을 흔들어 세우고 물어. '빠이 *** 다이 마이카?(***에 갈 수 있나요?)' 그래서 오케이를 하면 물어. '타올라이카?' 가격을 듣고 3~-40밧 이하면 그냥 뒤로 가서 타. 그리고 내릴 때 돈을 기사에게 가서 창문으로 내면 돼."


내게 아주 간단하다는 듯 썽테우 타는 법을 알려 준 그와 아무것도 몰라 눈만 반짝이며 배웠던 나의 처지는 그가 서울에 왔을 때와 너무 비교가 됐다. 그는 서울에 머무는 며칠 동안 복잡한 지하철과 버스의 노선을 전혀 파악할 수 없어서, 늘 택시만 타고 다닌 굴욕의 역사를 가졌다. 그런 그가 서울의 그 어려운 대중교통을 일상으로 여기며 지낸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 비하면 이 얼마나 간단하냐는 투로. 하지만 툭툭(택시와 같은 교통수단)을 제외하면 치앙마이 시티 내에서 거의 유일한 대중교통인 썽테우는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수단이 전혀 아니었다.


그가 가르쳐준 대로 빨간 썽테우를 잡고 처음 배운 태국어로 내가 향하는 목적지를 기사에게 말했을 때, 오케이 사인을 받아 가격 흥정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거절당하는 일이 많아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기사들이 선호하는 방향이 있는 편이었다. 가격 흥정을 할 때도 문제가 생겼다. 어제는 (2016년 기준) 20밧에 갔던 가까운 거리인데, 오늘은 40밧을 달란다. 친구가 3~40밧 정도면 웬만하면 타라고 알려줬지만, 20밧을 경험해 버린 그리고 다른 치앙마이 사람들도 20밧에 다니는 곳들을 나만 40밧을 내기란 억울해져 갔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서울과 비교하면 대중교통 시스템은 극도로 단순하지만, 이 썽테우의 시스템은 까다롭디 까다로웠다.


썽테우의 정체는 택시 혹은 버스?

썽테우 탑승의 어려움은 상황에 따라 변화되는 그 정체성에 있었다. 썽테우를 나 혼자만 타고 가는 경우에는 나의 목적지로 바로 가는 택시의 기능이 있다. 택시처럼 혼자 그 넓은 칸을 점유하고 목적지까지 단숨에 달려서도 2-30밧(전용 택시인 툭툭이 100밧 정도)만 내고 내린다. 하지만 썽테우는 엄연히 버스다. 즉, 기사님 마음대로 사람을 더 태울 수 있다. 다른 승객이 탑승한 경우에는 나의 목적지가 우선이 되지 않는, 어느 곳을 먼저 가서 누구를 먼저 내려 줄지는 기사님 마음이다! 


택시라면 버스에 비해 가격이 높아야 하고, 버스라면 정해진 노선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러다 보니 썽테우를 탔을 때, 좌석이 비어 있으면 기분이 좋다. 싼 가격에 택시를 탄 것이니까. 그러나 달리던 썽테우가 다른 승객을 태우면 슬슬 불안해진다.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운전석이 보이는 작은 창으로 기사님의 운전대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내가 가려는 목적지로 가려면 여기에서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기사님은 좌회전을 한다. 그러면 포기해야 한다. 기사님 마음이 내 마음과 다르다는 뜻이니 이번에는 노선 없고, 정처 없는 버스를 탄 것이다. 이런 특징 탓에 영어로 쓰인 치앙마이 관련 기사들에는 썽테우를 shared taxi(공유택시)라고도 부른다. 


나는 치앙마이에서 학생이었다. 학생에겐 정해진 시간에 시작하는 수업에 참석할 의무가 있다. 막히지 않는 시간에 집에서 학교까지는 차로 10-15분. 하지만 30분 전에 집을 나섰다가 수업에 늦은 뒤, 1시간 전에 집을 나섰고, 그러고도 늦을까 불안해 하는 나날이었다. 그러다가도 어떤 날은 수업 40분 전에 도착하기도 했다. 택시인지 버스인지 헷갈리는 썽테우는 '그때그때 다른 까다로운 존재'라는 것이 결론이다. 


