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가장 창의적인 인물을 하나 꼽자면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빼놓을 수 없다. 잡스는 요즘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우리 손에 쥐여준 인물이다. 그전에 우리는 휴대폰, 즉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이 출현한 이래 우리는 TV 보다 비싸고 과거 왠만한 PC보다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항상 손에 들고 다닌다.
스티브 잡스가 잘했던 것 중의 하나는 '융합'과 '단순화'다. 17년간 잡스와 일하고 '미친듯이 심플(Insanely Simple)'을 쓴 켄 시걸은 말한다.
잡스가 거둔 최대의 업적은 맥이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가 아니다. 그는 일찍이 누구도 생각지 못한 무언가를 성취했는데, 그건 바로 단순함(simplicity)이다.
스티브 잡스는 비즈니스에서 '심플함'의 힘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었다. 애플에 복귀한 잡스는 제품 전략 회의에서 화이트보드에 가로선과 세로선을 그어 정사각형을 네 칸으로 나눈 표를 그렸다. 그리고, 여기에 애플의 제품 단 4개만 집어넣었다. 그 당시 애플은 노트북, 스캐너, 프린터, 카메라 등 20가지 이상의 제품을 팔았고, 제품마다 모델도 다양했다. 또한, 잡스는 모든 회의를 할 때 꼭 필요한 핵심 인력만 불렀다. 만약 불필요한 인력이 참석하면 가차 없이 내보냈다.
그는 이런 '단호함'으로 휴대폰 첫 화면에서 숫자와 문자 자판을 사라지게 했다. 우리가 보는 스마트폰의 화면은 이제 검은 화면뿐이다. 필자는 과거 스마트폰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블랙베리 폰을 가지고 있는데, 화면이 반, 자판이 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물리적인 키가 화면 속으로 숨겨져서 융합되고 단순화된 걸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일반인의 눈에 피카소의 그림은 너무 단순해 보인다. 어떤 그림은 "나도 그릴 수 있겠다"라고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림도 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이 그렇게 단순화로 완성되기까지 섬세한 묘사와 디테일한 과정이 숨어있다. 아래 그림이 이를 보여준다.
뉴욕타임즈는 애플이 아이폰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피카소의 황소 연작과 비교했다. 피카소가 위대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디테일을 제거했던 것처럼 애플의 디자인 철학도 단순함이다.
단순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치열함이 요구된다. 집착과도 같은 치열함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컴퓨터 안에 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단순함에 집착했다.
평범한 우리는 이런 치열함을 추구하기 쉽지 않다. 필자도 치열함의 경험이 많지 않다. 뭔가 한 가지에 몰입해서 끝장을 내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많이 배우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가 되었다. 제너럴리스트가 나쁜 건 아니다. 많은 일에서 제너럴리스트의 통합적 사고와 자질이 요구된다. 하지만, 도약이라 할만한 수준의 변화를 위해서는 치열함이 요구된다.
치열함이란 물이 끓는 온도와 같다. 적당히 노력해서는 결코 100도에 도달할 수 없고 물이 끓지 않는다. 치열함의 결과는 '창조'가 아닐까 한다. 물이 100도에 도달해 변화가 생기는 것처럼 치열함을 통해 뭔가가 만들어진다. 디지털로 표현하면, 0(무)에서 1(유)로의 변화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치열함을 통해 창조의 결과가 나오게 하는 노력이 자기 발전의 원동력이다.
스티브 잡스의 명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심플함이 복잡함보다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심플해지려면 생각을 비우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결국 이것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심플함에 이르는 순간, 산맥도 옮길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