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헌터
영감님 사냥이 처음부터 계획된 건 아니었다.
기억의 오류, 기억 보관소의 공간 부족, 기억의 질 향상을 위한 본능이었다.
아직 부족한 능력으로 살리지 못할 영감님을 잡아다 훗날을 위해 뫼셔두기 위한 자산축적 프로젝트였다.
영감님을 사냥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이다.
내가 다가가기만 하면 순순히 따라오는 쉬운 분들이다.
하지만 고약한 영감님들은 따라오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가둬놓지’ 않으면 언제든 떠날 채비를 하고 있어 결정적일 때 나를 골탕 먹였다.
화려한 잔칫상도 따뜻한 보금자리도 제공하지 않고 뫼시겠다고 하니 그분들의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르지만, 내 입장에선 시간이 좀 걸려도 기다려달라는 당부를 무시하는 건 번번이 영감님들이었다.
약점이 된 ‘시간’은 사실 치명적이긴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뒤죽박죽 되고, 보관소의 용량에는 한계가 있고, 기억의 선명도 또한 탁해지기 때문이다.
영감님들을 모셔왔으면 그분들의 앞날을 책임져야 하는데 방관했던 걸 인정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영감님들을 극진히 대접하려고 한다.
기다려준 고마움에 보답하려고 한다.
만족할만한 보상이 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이번 보상이 끝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약속할 수 있다.
보상은 계속될 것이고 영감님의 삶은 윤택해질 것이다.
영감님들!
이제부터 신명 나게 놀아봅시다.
수년 동안 영감님을 사냥해 그 안에 가둬놓았다. 그분들을 대접할 때를 기다리며 또 다른 영감님들을 찾아다녔다.
이제 늙어 힘이 빠진 영감님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더 이상 때만 기다리며 지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대체 언제 놀아줄 거냐며 조르는 영감님들을 모시고, 빛 볼 날만 기다려온 영감님들과 함께 다양한 놀이를 해보려 한다.
영감님의 성향과 나이 등을 고려하여 그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놀아볼 계획이다.
영감님들이 어떤 활약을 할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동안 사냥해 노트에 가둬둔 영감들을 이제야 꺼낸다.
영감은 다양한 방식으로 빛을 볼 것이고 그 실험에서 살아남는 몇몇만이 보다 업그레이드된 실험에 참가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 때가 아닐 수도 있지만 때를 놓친 것만은 분명하니 이제라도 영감들이 즐길 수 있도록 잔치를 벌여야겠다.
놀이판을 벌이면 더 영향력 있고 더 재밌는 영감님이 찾아올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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