빨간 썽테우는 시티 안, 무노선 

 vs 흰색, 노란색, 파란색 버스는 시티 근교의 지구(district)로 향하는 노선버스

노란색, 흰색, 파란색 썽테우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게 됐다. 어느 날은 친구가 썽테우 타는 법 요약본을 알려줬을 때, '빨간 썽테우'를 강조한 것을 까먹고 노란 썽테우를 붙잡았다. 썽테우가 잡히긴 했는데 내가 가려는 곳을 말했을 때, 기사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냥 지나가 버리셨다. 


그 날만 승차거부를 여러 번 당한 터라 기분이 나빠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듯 물었더니 친구의 답변.

"너 혹시 람빵이나 람푼, 아니면 좀통이라도 가려고 했던 거야?" 

그곳들은 치앙마이 시티를 빠져나가 30분 이상을 달려야 도착하는 근교의 지구(district)들이다. 그제야 감이 왔다. 내가 시외버스를 붙잡고 시내 목적지를 말했구나. 친구가 덧붙여 말했다.


"창푸악(chang puak) 터미널이나 아케이드에 가봐. 거기 색깔별 썽테우들의 목적지들이 적혀 있을 거야. 공부 좀 하고 와."


그랬다. 빨간색만 치앙마이 시티 내를 다니는 택시 같은 노선 없는 버스이고, 다른 색깔의 썽테우들은 시티 밖 지구(district)를 향해 가는 노선이 있는 버스였다. 그러나 노선이 있다고 해서 우리처럼 정해진 정류장이 있다고 생각하진 말 것. 출발점과 종점의 정류장은 확실하지만, 종점까지 향하는 동안 내가 내리고 싶은 곳에서 언제나 벨을 누르면 기사님은 차를 멈춘다. 이 얼마나 편한 택시+버스인지!


썽테우만의 매력

썽테우는 만만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썽테우 생활 8개월 만에 나는 예상에 없던 큰 지출을 했다. 중고 오토바이를 산 것이다. 시간 약속에 주도권 아니, 자신감을 갖는 생활이 얼마나 편리한 것인지 알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인이 치앙마이 관광을 오면 꼭 썽테우를 태웠다. 썽테우는 분명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썽테우의 첫 번째 매력은 흥정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썽테우의 가격은 거리와 동승객 숫자에 따라 평균적인 금액대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기사님 마음이다. 같은 거리를 A기사가 B기사에 비해서 더 많이 받았다고 경찰에 신고할 수 없다. 기사님 마음이니까. 그러니까 기사님과 가격과 코스 흥정만 잘할 수 있다면 택시 못지않다.


두 번째는 2줄 버스가 가진 공간적인 매력이다. 우리 지하철처럼 마주 보고 앉는데 그 간격이 훨씬 가깝다. 키가 큰 사람 둘이 마주 앉으면 무릎이 닿을라 말라할 정도. 이런 공간 속에서 치앙마이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탑승 시간이 긴 편인 시외 썽테우의 경우에는 옆 동네, 앞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 천국이 펼쳐진다. 손마다 들려 있는 다양한 간식들, 잔뜩 장을 본 장바구니 등등을 통해 치앙마이 소시민들의 삶을 엿본다. 태국어 한마디 못하는 관광객이니 관찰자이기만 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자주 참여자가 된다. 치앙마이 시민들은 관광객들에게도 개방적일 뿐만 아니라, 썽테우에는 나보다 훨씬 정보가 많은 다양한 관광객들이 탑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가 치앙마이 관광을 온 지인들에게 썽테우를 권유하는 이유는 썽테우가 무료 시티투어 기능을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노선이 정해지지 않은 시티투어, 예측 불가능한 시티투어, 종착지는 나의 목적지인 시티투어. 썽테우의 매력이다.


아, 끝으로 한 가지 팁을 더한다. 운전석 옆자리에도 앉을 수 있다. 새 차인 경우에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달리는 기사님도 있기 때문에 에어컨 좌석인 셈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 앉으려면 허락이 있어야 한다 ㅋ 이 자리가 비어 있다면, 앉기 전에 기사님에게 물어봐야 한다. '커 낭 티니 다이 마이 카? (여기 앉아도 되나요?)' 라고. 무엇보다 이 자리는 일반인들 특히 여성들과 섞여 앉기를 꺼려하는 스님들의 전용석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근교로 나가는 노선버스의 경우는 이 자리에 늘 스님들이 앉아 계신다.


