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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rinsk May 20. 2019

[OsE] 72의 규칙

그리고 단리와 복리 이야기

보통 대중 경제서에서는 72의 규칙을 많이 보게 된다. 72의 규칙을 그대로 적어보자. 어떤 대상의 성장률이 x%라고 할 때 (보통 10% 보다 낮아야 정확도가 높아진다), 그 대상이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2를 x로 나눈 값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 경제가 한때 9% 연간 성장률을 구가했던 때가 있었다. 앞으로 연간 9% 성장이 유지된다면 경제가 두 배가 되는 데에는 8년 정도 걸린다는 뜻이다. 8년이 긴 세월처럼 느껴질 수 있겠으나, 경제가 두 배가 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사건이다. 어떤 나라가 8년 만에 두 배의 인구를 먹어살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시라. (그리고 이것이 지난 세기 남한이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72의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먼저 단리와 복리에 대해서 알아보자. '단리'는 명쾌하다. 약속한 기간 동안 돈을 맡기면 약속한 일정한 %의 이자를 주겠다. 1년 동안 두 배로 이자를 주겠다는 약정이 있다고 할 때,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녹색원 1이 만들어지는 중간 과정을 넣어서 그림으로 다시 표현해보자. 



돈이 일정한 비율로 자란다고 가정하면 위 그림처럼 이해할 수 있겠다. 6개월 뒤, 1은 0.5를 낳는다. 그리고 다시 6개월 뒤에 0.5는 1이 된다. 


만일 이러한 성장 과정이 바이러스의 분화 과정이라고 하면 그림이 타당할 수도 있겠다. 바이러스는 재생산을 위해서 완전체(1)가 되어야 한다고 가정하자. 원래의 완전체(푸른 원)는 1년이라는 기간이 지나야 녹색의 완전체를 낳는다. 관찰 가능한 기간이 6개월 단위라고 치면 위 그림처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돈이라면 어떨까? 우리는 "돈이 돈을 낳는다"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영어로는 "Money never sleeps"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을 새기며 위의 그림을 다시 보자. 6개월 동안 자란 0.5의 녹색원은 왜 스스로 돈을 못 벌어오지? 만일 1과 0.5를 분리할 수 있고, 0.5를 다시 다른 곳에 맡길 수 있다면 스스로 돈을 벌어올 수 있을 듯 싶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녹색원은 그 자신이 완전체가 되기 전에 다시 0.25의 이자를 낳게 된다.



기간을 좁혀보면 위 그림이 된다. 만일 이 기간을 무한하게 쪼개면 어떻게 될까? 즉, 1(혹은 100%)의 이자율을 n으로 쪼개는 대신,  복리로 즉 이자가 다시 이자를 낳는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완전 복리'라고 부른다. 즉, 두배가 되는 시기를 무한하게 쪼개 증식시켜줄 때 얻게 되는 숫자가 e이다. (애석하게도 무한대 값이 되지는 않는다. 즉 우리는 푼 돈으로 무한히 돈을 벌 수는 없다!) 복리에서는 중요한 숫자이니 기억해두시는 게 좋겠다. 값은 대략 2.718 정도다. 만일 0과 1 사이의 값으로 표시한 단리 성장률을 x라고 하면, x의 복리 성장의 결과는 e의 x승이다. e는 수학에서는 아마도 원주율(파이) 다음으로 중요한 숫자일 텐데, 여기서는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겠다.



e는 지수로 계산되기 때문에 성장률을 몇 번 반복했는지는 위 식에서 보듯이 지수의 곱으로 단순하게 처리된다.


이제 72의 규칙을 도출해보자. x라는 성장률을 유지할 때 경제가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알아내는 규칙이다. 현재의 상태를 1이라고 둔다면, 이것이 2가 되는 셈이다.



즉, 위의 식은 1이 2가 될 때 필요한 성장률을 계산하기 위한 것이다. 양변에 로그를 취하면,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즉, 자연로그 2의 값이 rt의 값과 같다는 간단한 의미다. 자연로그 2의 값은 대략 0.693이다. r을 백분율이라고 치면 이 값이 100을 곱하면 되고, 이는 69.3과 같다. 사실 72의 규칙은 살짝 더 정확하게 말하면 69.3의 규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구구단에 익숙한 보통의 인간에게 이 숫자는 너무 낯설다. 구구단의 등장하는 숫자 중에서 가장 가까운 수는 72다. 그리고 r이 크지 않다면 69.3과 72의 차이 역시 그리 크지 않다. 이렇게 72의 규칙이 생긴다.


72의 규칙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말고 한번 의미를 새겨보자. 72의 규칙이란 단리로 측정된 성장률이 있을 때 그 성장률이 앞으로 지속된다면 복리로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경제성장률이라는 취지에서 이 말을 다시 풀어보자. 보통 경제성장률은 1년에 한 번씩 혹은 빨라야 분기에 한 번씩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알게 되는 경제성장률은 단리로 주어진 숫자다. 즉, 1년에 한 번씩 받게 된다. 그런데 경제라는 것이 '단리'처럼 성장할까?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는 방식은 복리에 가깝다. 올해 10% 성장했다고 하자. 이렇게 성장한 10%가 100%가 될 때까지 경제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게 더 이상하다. 만일 이 10%도 앞으로의 성장에 기여한다면 이는 경제가 성장하는 모습은 복리에 가까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72의 규칙의 의미가 보다 명확해진다. 어떤 단리적 의미의 성장률을 알고 있을 때 해당 성장률이 앞으로 지속된다면 몇 년 후에 경제가 2배가 될까, 하는 복리 문제에 관한 답인 셈이다. 정리하면, 72의 규칙은 단리의 의미로 얻은 정보를 복리의 의미로 푸는 어림짐작의 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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