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구속영장

초가(楚歌)는 이미 들려오고 있다

by Analog

MB가 코너에 몰렸다. 17일 입장 발표는 알맹이가 없었다. MB가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앞에 서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 다스의 비자금, 댓글 작성 지시 등 여러 전선(戰線)에서 크고 작은 승리를 거두며 코 앞까지 진군했다. "나에게 책임을 물으라"며 주위를 다독였지만 이미 초나라 노래는 MB의 본진 바깥에서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원세훈·김주성·김희중… MB의 구속 영장에 적힌 가신(家臣)들의 진술이 올가미가 될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구속을 또 다시 보며 고소한 감정을 느껴야 정의로운 시민인 것인가. 사실 다스가 누구 것이었냐는 물음에 답은 10년 전에도 이미 나와 있었다. 그 때 답을 차마 입 밖에 내뱉지 않았던 건 더럽지만 믿어 보자는 마음때문이었다. 미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쳤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닳을대로 닳은 진보 세력이 내세운 카드는 정동영이 고작이었다. 국밥 CF가 가식이고 뒤가 구리다는 건 알았지만 질끈 눈 감고 MB를 찍었다.


MB는 실패했고 수많은 불법 행위와 오점만을 남겼다. 적절한 처벌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10년 전 MB를 비겁하게 용서한 것에 대한 반성은 누구의 몫인가. "우리가 속았다"고 변명하면 면죄부가 되는가. 정치의 문제였고, 표로 심판해 당당히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하지만 사법의 영역에서 종지부를 찍어야만 한다는 주장에 나는 반대한다. MB가 구속될 지 나는 모르지만, 그가 재판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고갈 것이란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재판은 원래 목적을 잃고 갈등의 암덩어리를 토해낼 것이다.


구속 영장이 청구될 그날 밤. 발부와 기각의 사이에서 끝없이 번민할 영장 판사에게서 훈련된 이성의 힘을 믿어 본다. 그의 판단에 천박한 표심(票心)에 대한 단죄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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