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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20주년. 근데 거 너무한거 아니오?

회사 참 오래도 다녔네.

by 구형라디오

회사 생활 20주년을 맞았다. 20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회사에서는 이를 기념해 150만 원의 휴가비와 10일간의 휴가를 제공한다. 기념패도 부서별로 전달되어 개인에게 증정됐다. 부서에서는 별도의 선물을 준비했는데 이름이 새겨진 LAMY 만년필이었다. 센스 있긴 했다.


그런데 기념패를 받는 순간,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 이런 경우, 부서원들이 모여 간단하게라도 축하해 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부서장이 자리로 찾아와 "축하해"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조용히 기념패를 내려놓고 돌아갔다. 그게 끝이었다. 잠시 멍해졌다. 원래 이런 거였나? 예전 부서나, 20년 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적어도 간단한 모임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조직장은 그냥 '전달'이면 끝인가 보다.


이 부서장이 원래 형식적인 걸 싫어하는 성향일까? 아니면 낯을 많이 가리는 건가? 혹은 허례허식을 극도로 싫어하는 스타일일까? 최근 사례를 보면, 의문은 더 깊어진다. 얼마 전 경력사원이 새로 입사했는데 공식적인 소개나 공지 같은 건 없었다. 그냥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투입됐다. 그 사람도 직장생활 몇 년 동안 이런 일은 처음 겪어봤을 것이다. 낯선 환경에서 자신을 소개할 기회조차 없다니, 그 사람은 이해가 됐을까? 이게 부서장의 성향인지 아니면 조직 문화가 변한 건지 잘 모르겠다.


조직 문화에서 이런 작은 차이는 생각보다 큰 변화를 가져온다. 단순히 환영식이나 기념행사가 없어지는 문제를 넘어서 구성원들이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서로의 헌신과 성과를 어떻게 인정하는가에 영향을 준다. 누군가의 노력이 조용히 지나가면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진다. 환영받는 느낌이 사라지면 조직에 대한 애착도 점점 옅어진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얻기는 어렵지만, 잃어버리기는 정말 쉬운 법이다. 작은 배려와 인정이 없으면 소속감은 희미해진다.


물론, 이런 문화가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몇몇 기업들은 아예 장기근속 기념행사를 하지 않는다. 어떤 기업은 근속보다는 '성과'를 중시한다. 넷플릭스는 'Freedom & Responsibility'을 강조하며, 장기근속보다 현재의 기여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의 역량과 성과가 최고의 평가 기준이라는 얘기다.

반면, 전통적인 기업들은 장기근속을 중시한다. 국내 대기업이나 미국의 일부 기업들은 근속 연차에 따라 혜택을 주고, 공식적인 기념행사를 연다. 일부 기업은 근속 기념일에 CEO가 손수 편지를 쓰기도 한다. 이런 문화는 직원들에게 "우리가 너를 인정하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결국, 조직 문화는 기업이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느냐에 달려 있다. 중요한 건 단순히 기념식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조직의 가치와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그리고 직원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다. 오늘의 일은 단순한 조직장의 성향에 따른 형식의 간소화일까? 아니면 조직 문화의 본질적인 변화일까?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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