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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rinsk May 13. 2019

[OsE] 장학퀴즈로 본 젠더 행동  

원 논문: https://www.iza.org/publications/dp/12182/girls-and-boys-performance-in-competitions-what-we-can-learn-from-a-korean-quiz-show

요약본: https://voxeu.org/article/gendered-behaviour-under-psychological-pressure


경제학자들이 꽤 기발하긴 하다. 아마도 실험으로 알아야 할 내용인데 실험을 할 수 없게 되니, 여러 가지 기발한 '자연 실험'의 상황을 찾아 헤매다가 생긴 재능이 아닐까 싶다. 오늘 소개할 연구는 서울대 이정민 교수가 참여한 것이다. 그는 "장학퀴즈"에서 발견되는 젠더 행동의 차이를 살펴봤다. 


우선 장학퀴즈는 일반적으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좋은 결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이러한 성과의 차이가 무엇에서 비롯되는지에 관한 것이다. 연구가 살펴본 회차인 593~628회는 주장원, 월장원, 기장원, 연장원으로 나뉜다. 주장원의 경우 '경합'의 스트레스가 큰 방식(버저 먼저 누르기, 틀렸을 때 페널티)과 그렇지 않은 방식이 섞여 있다. (참고) 저자들은 경합 조건의 차이에 근거하여 아래의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스트레스의 상황에서 어떤 성별이 더 잘 대응하는지 그리고 위험에 대한 행동을 파악할 수 있다. 

외국에도 비슷한 연구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성향이 문화 특수적인 것인지 아니면 젠더 특수적인 것인지 알 수 있다. 


첫 번째 문제부터 살펴보자. 이 연구에 따르면 퀴즈에서 여학생들의 성과가 낮지만 비경합적인 퀴즈의 경우 남녀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미한 차이가 없다. 반면 경합의 스트레스가 강할수록 여학생의 성과가 남학생에 비해 낮다. 대체로 비슷한 종류의 퀴즈쇼의 경우 진행될수록 스트레스가 커지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여학생 불리해지고 성과가 낮아진다. 


더불어 저자들은 장학퀴즈의 초반 577~592회 차에 라운드 구분 없이 참가자들이 25개의 문제를 전부 풀었던 시기에 주목했다. 동일한 개인들이 25개의 문제를 모두 풀었기 때문에, 이 자료를 통해서는 일종의 패널 데이터를 구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문제가 진행되면서 개인별로 어떤 요인이 버저를 빠르게 누르고 이어 문제를 맞히는 데 영향을 끼쳤는지 살폈다. 


이러한 방식의 추정이 재미있는 이유는 각 문제를 지나면서 보다 세밀한 젠더 행동의 차이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의 probit 패널 모형을 통해 정답을 맞힐 확률을 추정했다. 이때 종속변수(피 설명 변수)는 버저를 빨리 눌러서 문제를 맞혔는지 여부 그리고 문제를 맞혔는지로 두었다. 아래 표에서 (1)~(3)이 버저를 빨리 누른 것을 종속변수로 둔 모형이고, (4)~(6)이 문제를 맞힌 것을 종속변수로 둔 모형이다. 



 독립 변수(설명 변수) 중 재미있는 것은 Winning prob., 즉 승률이다. 이는 참가자들이 마치 통계학자처럼 행동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한 후 이를 독립 변수로 활용했다. 즉  특정한 회차의 문제라는 조건에서 해당 참가자가 우승자가 될 확률을 구하고 이를 변수로 만들었다. 실제로 학생들이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참가자들이 어느 정도 전략적인 대응을 한다면 꽤 의미 있는 변수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이 승률이 높을수록 더 공격적으로 대응하는지 더 잘 맞추는지 같은 대목을 볼 수 있다. 


이 추정의 절묘한 대목은 이 승률을 젠더 변수와 교호 시킨 데 있다. (6)을 제외한 모든 추정 결과에서 해당 변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음수이다. 음수가 무엇을 뜻할까? 버저를 누르는 일이든 혹은 버저를 눌러서 (혹은 앞사람이 틀린 후 다음으로 버저를 먼저 눌러) 맞추는 경우든 여성의 경우 이러한 행동이 발생할 확률이 승률과 반대로 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길 확률이 더 높은 유리한 상황에서도 버저를 빨리 누르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논문의 서두에 요약되어 있듯이 "제퍼디! Jeopardy!" 같은 비슷한 류의 게임에 관한 연구의 경우 젠더에 따른 이러한 종류의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물론 해외 연구의 경우 "장학퀴즈"와 같은 학생 대상의 연구는 아니었기 때문에 다소 조심은 해야 할 듯싶다. 


이 연구의 결과를 강하게 해석하면 한국에서 관찰되는 젠더 행동의 차이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저자들은 이른바 앞선 자본주의 나라들이라는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의 젠더 간 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는 사실을 넌지시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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