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케이스스터디 NO.1
OCTOBER / 2024
KEY POINT
무인양품스럽다 : 브랜드 네이밍이 스타일이 되다
도쿄여행 버킷리스트 : 무인양품 매장 방문하기
무인양품 아이템 : 추천하고 싶은 BEST 5
삶의 방식 : 본질에 충실하며 불필요한 것을 제거한다
© 매거진 B MUJI를 읽고 마케터의 관점에서 브랜드를 분석해 봅니다.
: 브랜드 네이밍이 스타일이 된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2022년 하라 켄야*의 [디자인의 디자인] 책을 읽고 무인양품,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심플한 디자인, 제품 퀄리티, 합리적인 가격까지. 제품 자체의 기능, 본질에 충실한 게 느껴졌다.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면서 더 무인양품을 좋아하게 되었다.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인양품에 열광하게 된 이유는 제품을 이용하면서 브랜드의 철학을 이해하게 되었다. 가격 부담이 적으면서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에 충실한 제품이라,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쿠노스키 켄 교수의 인터뷰에서 무인양품을 '흰밥'에 비유했다. 흰밥 자체는 대단하지 않지만 여러 반찬과 함께 어우러지면 근사한 맛을 내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의 집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다양한 제품과 잘 어울린다. 무인양품*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로고 대신 제품 구석에 잘 떼어지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특수 점착제를 사용해 표면에 잔여물이 남지 않고 깔끔하게 제거되도록 설계되어있다. 불필요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그들의 미니멀리즘 철학이 제품을 이용하는 내내 느껴졌다.
브랜드 네이밍이 스타일이 된 '무인양품스럽다'라는 표현은 브랜드의 철학이 제품에 투영되어, 고객이 경험하면서 그들의 철학에 공감하면서 생겨난 말인 것 같다. 1980년도부터 지금까지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무인양품에서 느껴지는 일관된 경험, 그리고 간결하고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의 제품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인양품을 떠올리면 '심플 SIMPLE, 플레인 PLAIN, 엠프티 EMPTY' 수식어가 떠오른다. 일본의 '쿨 재팬 COOL JAPAN' 문화의 대표 브랜드 역할을 해왔다. 비슷한 철학을 가진 다른 브랜드들이 있지만, 무지는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과 독창적인 철학 덕분에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 하라 켄야 : 무인양품 어드바이저리 보드 멤버로서 아트 디렉션을 총괄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 무인양품 : 도장이 찍혀 있지 않은 좋은 품질
무인양품이 일상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탐구하는 브랜드라며, 특정 상품이 아닌 생활 전반의 미의식을 선보이는 데 집중한다고 말한다. 23p
- 브랜드를 강조하는 시대에 브랜드를 강조하지 않는 무인양품은 본질에 가까운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 무인양품 매장 방문하기
조금 더 정성스럽게 생활합시다
2024년 1월, 도쿄 여행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무인양품 매장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마케터로서 무인양품의 브랜드 철학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고, 한국과 일본의 매장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고 싶었다. 더불어 한국에 없는 긴자역의 무지 호텔(MUJI HOTEL), 도쿄역의 무지 투 고(MUJI TO GO)는 일반 매장과 어떻게 다른지 느끼고 싶었다.
무인양품 긴자는, 건물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졌다. 12층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1층부터 5층까지는 매장, 6층부터는 무인양품 호텔로 되어 있어서 무지의 철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철학을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무지 호텔과 레스토랑은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삶의 일부를 이미 차지하고 있었다.
무지 호텔을 직접 예약하지 못했지만, 지인이 무지 호텔에 숙박 중이라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모든 어메니티가 무인양품 제품으로 채워져 있는 것도 좋았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가구와 가전, 태블릿 하나로 조명과 온도를 단계별로 컨트롤할 수 있는 OS는 섬세함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아침 조식으로 무지 푸드, 음료까지 제공되는데, 의식주 모든 것을 무인양품 브랜드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새삼 놀랍게 느껴졌다.
