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헌터
저 강력팀으로 발령 났어요, 아버지.
그래. 우리 아들 고생많았다.
어엿한 형사가 됐으니 이제 엄마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
뭐…? 으아악!
순간 비명소리가 나고 아버지의 전화가 끊겼다.
아버지! 아버지이이!!
뺑소니 사고였다.
늘 내가 올바른 길로 가길 원하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경찰이 됐고 이제 막 강력팀으로 발령이 난 참이었는데. 어쩌면 나 자신보다 아버지를 위해 살았다고 할 만큼 내게 아버지는 큰 존재다. 그런 아버지가 이대로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의식을 찾지 못하는 아버지의 손을 힘껏 움켜 잡았다. 그렇게 하면 아버지가 눈을 뜨기라도 할 것처럼.
진… 진성아.
아버지! 저 알아보시겠어요?
내.. 내가…
기력이 없는 아버지의 힘겹게 쥐어짜는 말이 어쩌면 유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버지의 입에 귀를 갖다 댔다.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내가… 사람을 죽였다.
네?
내가 사람을…
아버지는 다시 의식을 잃었다. 아버지가 사람을 죽였다고? 말도 안 된다. 누구한테 쓴소리 한 번 못하는 분이다. 사람을 선과 악으로 구분한다면 확실한 선에 서실 분이다. 그런 아버지가 살인이라니… 말도 안 된다. 선망, 그래 선망증세다. 아직 의식이 온전치 못해 헛소리를 하신 거다.
‘띠리리리’.
팀장의 전화다.
박경사, 와봐야겠다. 뺑소니범 잡았는데…
아버지를 저렇게 만든 뺑소니범이 나를 찾는다고 했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범인이 내게만 사건의 전말을 털어놓겠다고 했단다. 범인이 나를 찾는다는 건 내가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걸 안다는 얘긴데,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
조사실에 들어가려는 나를 팀장이 붙잡았다.
가족은 배제해야 하는데, 지금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거 알지?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알았지?
예, 걱정 마십쇼.
심호흡을 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그곳엔 의외의 인물이 앉아 있었다. 아버지의 친한 친구 아내였다.
‘아주머니가 왜?’
순간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라는 팀장의 말이 생각나 최대한 무표정한 얼굴로 아주머니와 마주 앉았다. 그녀가 나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주시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2025년 10월 5일 박상중 씨를 왜 만났죠?
아직 안 죽었다며? 그럼 이렇게 물어야지. 왜 죽이려고 했냐고?
고의로 사고내신 거 인정하셨습니다. 왜 죽..이려고 했습니까?
죽을죄를 지었으니까.
죽을죄(라뇨?)… 박상중씨가 무슨?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우리 아버지가 왜…
니 아버지가 내 남편을 죽였어!
잠깐 의식이 돌아온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그 인간이 그렇게 말했어. 내 남편을 직접 묻었다고!
살인미수, 혹여라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당신이야말로 살.인.죄, 도로교통법 위반! 거기에 위증죄까지 더하고 싶으십니까?
그 날이야. 니가 경찰이 된 날. 그 날 남편이 죽었어.
5년 전 경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날, 눈이 왔다.
처음을 축복하는 눈을 아버지와 같이 맞고 싶어 전화를 했었다. 아버지는 일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 있다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뭐가 미안해요?
못난 애비라 미안하다.
무슨 일 있으세요?
일은 무슨… 나 너한테 절대 흠 되는 일 없게 할 거야, 절대!
흠이라뇨? 저는 꼭 아버지 같은 아빠가 될 거예요. 제가 존경하는 거 아시죠?
며칠 후 아버지가 돌아오시고 엄마는 집을 나갔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신 걸까? 그게 사실이라면… 아버지가 사람을 죽인 게 사실이라면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을까?
-2부에 계속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2]
화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갑니다]
수 [오늘보다 행복한 날은 없는 것처럼]
목 [영감 헌터]
금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2]
토 [영감 헌터]
일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