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캐스트 어웨이><아폴로 13>
1. <마션>은 불리한 영화였다. <캐스트 어웨이>의 감동을 넘어설 듯 보이진 않았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폴로 13>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맷 데이먼은 지난해 <인터스텔라>에서 미지의 행성에 홀로 살아남은 '만 박사'를 연기했다. 배우의 기시감까지 느껴지는 상황에서 <마션>에 대한 기대감은 제한적이었다.
2. 리들리 스콧은 불리한 상황을 보란 듯이 돌파해냈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는 배구공(윌슨) 없이도 <캐스트 어웨이>의 무게를 담는 데 성공했다. 지구와 우주를 오가는 시퀀스 이동은 이미 <아폴로 13>에서 보여준 연출 방식이지만 <마션>의 편집이 더 영리하고 유머러스하다. 어쩌면 우주의 기운까지 그를 감싸고 있던 것 아니었을까. NASA가 영화 개봉 직전 "화성에 소금물이 있다"는 연구 성과를 발표했으니.
3. <마션>이 극적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은 보수(제프 다니엘스)와 진보(치에텔 에지오포)가 서로를 인정하고, 미국(NASA)과 중국(천왕국)이 손을 맞잡는 식이다. 서로 다른 가치와 진영의 논리를 초월하는 건 생(生)의 의지라는 은유가 영화 속에서 읽힌다.
4. <캐스트 어웨이>의 마지막 장면은 커다란 갈림길에서 외롭게 선 주인공 톰행크스의 뒷모습. 사지에서 돌아왔지만 삶의 결말은 여전히 맺어지지 않았다는 주제를 남긴다. <아폴로 13>은 끔찍한 사고를 겪고도 우주 탐사를 꿈꾸는 이들의 모습으로 인간의 도전 정신을 강조하며 끝을 맺는다.
5. <마션>은 수미쌍관의 구조다. 영화가 시작할 때 나왔던 우주 공간을 다시금 비춰주면서 크레딧이 올라간다. 관객들 저마다 영화관을 나오며 품게 된 생각들이 있었으리라. 똑같은 생존을 이야기하는 헐리우드 영화들이지만, 목소리는 저마다 결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