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을 모두 꺼내 보여줄 수만 있다면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by 다시봄


내게는 내 마음만이 유일한 자랑거리이며,
오직 그것만이 모든 것의 원천,
즉 모든 힘과 행복과 불행의 원인이다.
아아,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나 혼자만의 것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베르테르는 여행 중 머물게 된 집 주인인 공작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친구 빌헬름에게 전한다.


내가 유감으로 생각하는 일은 공작이란 분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거나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은 데 지나지 않는 일을 곧잘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다른 사람한테 들은 그대로 그 관점에서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분은 그뿐 아니라, 내 마음보다는 내 지성과 재능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사랑하는 로테에게는 남편보다 자신이 훨씬 더 많이 사랑해 줄 마음을 가진 사람임에도 그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고 베르테르와 로테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누구보다 큰 마음이, 무엇보다 자랑거리인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 때 사람은 좌절하고 희망을 잃을 수 있다.



아무리 간절한 마음을 가졌어도 상대방이 나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겉모습일 수밖에 없다. 굳이 겉으로 드러난 말과 행동이 마음을 반영했다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너무나 당연히 그럴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분명 그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일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내 마음보다는 그동안 쌓아온 스펙과 재물 혹은 명예 같은 눈에 보이는 실체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직책이나 성과만으로 나를 판단하기보다는 일하는 태도를 먼저 봐주길 바란다. 어떤 마음으로 일에 임하는지를 먼저 알아주고 그 마음을 먼저 칭찬해 주길 바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상대방이 나의 직업과 학력과 가족 관계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에 먼저 관심을 두길 바란다. 그래야 나도 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테니까.

글을 쓰는 나는 출판사에서 누가 봐도 형편없는 글을 쓴 고학력, 고스펙 유명인의 책을 내는 데만 혈안이 되지 않고 공들여 쓴 평범한 사람의 원고도 거들떠 봐주길 바란다. 마음(글)보다는 재능과 지성(학력과 스펙)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공작이 아니라 마음을 자랑거리라 여기는 베르테르와 같은 출판인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 마음이 얼마나 깊고 훌륭한지를 가장 잘 아는 건 자기 자신이지만, 그 마음이 모든 힘과 행복과 불행의 원천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진실임에도,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유독 전달이 되지 않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세상 사람 모두가 내 마음과 같지 않고

세상 사람 모두가 마음을 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진실한 마음을 전하는 일이

존중받고 싶은 상대에게만 철벽을 드리우는 것이

변하지 않는 진리라도 되는 걸까?



나의 마음을 모두 꺼내 보여줄 수만 있다면

사로잡을 상대의 마음도 같이 꺼내 만나게 할 수만 있다면

그 마음들이 뒤섞여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와 똑같은 마음들이 매일 만나는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있다는 걸, 그들도 자신의 마음이 전달되길 똑같이 바란다는 걸, 잊지 않을 수 있다면!





내게는 내 마음만이 유일한 자랑거리이며,
오직 그것만이 모든 것의 원천,
즉 모든 힘과 행복과 불행의 원인이다.


마음을 전하는 일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고난도의 시험 문제 같다.


풀기도 어렵고 다 푼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마음이 내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있다는 걸 안다면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나와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작은 통로라도 되지 않을까?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 어른의 Why?

화 :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수 :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목 :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금 :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토 :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사ㄹㅁ

일 :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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