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변에서 혼자

by Analog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봤다. 홍상수 영화 답게 많은 은유와 상징이 담겨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수수께끼같은 배우의 말과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 진다. 평론가들의 해석을 찾아 보기도 하지만 그닥 소용 없는 일인 것 같다.


홍상수 영화에선 누군가 화면에 불쑥 들어와 불편한 상황을 만든다. 겉으론 멀쩡한 것 같으면서도 실상은 듣기 거북한 말들이 오간다. 누구나 대화할 때 이런 두려움을 안고 있다. 무례한 상대방 때문인 것 같지만 숨겨둔 치부가 드러날까 드는 조바심이 불편함을 만드는 진짜 원인이다. 홍상수 영화는 전체적으로 보면 사실 지루해 보일 수 있는 영화인데 이런 순간들 만큼은 관객을 집중시킨다. 현실에서 직접 마주할까 두려운 순간을 실현시키면서. 놀이기구의 설계자가 위험한 순간으로 손님을 밀어 넣어 쾌락을 주입한다면 홍상수 감독은 같은 방식으로 부끄러움을 주입한다.


이 영화는 늙은 감독과 불륜 관계를 맺은 여배우를 주연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홍상수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읽힌다. 대개 억울한 중년 남성은 자신의 관점에서만 모든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감독의 눈높이가 아닌 여배우의 시점에서 영화를 풀어 가서 인상 깊다. 여배우의 시선에서 사랑에 관한 정의들을 늘어놓는 것도. 영화 속에서 늙은 감독을 맡은 배우는 횡설수설하고. 여배우는 간략히 상황을 정리한다. 남자는 다 병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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