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또, 끝까지 안 가볼 거죠?

유행은 바뀌는데, 포기하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by 김현규 Sean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NFT와 블록체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처럼 느꼈다.

정작 어디에 쓰이는지도 잘 모른 채, “지금 안 하면 늦는다”는 말에 더 크게 반응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단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바이브코딩, 노코드, 자동화, AI 에이전트.

이번엔 뭔가 더 쉬워 보이고, 더 빠를 것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트렌드를 대하는 방식이다.

요즘 사람들을 보면 ‘배운다’기보다는 ‘찍먹한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조금 해보다가,

조금 막히면,

조금 이해가 안 되면 바로 다음으로 넘어간다.


왜냐하면 지금은 항상 더 쉬워 보이는 다른 길이 옆에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내와 반복,

익숙해질 때까지 버티는 과정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그렇게 찾는 ‘쉬운 길’은 대부분 매우 짧다.


처음 며칠은 빠르게 결과가 나오지만, 조금만 복잡해지는 순간 갑자기 벽을 만난다.


그리고 그 벽 앞에서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이건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생각보다 어렵네.”

“다른 방법이 더 좋을 것 같아.”


하지만 사실 그 지점이

비로소 실력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구간인 경우가 많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문제는 트렌드를 ‘지름길’로 착각하는 순간이다.


지름길처럼 보이는 길은 많아졌지만,

실제로 끝까지 이어지는 길은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버티는 법’을 연습할 기회를 잃고 있다.

어떤 기술을 쓰느냐보다 중요한 건, 그 기술을 얼마나 오래 붙잡고 고민해봤는가다.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답답하더라도,

끝까지 이해해보려고 했던 경험.


그 경험이 쌓인 사람만이 다음 트렌드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기술보다 새로운 각오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한번 해보다 말겠지”가 아니라,

“이번엔 최소한 끝까지는 가보자”라는 태도.


트렌드는 또 바뀔 것이다. 그건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계속 버리고 있는지는 한번쯤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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