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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rinsk Mar 01. 2019

[OsE] 세계화와 조세의 딜레마

누진세가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 

연구 출처: https://www.aeaweb.org/research/charts/globalization-income-inequality-taxes-corporate-median


불평등이 심화되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두 개의 선두 주자는 기술 발전과 세계화다. 둘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 이른바 "퍼펙트 스톰"이 된다. 아마도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이 무시무시한 녀석일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퍼펙트 스톰이 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셔윈 로젠이 말한 "슈퍼스타"의 경제학이 이 경우에 딱 맞는다. 다소 자의적이지만 '우화' 하나를 만들어 설명해보겠다. 


먼저 두 명의 연극배우가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한 명은 뛰어나고 다른 한 명은 평범하다. 뛰어난 배우가 출연료도 많이 받고 출연 횟수도 많을 것이고, 돈도 많이 벌 것이다. 하지만 이 한 명이 세상의 연극 시장을 독점할 수는 없다. 따라서 평범한 다른 한 명도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다. 

이제 영화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겼다고 치자. 이 새로운 시장은 아직 확실하지 않아서 초기에 평범한 배우들이 진출한다. 대신 영화라는 새로운 기술 덕분에 배우의 연기는 시장이 원하는 만큼 관객에게 제공될 수 있다. 이 평범한 배우가 버는 도는 아마도 뛰어난 연극배우가 버는 돈 보다 훨씬 클 것이다. 

영화판이 돈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대거 영화로 모여든다. 영화계에서는 평범한 배우들이 점차 밀려나고 뛰어난 배우들이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런데 연극판과는 달리 영화판에서는 평범한 배우들이 설 자리가 별로 없다. 그들의 연기를 찾는 시장이 얇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판은 뛰어난 배우가 배우들이 가져야 할 몫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판으로 흐른다. 


일테면 세계화는 상품, 서비스가 공급될 수 있는 시장의 크기를 늘린다. 하지만 시장의 크기만 늘이는 것으로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중국에서 만든 값싼 스마트폰은 세계에 수출될 수 있지만 인도에 사는 영어 잘하는 상담원을 고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기에 기술이 들어온다. 만일 통신 기술이 충분히 발달한다면 굳이 자국에 사는 상담원 대신 훨씬 저렴한 인건비의 인도에 거주하는 인력을 거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렇듯 시장을 늘리는 세계화와 그 시장에 필요한 뭔가를 조달하게 해주는 기술은 서로가 서로를 북돋으며 거대한 부를 한쪽으로 몰아준다. 


사설이 길었다. 사실 오늘의 본론은 이 야이기가 아니다. 불평등을 제어할 수단은 무엇일까? 가장 손쉽게 떠오르는 것이 국가의 개입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쓸 수 있는 수단은 조세, 누진세다. 그렇다면 불평등이 심화되는 최근 30년 동안 조세는 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의롭게' 움직였을까? 위 링크의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누진적이어야 할 조세는 오히려 역진적이었다. 


연구자들은 지난 30년간 많이 번 놈에게 많이 걷어야 하는 누진 원칙이 오히려 반대로 작용했다는("earn less pay more")점은 재미있는 접근법으로 밝혀냈다. 위 그림에서 녹색은 상위 1% 실효세율을, 적색은 기업들이 내는 세금을 나타낸다. 그리고 회색은 중위 소득자의 세율이다. 그림 자체가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으므로 별다른 부가 설명은 필요 없을 듯하다.(주 1) 


이유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이는 국가가 대놓고 "부르주아의 집행 위원회"이기 때문이 아니다. 최근 30년 간 경제는 세계화 덕분에 지구화되었고 경제의 활동 주체인 기업 동안 지구적인 손발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기업을 규율할 수 있는 국가는 그러한가? UN이든 OECD는 국경을 넘어 뭘 했다는 말을 별로 들어보질 못했는데, 국가를 넘어서는 틀에서의 조세가 가능하겠는가? 규율은커녕 오늘날의 국가는 여러모로 기업의 눈치를 봐야 한다. 제조업 조차도 국적을 쉽게 변경할 수 있는 조건에서 기업에 대한 조세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게다가 유수의 IT 기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들의 절세 노하우는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 뺨치게 선진적이다. 


국가에 기대하기 힘들다면, 우리는 누구 혹은 무엇에서 불평등을 완화할 그 뭔가를 찾아야 할까? 


(주 1) 다만 왼쪽과 오른쪽 y축의 척도가 다른 점이 아쉽다. 같은 척도가 왼쪽은 5씩, 오른쪽은 1씩 변화고 있다. 사실 완벽한 인포그래픽이라고 할 수는 없다, 원 논문에는 이러한 비교가 크게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점이 설명되어 있지만, 어쨌든 인포그래픽의 관점에서 왜곡의 소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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