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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사 K Dec 18. 2023

건축, 감리의 중요성

우리가 전문인이 되려면 전문인이 되기 위한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2023년에는 유독 건축과 관련된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
아파트 부실시공, 금리 변동에 따른 PF 대출의 문제 부각, 건설사 줄도산 등....
 건축으로 긍정적인 뉴스를 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일까?



* 감리가 무엇인가?


 건축법에서는 공사감리자의 역할을 자기의 책임(보조자의 도움을 받는 경우를 포함한다)으로 이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건축물, 건축설비 또는 공작물이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를 확인하고, 품질관리ㆍ공사관리ㆍ안전관리 등에 대하여 지도ㆍ감독하는 자를 말한다.


 말그대로 설계자가 설계한 내용대로 시공되고 있는지를 감독하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자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부실시공과 감리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내용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정리하고자한다.



부실시공 속에서 감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상주감리와 비상주감리 속에서 현장을 바라본다는 것


 우선 이야기에 앞서 몇가지를 알 필요가 있다. 건축에서는 감리를 할 때 상주감리와 비상주감리로 나누어서 보고 있다. 현장에 항상 배치되어 감리를 보는 경우를 상주감리라 하고, 특정 시점(7번정도)을 제외하고는 필요시 현장을 방문하여 감리할 수 있는 감리를 비상주 감리라고 말한다. 나누는 기준은 기본적으로 비상주를 하게 되어있지만 아래와 같은 상황은 상주감리를 하도록 되어있다.


1. 바닥면적의 합계가 5천 제곱미터 이상인 건축공사.다만, 축사 또는 작물 재배사의 건축공사는 제외한다.
2. 연속된 5개 층(지하층을 포함한다) 이상으로서 바닥면적의 합계가 3천 제곱미터 이상인 건축공사
3. 아파트 건축공사
4. 준다중이용 건축물 건축공사


 그냥 쉽게 이야 건물 진짜 크네~ 하는 것들은 항상 현장에 상주하면서 감리를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현장에 상주한다고 해서 공사하고 있는 모습을 내내 감독한다기보다는 현장에 배치되어있는 사무실에 있다가 중간중간 현장을 둘러보거나 시공상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시공자가 감리자와 협의하면서 현장을 조율하는 정도다. 아파트 같이 여러동이 있는 것을 쉬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본다고 하더라도 , 각 동을 한사람씩 맡는다하더라도 공사내내 전부를 보기가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설계한 도서대로 시공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때문에 만약에 설계상에서 누락된 상황이라면 이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무너진 아파트 또한 구조도면이 변경되면서 구조에 대한 내용이 일부 누락되어 문제가 되었는데 공사하는 과정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내용이 누락되어 문제가 확산되었다고 말한다. 더 많은 내용이 누락되었다는 것을 감리자가 놓친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설계과정에서 누락된 것까지 찾아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명심하자. 보도되는 내용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이 상황을 알면서도 묵인했을 수도 있고 어디에서 명확하게 문제가 발생했을지는 당사자들만 알 뿐이다.



감리를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1. 감리를 제대로 보는 자는 두번 다시 일을 주지 않겠다.


 뉴스에서 보도된 내용 중에 한 감독자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건축계에서는 감리를 잘 보는 사람에게는 일을 주지 않는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하겠지만 감리를 제대로 보게 되면 현장이 멈추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한대로 설계도서대로 시공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설계도서대로 시공되지 않는다면 감리자 임의로 이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자에게 이와 관련된 사항을 논의하고 문제 없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때에는 문제에 대한 어느정도 답변이 나오기 전까지는 공사를 멈추도록 되어 있다. 검토하는 과정 속에서 문제가 발견되었는데 공사는 계속 진행해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나오는 경우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감리 기준에서는 이를 감리자가 건축주에게 보고하게끔 되어 있다. 보고하게 되면 잘모르는 건축주가 또 설계자에게 문의하고 설계자가 현장에 조치를 취하는 격인데 이러한 과정이 하루이틀이면 좋겠지만 일주일이 넘어가거나 해버리면 현장은 말그대로 마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주에게는 상황을 설명하고 바로 설계자에게 문의를 하게 된다. 이때 설계자가 답을 줄 수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주로 감리 부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설계자 또한 구조를 담당한 구조기술사의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하다. 


