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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놀자 Dec 18. 2019

생각해보면

생각해보면 꼭 한 가지에는 푹 빠져있거나 집착 비슷한 것을 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펜을 광적으로 모았다. 조금 커서는 편지지로 옮겨갔고, 조금 더 커서는 연필, 그다음에는 온갖 과자들, 아니면 게임하기, 온라인 커뮤니티 둘러보기.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깊은 무력감에 빠지기.


요즘엔 아무것도 수집하지 않고 게임을 하거나 커뮤니티를 보지도 않는다. 대신 잠들기가 어려워졌다.

이렇게 되니 난 항상 무언가가 불안하거나 불완전한 삶을 살아왔던 건가 싶다. 진심으로 걱정되는 그런 느낌은 아니고 어차피 사람은 어디 하나 빠져있기 마련인데, 일상의 평온을 다른 것에 집착하며 찾았던 건 아닌가. 그게 내 방식이었나. 이런.. 어떤 성찰 비슷한 것의 느낌.



늘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단기 장기 계획을 세우고, 정해진 스케줄에 자신을 맞춰가며 사는 건 애초에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에너지가 넘칠 땐 하루다 멀다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 쓰고 고갈되면 집에 콕 박혀서 잠 못 들며 사는 것. 계획을 세우며 살진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오는 정서적 불안을 사소한 집착으로 풀며 사는 것.

그냥 이런 게 나인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면 편하다.


요 며칠 무력감으로 시간을 보내며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겨우 씻고 그러부터 또 두 시간이 지나야 겨우 잠들었다. 오늘은 밥도 챙겨 먹고 밀린 집안 일도 다 하며 나름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 나 스스로도 나의 하루를 예측할 수 없는 삶. 무기력에 빠져있다고 해서 스스로를 질책하지 않고 시간을 알차게 잘 썼다고 해서 들뜨지도 않으며 그냥 이런 게 나인가 보다 받아들이며 사는 삶.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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