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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 Dec 19. 2019

“안 해!” 라고 말하며 살기란 어려운 거구나

프롤로그  

출처: JTBC 멜로가체질



은정: 그래 다 자기 입장이라는 게 있지. 그치만 우리 나이에 안 한다는 말 더 신중해야 하는 거 아닌가? 기회라는 게 그렇잖아. 주름이 다 뺏어가. 나이 먹을수록 잘 안 오잖아 기회. 이 사회가 그래요.


한주: 그러고 보니까 안 하겠다는 말, 나 해 본 기억이 멀어. 그게 뭐라고 그런 말도 못 하고. 왠지 슬프지만 내가 안 한다고 하면, 자기가 하겠다는 애들이 뒤에 백만명이 서 있어.


(JTBC, 멜로가 체질, 2019, 3회 중)



"안 해!" 라며 살려고 서울을 떠나 시골로 왔다

안 한다는 말을 해 본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사실 안 하고 싶은 건 안 하고 살고 싶어서 회사를 떠났고, 서울을 떠났다. 무엇엔가 노예가 되기보단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적게 쓰고 살면 가장 쉽고 빠르게 그 꿈을 이룰 수 있어 보였다.


적게 쓰고 사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내가 정리한 것은 이 세 가지 정도다.

1) 욕구를 줄인다

2)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해서 지출을 줄인다

3) 인간관계에 의지해 지출을 줄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세 가지 방법을 실현하기 위해 결정적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서울, 도시를 떠나는 것이었다.


도시에서는 나를 자극하는 자본을 품고 있는 욕구가 너무나 많아 그것들을 끊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해서 지출을 줄일 때 핵심이 되는 먹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농사를 지을 환경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고, 나와 마찬가지로 화폐를 기반으로 한 삶을 살고 있는 주변인들에게 의지할 것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안 하고 싶은 것은 안 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아 보는 삶을 위하여... 자본의 향기는 자세히 맡지 않으면 맡기 어려워 욕구가 일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기본적인 먹거리를 충당하고, 주변엔 나 보다 더 많은 것을 직접 생산하며 삶에 꼭 필요한 기술을 갖춘 이웃들이 살아가는 농촌 시골에서 살고 있다.



또 다시, 안 해 라고 하지 못해


하지만-

안 한다는 말은 이 곳에서도 쉽게 하기 어려웠다. 이 곳에서도 '나이가 먹을수록 기회란 것은 잘 오지 않으니... '라는 이유로 내 앞에 어쩌다 찾아온 기회를 '안 해'라고 하지 못했다. 인간은 공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같기도 한 법이다.


인생 참 알 수가 없다. 내 인생에 장사를 하는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장사는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단어였다. 적게 쓰고 살 수 있으면 적게 벌어도 된다. 그런데 그 '적게' 가 '제로'가 될 순 없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프리랜서 작업이 가능하지 않은 내가 농촌에서 '적게' 벌기 위해서 '안 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장사'였다.


2019년 8월부터 조금씩 조금씩 준비했다. 농산물가공공방이자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간편식을 판매하는 곳을 창업했다. 읍내에 공간을 구하고,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여자 둘이서 두달간 공사를 하고, 발품 팔아가며 식기구니 가구들을 사 넣었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통신판매신고를 하고, 식품위생검사도 받았다. 영업에 필요한 각종 기본 식자재들을 만들어 넣고, 메뉴 개발을 했다. 그리하여 2019년 12월 19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농사를 짓는 일상은 변함이 없지만, 농사 짓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목,금,토요일은 영업을 하러 읍으로 출근하는 장사꾼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골 창업, 지리산소풍 탄생기>는 장사를 준비하면서부터 장사 10개월차를 마친 지리산소풍 대표(!)의 기록이다. 안 해 라고 하지 못하고 결국 장사를 하지만, 최대한 원하는 것만 하는 장사를 꿈꾸는 자발적 이야기다.





먹거리와 이야기를 짓는 브랜드, 지리산소풍의 탄생기!

밀리의 서재에서 <작고 특별한 공방을 열었습니다>로 더 많은 이야기를 읽어 보세요  :)

https://www.millie.co.kr/h4/event/brunchbook-a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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