무지 투 고는 여행자들을 위한 제품으로 콤팩트하고 효율적인 제품들이 많았다. 식당에서도 옷을 옷걸이에 걸어두는 곳이 많이 보였는데, 옷이 구겨지는 걸 싫어하는 문화인지 'ㅡ' 일자 형태의 접이식 옷걸이도 눈에 띄었다. 사용하던 제품들을 소분하여 가지고 갈 수 있는 공병도 사이즈별로, 무지 푸드와 스낵도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도쿄역을 내려다보며 마셨던 커피였다.
바 테이블로 딱 2명 앉을 수 있었는데, 커피 한 잔에 곰돌이 빵으로 당 충전하며 300엔으로 행복을 누렸다. 마치 우리처럼 도보여행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마련해 둔 자리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소소한 배려가 우리의 일상을 좀 더 정성스럽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에르메스 vs 무인양품의 공통점과 차이점 24p
- 아름다운 미의식을 추구하는 것은 같다.
- 하지만 에르메스는 최상급 제품으로 귀족을 위한 브랜드라면, 무인양품은 슈퍼플랫처럼 평범한 생활 안에서 미의식, 쾌적함, 편리함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런 점이 일본적이라고 생각한다.
애플 vs 무인양품의 차이점 25p
- 애플은 브랜드가 소비자의 태도를 지배합니다.
- 무인양품은 오히려 주장이 너무 없습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어떻게 생활 안에서 활용할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브랜드에 말을 겁니다.
: 추천하고 싶은 BEST 5
사용자의 불편함을 개선하라
무인양품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무지 패스포트 서비스가 있다. 매년 갱신되는 멤버십으로 올해는 구매 금액이 50만 원이 넘어 골드 스테이지가 되었다. 신상품이 나왔는지 강남, 판교, 수지(성복, 죽전) 중심으로 월 2회 정도는 방문하는 것 같다. 가전과 가구를 제외한 리빙, 의류 제품을 주로 구매하면서 사용자의 관점에서 좋아서 주변에 추천했던 아이템을 소개해 본다.
누구나,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에서 'WOW'포인트를 만날 수 있는 제품 5가지를 추천한다.
타일 줄눈 브러시 l 2900원
사선으로 커팅되어 있어 타일 사이나 홈 얼룩까지 깨끗하게 닦아낼 수 있는 청소용 브러시다. 화장실 벽과 바닥이 만나는 구석 부분에 줄눈이 잘 닦이지 않아서 청소를 100% 완벽하게 하지 못한 느낌이었는데 그 페인 포인트를 해결해 주었다. 끝부분이 날카로운 솔이라 수전이나 구석 부분이 특히 잘 닦인다.
샤워 브러시 l 9900원
바디스크럼 할 때, 등이나 발뒤꿈치를 닦기 좋은 브러시다. 전체 37cm로 긴 편이라 손이 닿지 않는 등이나, 허리를 숙이지 않고 발뒤꿈치도 닦을 수 있다. 나일론 모가 처음 사용할 때 좀 뻣뻣할 수 있는 데 사용하다 보면 부드러워진다. 피부가 아주 약한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다다미 러그 l 79900원 (정상가 99000원)
2024년 여름은 정말 더웠다.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고 있어도 바닥에서 더운 열기가 금세 올라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렸을 적 거실 대나무 매트에 누워있던 때가 생각났는데, 부피가 커서 구매를 망설였다. 보관이 어려운 점을 3단 접이식으로 구현하여 구매했고, 올여름 덕분에 시원하게 보냈다.
물티슈 케이스 l 6900원
식탁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물티슈가 늘 보기 싫었다. 디자인도 안 예쁘고, 식탁에서 예쁜 음식 사진 찍을 때면 미관을 해치는 기분이 들었다. 물티슈를 케이스에 넣으면 로고가 보이지 않고, 뚜껑이 있어서 물티슈가 잘 마르지 않고 필요할 때 뚜껑을 열어서 쓸 수 있어서 만족하는 아이템이다.
산뜻 정화 선스틱 l 14900원
선크림을 바르면 끈적거리는 기분이 들어서 '팔과 다리'에 잘 바르지 않았다. 최근 자외선으로 팔과 다리에 기미가 생기는 걸 보고 야외 운동할 때 필요한 선크림을 찾고 있었는데 '산뜻하고 뽀송한 느낌'의 선스틱을 만났다. 발림성이 좋아서 '잘 발렸는지, 진짜 효과가 있는 거야?' 의심이 들 정도로 피부에 착 감기는 느낌이 좋다.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상품 기획자들의 인터뷰의 기획이 상품의 경험을 통해 느껴져서 흥미롭게 느껴졌다.
