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의 진심

자신의 옳음을 끝까지 붙잡는다는 것

by 김현규 Sean

https://www.youtube.com/watch?v=EZQHVyXVJgQ

불과 10년 전,

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참, 왜 저러고 사나.”


남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표정,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태도.

그때의 나는 그런 모습이 조금은 유치해 보였고, 조금은 과해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저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같은 영상을 다시 보면서 전혀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과연,

무언가에 저 정도로 진심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남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 선에서

정말 끝까지 밀어붙여본 적이 있었을까.


돌아보면, 나는 항상 적당한 선에서 멈췄다.


너무 튀지 않게,

너무 바보처럼 보이지 않게,

너무 실패하지 않을 만큼만.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배운다.

눈치 보는 법,

분위기 읽는 법,

적당히 섞여 사는 법.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진심’보다는 ‘안전’이 더 중요해진다.


너무 좋아하면 가볍게 보일까 봐,

너무 몰입하면 실패했을 때 더 부끄러울까 봐,

그래서 항상 한 발짝 물러난 상태로만 도전한다.


열심히는 하지만,

전부를 걸지는 않는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나는,

저렇게 진심인 사람들이 참 멋있어 보인다.


세상이 뭐라고 하든,

주변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든,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알고

그 길을 계속 가는 사람들.


틀렸을 수도 있다.

망할 수도 있다.

남들보다 늦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들은 이미 자기 인생에 대해

누구보다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우리가 진짜 부러워하는 건

그들의 실력이나 성과가 아니라,

‘저렇게까지 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허락한 용기’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계산한다.

이 선택이 손해는 아닐지,

사람들이 뭐라고 보지는 않을지,

지금 이 방향이 너무 위험하지는 않은지.


그래서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을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남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선택만 하고 있는 걸까.

10년 전에는 오타쿠의 진심이 우스워 보였는데,

지금은 그 진심이 부럽다.


그리고 조금은, 존경스럽다.


세상이 다 틀렸다고 말해도

자기 선택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태도.


그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보였으면 좋겠다.


“저 사람은 참 자기 인생에 진심이구나.”


성공해서가 아니라,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냥 끝까지 자기 선택을 끌어안고 갔다는 이유로.


그 정도면,

인생을 꽤 잘 산 거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이번에도 또, 끝까지 안 가볼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