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음악이 좋은 영화가 '듣고' 싶을 때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 같은 영화가 보고 싶을 때
웃픈 가족 코미디가 생각날 때
신파는 그만, 평범하지 않은 가족이 보고 싶을 때
난 네 삶을 사는 게 아니야,
너도 내 삶을 사는 게 아니지.
우린 평생 잘못 알았어.
우린 멋진 인생에 올라탔어.
가끔 그런 날이 있다. 괜히 센치해지고, 진짜 죽여주는 음악이 듣고 싶을 때. 그렇지만 100번 본 <라라랜드>, <원스> 등 말고 새로운 음악영화가 땡길 때 말이다!
음악 영화를 좋아한다면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를 안 본 사람이 있을까? 두 영화를 만든 존 카니 감독이 새로운 신작 <플로라 앤 썬>을 선보였다. 난 현실 웃음과 아픔이 살짝 묻어나 있는 가족영화를 사랑한다. <온 더 락스>, <미스 리틀 선샤인>, <고령화 가족> 등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이번 <플로라 앤 썬> 역시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한 이야기다. 얼떨결에 임신한 후, 남편과 별거하여 혼자 아들을 키우는 플로라(이브 휴슨)가 사춘기를 제대로 보내고 있는 아들, 맥스(오렌 킨란)를 키우면서 기타를 배우는 이야기다.
플로라가 기타를 우연히 주웠지만,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전남편 이언(잭 레이너)의 마음을 다시 사기 위해서다. 기타 선생님을 구하면서도 남편의 질투를 유발할 괜찮은 선생님을 찾는다. 그리고 발견한 제프(조셉 고든 래빗). 제프와 원격 수업을 하고, 랩을 좋아하는 맥스와의 관계도 음악으로서 풀어나간다.
이 영화는 플로라와 얽힌 관계에 대해 말한다. 영화 초반, 플로라는 노는 걸 좋아하며 가벼운 만남을 즐긴다. 남편에 대한 감정도 남아있지만 마음을 빙빙 돌리며 말하지 않는다. 사춘기를 겪는 맥스도 답답하지만 딴지를 걸곤 했다.
플로라는 제프와 기타 수업을 하며 제프에게 '솔직한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란 식으로 말한다. 사실, 그 말은 플로라 자신에게 필요한 말이다. 음악을 수단으로 사용하려 했던 플로라는 음악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다.
맥스 역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자신의 음악을 쓰지만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 서툴다. 엄마에 대해서도 늘 거리를 뒀지만 둘은 각자의 음악활동을 존중하며 점차 가까워진다.
맥스는 떨어져사는 부모의 집에 번갈아 가며 머문다. 불안정한 가정환경 속에서 맥스는 방황도 하고 한다. 여러 번 사고를 치고, 소년원에 갈 위기에 놓였을 때 맥스는 엄마 플로라의 진심을 알게 된다.
플로라는 제프에게 음악을 배운 뒤, 근처 바에서 열리는 공연에 도전하기로 한다. 플로라의 성장은 남편 이언과 제프, 맥스의 속마음을 표출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음악에 실패자라고 스스로 여긴 이언도, 늘 회피하던 플로라도, 자신의 음악 앞에서 숨기 바빴던 제프, 음악 외엔 감정을 참고 삼킨 맥스 모두 다 같이 하나의 노래를 부르며 화합하게 된다. 플로라가 쓴 가사처럼 '넌 네 삶을 사는 게 아니고 나도 네 삶을 사는 게 아니야.'가 말하듯 결국 서로를 각자의 존재로서 바라보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이언, 플로라, 맥스, 제프가 모두 함께 공연에 선 것이다. 제프는 원격으로 노래를 부르지만, '요즘 사회'에 걸맞은 센세이션한 공연방식이라 더 신선했다.
존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는 '시작의 의도는 달랐지만 창대한 끝'이 늘 매력이다. 그리고 늘 그 안에 고여있던 갈등과 감정들이 결국 음악으로 풀린다는 점이 음악영화 다운 매력이자 장점이다.
서사는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음악은 여전히 좋다. 애플TV 에서 볼 수 있으며, 영화관에서도 개봉했다.
가을이 다가오거나, 겨울이 지나갈 때 어쿠스틱한 음악이 생각날 때가 있다. 너무 가슴 아프지 않은 가족 코미디와 음악을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