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가 멈추지 않는 사람의 생존 방식에 대하여
자격지심(自激之心)의 정의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거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스스로 괴로워하는 마음이다.
자격지심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부터 떠올린다.
열등감, 비교,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마음.
가능하면 빨리 버려야 할 감정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말하면,
자격지심 덕분에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나는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쪽이었다.
저 사람보다 말도 잘 못하는 것 같고,
저 사람보다 결과도 늦게 나오는 것 같고,
리더급들이 논의하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더 준비했고,
더 확인했고,
더 늦게까지 붙잡고 있었다.
누군가는 재능이라고 불러줬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냥 불안해서 도망치지 못한 시간들이었다.
자격지심이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작동한 건 아니다.
괜히 남과 비교하다가 스스로를 더 깎아내리고,
잘하고 있어도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조금만 뒤처지는 것 같으면 필요 이상으로 조급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자격지심은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같은 속도로 사람을 소모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감정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쓰느냐였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알게 됐다.
자격지심을 없애려고 애쓰는 대신,
그 에너지를 어디에 쓰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비교로 끝나면 그냥 상처가 되고,
행동으로 이어지면 연료가 된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에서 멈추면 무너지고,
“그래서 더 해보자”로 넘어가면 조금은 앞으로 간다.
같은 감정인데,
도착지는 전혀 다르다.
요즘은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한다.
자격지심이 전혀 없는 사람보다,
자기 부족함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더 오래 버틴다고.
완벽하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은 배우는 걸 멈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비교하고,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그 감정 덕분에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
자격지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감정이 나를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갈지,
나를 밀어 올리는 방향으로 갈지는
내가 어디에 시선을 두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남을 보며 무너질 수도 있고,
내 다음 단계를 보며 움직일 수도 있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는 상태로 살고 있다.
그런데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이렇게 말해본다.
“그래,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 번 더 해본다.”
아마 이게,
내가 자격지심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