대중교통: 툭툭 (tuktuk)

버스인지 택시인지 헷갈리는 썽테우와 비교하면 분명히 택시인, 툭툭(tuktuk)은 방콕에서도 볼 수 있다. 방콕에는 택시 종류가 많아 (승용차/툭툭/오토바이) 툭툭의 숫자가 줄어든 경향이 있지만 치앙마이는 여전히 많다. 특히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툭툭은 기본 가격대가 80밧 이상이고, 거리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썽테우가 잘 잡히지 않는 밤, 관광객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비싸도 툭툭을 이용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툭툭도 그만의 맛이 있다. 날씨가 좋고 차가 많이 막히지 않는 시간에 타면 특히 좋다. 오픈카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또 관광객들이 주로 탄다. 나는 툭툭과 관련된 기억은 거의 없다. 앞서 말했듯이 썽테우에 비해 5배 이상 비싼 편이라 나같이 배고픈 유학생에겐 애용 대상이 못됐다. 그러나 툭툭과 관련한 선명한 에피소드가 하나가 있으니, 처음 치앙마이에 입성 해 2달 만에 4월 쏭크란(태국의 새해, 물축제기간)을 맞이했던 때 탔던 때의 기억이다.  


나는 가톨릭 신자이다. 독실하진 않지만 1년에 두 번, 부활절과 성탄절 의례에는 꼭 참석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첫 쏭크란 기간에 하필 부활절도 겹쳤다. 불교 국가의 새해맞이 축제 기간에 성당을 찾는 내 상황이 좀 이상했지만, 쏭크란을 즐기는 만큼 내 종교 의례도 다 하고 싶었다. 집에서 성당까지는 평소 25분 거리. 그러나 도로를 점령하고 물놀이를 하는 인파들 탓에 시티 안은 차가 거의 다니질 못한다. 거기다 도로가 물바다고 여기저기에서 물을 퍼부어 대고 있는 상황이라 오토바이도 위험하다. 쉽게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이때 안전하면서도 교통 체증을 그나마 잘 뚫고 나가는 것이 툭툭이다. 나는 1시간 전에 집을 나서 툭툭을 잡았다. 그리고 1시간 30분이 걸려 성당에 도착했다. 미사에 늦기도 했지만, 나는 부활 미사를 드릴 수 없는 상태였다.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기 때문이다. 툭툭에 앉아서 1시간 30분 동안 물벼락을 몇 번을 맞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쏭크란을 즐기러 온 관광객들에게 권하곤 한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쏭크란을 즐길 수 있지만, 툭툭도 한 번 타 보라고-


(좌) taxi라는 싸인을 달고 다니는 tuktuk 모습 (우) 공항의 택시 데스크. 일반 세단형부터 SUV 심지여 van형태의 택시가 대기 중 (출처: 구글 이미지)


참고로 공항에는 일반 세단형부터 SUV 심지어 van형태의 (우리 기준의 진짜) 택시가 대기하고 있다. 주로 공항에 입점해 있는 택시 회사들의 데스크로 가서 가격을 흥정해서 결정하는 편이다. 공항에 갓 도착한 만큼 치앙마이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조금은 비싸더라도 공항 택시를 편하게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개인교통: 오토바이/자전거 혹은 두 발
(좌) 아파트 주차장에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있는 오토바이들 (우) 엄마 등 뒤에 매달려 우유를 먹으며 집으로 향하는 아이의 하교 시간.


방콕에 비해서 대중교통이 다양하지 않은 탓에, 치앙마이에는 개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오토바이 운전자가 많다. 점차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긴 하지만, 나에게 치앙마이는 여전히 오토바이의 도시다. 대학교, 쇼핑몰, 시장, 아파트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줄을 맞춰 끝도 없이 주차되어 있는 오토바이를 보고 있으면 자동차용 주차장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는다. 


치앙마이 도심은 여전히 도로가 좁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차량 숫자가 무조건 늘어나기만 하는 것도 걱정이다. 교통체증을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가 막히는 시간대에도, 오토바이는 주행 시간이 특별히 길어지지 않는다. 신호등 앞에는 차가 서 있는 경우가 없다. 선두 차량 앞은 늘 오토바이 군단이 선점하기 때문이다. 신호가 바뀌는 즉시, 이 오토바이 군단이 먼저 질주를 시작한다. 그 후 차들이 출발할 수 있다. 차가 막힐 때에도 선두에 오토바이 군단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은, 정체한 차들 사이사이로 오토바이는 끊임없이 움직여선두에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차들로 만들어진 미로를 탈출하는 듯한 오토바이의 곡예가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본 적은 없다. 