무인양품의 상품에는 브랜드의 명확한 철학이 깃들여 있다. 27p
- 의류 : 소비자가 말하는 불편함에 귀를 기울인다. 일상에서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 쾌적한 삶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 리빙 : '노브랜드' 전략은 '유저 옵저베이션'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상품 개발팀이 소비자와 인터뷰를 통해서, 상품의 개성을 없애 어떤 환경에서든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고, 장식을 덜어낸 것은 필요한 것만 담았기 때문이다.
- 가전 : 가전은 크게 2가지로 벽에 가까운 것, 사람에게 가까운 것으로 나뉩니다. 생활 도구처럼 필요한 형태와 기능만 갖춘 가전을 선보입니다.
- 문구 : 학생들이 가장 먼저 사는 것,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곳과 협업한다. 뒷면이 비치지 않는 노트라고 소개한다. 무인양품 다운 판매 전략이고, 마음 씀씀이다.
- 가구 : 모듈 시스템을 적용하는데, 작은 이사로 공간의 변화와 가족 수의 변동으로 수납할 짐의 양이 달라졌을 때 대처할 수 있다.
- 음식 : 안전한 식재료를 맛있게 요리해 먹는 것이 쾌적한 삶의 조건이다. '깨진 표고버섯' 지향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인데, 생산 과정에서 결함이 생겨 상품 가치를 잃었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제품이다.
- 서점 : 시대의 흐름을 타지 않고, 오랜 시간 회자되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책들이 자리하고 있다.
무인양품과 작업은 끝없는 자기 성찰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한다. 46p
- 아트디렉터 : '무인양품답다' 기준으로 상품을 소개할 때 소비자가 사용하는 방식, 생활감이 담긴 영상을 제작해 선보였다. 살아 움직이는 카탈로그 같아요.
- 뮤지션 : 매장음악은 대부분 켈트 Celtic 민요와 같은 민속음악입니다. 반복되는 경쾌한 멜로디, 저작권 없이 어느 장소에서나 쉽게 틀 수 있습니다.
- 디자인 디렉터 : 무인양품만이 할 수 있는 여행 캠페인, 여행자가 낯선 도시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양한 제품을 통해 문화를 경험하라는 의도입니다.
: 본질에 충실하며 불필요한 것을 제거한다
화려함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간소한 아름다움
매거진 B MUJI 편을 읽고, 다가오는 12월 도쿄 여행 때 무인양품 1호점 아오야미(파운드 무지), 무지 카페를 운영하는 유라쿠초 지점을 방문하려고 한다. 한국에 없는 라인업이고, 브랜드 철학이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좀 더 깊이 탐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인양품이 어떻게 미니멀리즘과 실용적인 제품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그 경험을 통해 나 역시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의 철학을 어떻게 삶과 일에 적용할지 고민해 보고 싶다.
무인양품의 철학은 단순한 디자인 그 이상으로, 본질에 충실하고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삶의 방식과 같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는 더 간결한 소비 습관으로, 일에서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전략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인양품처럼,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에서 본질적인 가치를 전달하는 방향으로 기획을 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된다. 이번 도쿄 방문이 단순한 여행을 넘어, 나의 일과 삶에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브랜드는 만드는 게 아니라, 애정과 끊임없는 관심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강조했던 편집장 최태혁 님의 코멘트를 새기며 브랜드 케이스스터디를 마무리한다.
무인양품은 하나의 사상입니다. 낭비를 없애면서 화려한 어떤 것보다 멋있게, 훌륭하게 보이는 것 55p
- 무인양품의 집은 살기 편한 집이 아니라, 삶을 자주적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용기를 부여하는 집입니다.
- 집에 대한 인식은 '구입하는 것'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주체적으로 구상하는 것'으로 변화시켜 나가려고 합니다.
- 살기 좋은 집이라기보다 '살아가는 방법에 눈뜨게 하는 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