 답변이 그날 바로 온다면 다행이겠지만 하루이틀이 넘어가고 일주일이 넘어간다면? 최근에 PF 대출의 이자를 갚지 못해서 도산하는 건설사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공사가 멈추지 않아도 도산되버리는데 며칠 멈춘다고 생각해봐라. 공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내용은 뒷전이고 이로 인해 손실이 얼마나 발생하는줄아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달려드는게 일수다.


 작은 규모더라도 최소 몇개월이 소요되는 공사기간 동안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경우는 적다고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는 숙련공은 줄어들고 일용직 위주인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 추세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현장에서 감리를 한다하더라도 외국인들은 보통 말을 못 알아듣는다. 아니 못알아듣는 경우가 많겠지만 못알아듣는척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자주 든다. 재밌는 것은 똑같은 말을 감리자인 내가 했을 때는 못알아듣는다고 말하다가 현장 반장이 고대로 말을 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보면 뭔일있었냐는 듯이 지적한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렇게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항들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이를 협의하게 되면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사업주체에게는 기간이 늘어날 수록 사업이윤은 줄어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리를 하여 지어지는 안전한 건물보다 어느 정도는 못본척 넘어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음 프로젝트에서 제대로 본 감리자는 제외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 ㅎ) 이에 대한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조금씩 조금씩 번져나가 아파트가 무너지는 모습까지 보게 된게 아닐까?


2. 감리자의 초기 검토 시간의 부족


 보통 설계자나 감리자는 건축사사무소에 소속된 건축사가 하도록 되어 있다. <감리자일 경우 현장에 나가는 사람이 건축사가 아닌 건축사보(직원)일 수도 있지만 쉽게 이야기하기 위해 건축사가 한다고 생각하자> 이때 설계한 사람이 감리를 보게 되면 직접 설계를 했기 때문에 설계 내용을 어느정도 알고 있어 감리를 보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가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감리는 설계한 건축사가 직접 감리를 볼 수 있는 건물과 지자체에 랜덤으로 건축사를 지정하여 감리를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는 지자체게 랜덤으로 감리자를 지정하는 건물의 규모를 확대한다고 한다. 조금 전에 말한 내용처럼 제대로 된 감리를 하려면 일을 수주하는 사람이 건축주나 시행사가 아니라 랜덤이여야 제대로 보더라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리의 분리에 대한 내용을 보면 청탁과 부정적인 문제들로 인해 제도가 시간을 따라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나중에 시간이 되면 이를 한번 더 거론하기로 하겠다. 지금은 내가 설계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감리를 하지못하고 허가권자(지자체)가 랜덤으로 지정하는 건물들이 있다.


 이때 랜덤으로 지정받은 감리자는 설계도서를 검토할 시간이 충분하게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예를 들어 구조 같은 경우에는 시공을 위한 구조도면과 그 건물이 안전하다는 증명서류인 구조계산서가 별도로 있다. 구조도면과 구조계산서가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시공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구조도면과 안전을 증명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구조계산서는 보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작성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이때 계산서의 내용과 구조도면의 내용이 일치하는지를 감리자의 입장에서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작업하는 일이기에 실수가 있을 수 있고 누락되거나 내용이 상이할 경우 상이한 이유를 확인하여 일치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것처럼 설계도서를 전체적으로 한번 보면서 일치하지 않는 내용들이 없는지 허가조건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감리의 방향성을 찾아가며 하나씩 일일이 맞춰보며 크로스체크를 해야하는데 보통 감리자가 지정되면 며칠이내에 바로 현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뭐 4층 건물이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4층 공사를 하는게 아니니깐 공정마다 검토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 부분부분 검토하면서 설계사무소에다가 문의하면 귀찮아 하지 않을자가 누가 있을까?