동승자 간의 물리적 거리가 가장 가까운 교통수단

오토바이는 주로 혼자 혹은 둘이 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는 네 명 혹은 다섯 명이 타는 것도 봤다 (물론 불법이다). 오토바이 문화권에서 자란 치앙마이 사람들은 오토바이 운전을 아주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의 운전실력뿐만 아니라 탑승 실력은 어마어마하다. 운전만이 실력이 아니라 탑승하는 것도 실력이다. 오토바이를 좀 타 본 사람만이 운전자가 편히 운전할 수 있게 한다. 내 경험상 한국에서 한 번도 오토바이를 타 본 적 없는 친구를 태우면, 운전이 3배 정도 힘들다. 몸무게가 유난히 무거운 녀석도 아닌데, 태국(+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메콩지역) 친구를 태웠을 때 보다 훨씬 더 무겁고 중심잡기도 어렵다. 


(점차 오토바이가 아닌 차를 타고 자라는 아이들이 늘고 있지만) 치앙마이 아이들은 부/모가 운전하는 오토바이에서 자란다. 엄마의 등 뒤에 타기도 하고, 아빠의 품 속에 있기도 한다. 5살도 안 된 아이들이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여유로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도 다반사다. 이런 자연스러운 안정감은 부모의 운전실력에도 있지만, 그들 간의 신뢰와 유대에서 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이들은 스스로 걷고 뛸 수 있게 된 후에도 여전히 부모의 등 뒤에 기대어 보내는 시간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오토바이는 낭만적인 교통수단이었다! 


동승자 간의 물리적 거리가 가장 가까운 교통수단. 연인이 아니었던 친구사이도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다니다 보면 연인이 될 것만 같은- 싸우고 난 뒤에도, 오토바이를 같이 타고나면 화해를 하게 될 것만 같은- 그런 교통수단을 가진 치앙마이 사람들-



차 운전자는 오토바이를, 오토바이는 자전거를, 자전거는 보행자를 두려워한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운전해 본 적 없는 내가 오토바이 운전자가 됐다. 첫 운전을 시작한 후 1달간 3번이나 사고를 냈지만,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 나도 오토바이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시골로 이사를 한 탓에 교통수단이 필요해졌을 때, 오토바이를 한 대 살까 고민했다. 하지만 도로에서 관찰한 결과 한국에서는 도저히 오토바이 운전을 할 자신이 없다. 너무 무서워서- 치앙마이에서는 가능한데, 한국에서는 왜 안될까? 한국에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숫자가 치앙마이와 비교해 너무 적다. 그래서 차량 운전자들이 도로에서 오토바이의 존재를 인식/예측하질 않고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치앙마이의 차량 운전자들도 차가 막히지 않을 땐 속도를 낸다. 하지만 도로에는 늘 차뿐만이 아니라, 오토바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사실 오토바이만이 아니라 자전거 운전자도, 보행자도 도로에 있다는 것을 주지하고 달린다. (운전대가 우리와 반대라서) 운전을 할 때, 차도의 왼쪽 공간을 늘 남겨두는 습관이 있다. 물론 도로에 오토바이 숫자가 많기 때문에 생긴 습관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차도의 오른쪽 귀퉁이를 사용해야 하는 인구(자전거, 킥보드,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사륜차 등)가 많은 지역에서도 이 공간을 배려해 주는 습관을 가진 운전자는 적다.  


그런 의미에서 관광객일지라도 치앙마이에선 개인용 대중교통에 도전해도 된다. 오토바이 운전에 자신이 있고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을 땐, 오토바이를 대여해서 다니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시티에는 오토바이 대여점이 즐비하고 여권이나,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담보로 빌릴 수 있다. 오토바이가 겁난다면 자전거를 이용해도 되고, 그도 힘들다면 그냥 뚜벅뚜벅 어디든 걸어 다니면 된다. 안전하다. 치앙마이의 운전자는 '사람'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치앙마이의 교통수단들은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조금 까다롭거나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겐 매력적이다. 점차 개인 차량을 소유한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나겠지만, 치앙마이의 좁은 구도로를 한꺼번에 공사해서 넓힐 수는 없을 테니 한동안은 이런 매력적인 교통수단을 가진 치앙마이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해 본다. 썽테우든, 툭툭이든, 오토바이든. 뭐든 타고 치앙마이를 달리고픈 날이다. 


오늘의 치앙마이 자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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