3. 감리자의 전문성

 

 세번째는 최근에 들어서 든 생각인데 전문교육에 대한 부재이다. 건축사를 취득하기 위해선 나라에서 인증한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실무에서 3년을 수련하면 건축사를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나 또한 이러한 과정으로 건축사를 취득했지만 다행이도 작은 사무소를 다니면서 건축설계부터 감리 그리고 행정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었지만 건축사를 취득한 모두가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실무를 수련했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건축사자격시험에 대한 내용도 설계에 대한 내용 위주이기에 전문적인 기술과는 조금 동 떨어진게 사실이다. 

 

 게다가 건축은 말그대로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나처럼 작은 규모의 건물 위주로 건축을 하는 건축사사무소에서 일을 해본 사람과 대형건축사사무소에서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규모들의 건물들의 일부만을 참여하면서 3년을 보낸 사람과는 실무의 내용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농담삼아 대형건축사사무소에 다니면 화장실만 3년을 그린다거나 PPT를 3년정도 하다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일례로 건물의 사용승인을 검토하는 업무대행자의 역할로 현장을 나간 적이 있었는데 건축사이지만 건축 설계와 감리업무를 해본 적이 없어서 감리에 대한 서류를 제대로 작성하지도 못하고 사용승인 단계에서 필요한 서류들을 아무것도 몰라서 일일이 설명해준 적이 있다. 


 그렇게 3년만 실무를 쌓게 되면 일단 사퇴를 하거나 학원을 등록하여 건축사시험을 준비하는데 그렇게 되면 사무소를 운영한다고 했을 때 건축사에 대한 자격은 있으나 전문적인 지식이 부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전문적인 지식이 높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없다.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불만으로 내세우는 것이 "지금 정해져 있는 기준대로 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다. 모두가 경험적인 지식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대한건축사협회와 같은 공인 기관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더욱더 활성화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건축사 교육원이 따로 있고 그에 따른 전문적인 교육과 윤리 교육을 하고 있지만 나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왠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가장 기초적으로 해야할 교육들을 뛰어 넘는 교육들이 태반이다. 지금 필요한 건 가장 기본적인 기초 교육들이다. 


 2023년 말에 대한건축사협회에서 이번 아파트와 관련된 이슈들로 인해 감리자 교육을 필수로 들을 수 있도록 하였고 내용이 굉장히 알차서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감리의 본질적인 내용보다는 어떻게 하면 책임을 다했다고 증명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변처럼 강의가 이루어져 아쉬움이 남았다. 하루에 모든 것을 알리기엔 부족했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을 담아 교육을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온라인 교육의 장점은 내가 원할 때마다 언제든지 들을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부디 기초교육부터 시작해서 심화교육을 전반적으로 게시하여 늘 우리가 교육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최근 서울시장이 이번 건축이슈와 관련하여  <부실공사 제로 서울 8대 핵심과제> 라고 발표한게 있다. 대부분 대형 공사에 대한 내용들 뿐이다보니 작은 규모를 하고 있는 나에게는 크게 공감이 가지는 않았지만 그 중에서 눈길이 가는 건 현장 근로자의 시공능력 향상이였다. 외국인근로자가 늘어감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들을 교육하고 현장에 주요 숙련기능공들을 배치하여 문제를 예방하겠다는 내용이 내게는 가장 반가운 내용이였다. 

 

 단순히 근로자와 숙련공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을 관리 감독하는 감리자와 더불어 관련된 모든이가 함께 교육을 통해 자신을 늘 검증해야 한다. 단순히 경험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좀 하자.


 



 

 현재 추세로 보면 건축사 합격자의 비중이 30~40대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 이는 실무의 경험이 부족하면서도 자신의 이름으로 실무에 관여할 사람들이 높아졌다는 말과 같다고 본다. 각 기관에서 제도적으로 우리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을 토대로 안전한 건축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열렬하게 교육시키자. 전문적인 지식을 유튜브로 블로그로 배우는게 아니라 공인된 기관에서 검증된 전문 교육을 받고 싶다. 공영방송이 힘을 잃는 와중에도 EBS에 눈길이 가는 건 검증에 검증을 통한 미디어의 품질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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