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뽑은 수학 선생이 앉아서 질문을 받아요. 지금 엄마들, 애들한테 컴플레인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야.
원장이 내게 새로 온 수학 선생을 흉보는 말이었다.
전후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수업 중 문제 푸는 시간을 주고 선생님은 잠시 자리에 앉아서 쉬셨던 것 같다. 질문이 있으면 아이들이 선생님 곁으로 가서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하셨던 것 같은데 일단 선생님이 수업 중 앉았다는 것부터 이상했다.
이쯤 되면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궁금해하려나.
왜 학원 선생은 앉아서 수업하면 안 되는 거냐고?
소수정예, 과외식 수업은 앉아서 수업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 명을 두고 하는 수업에선 문제 푸는 시간을 수업 중에 주더라고 선생은 학생들이 잘 푸는지 둘러보면서 계속 돌아다니지 의자에 앉지는 않는다. 교탁 근처에 앉을 의자도 없는데 그 수학 선생님은 어찌 앉으셨다는 건지 아직도 의문이다.
그 선생님이 작년에 다리를 다쳐 몸이 좀 불편하다고는 했다지만 앉아서 수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수업 중 문제 푸는 시간을 오래 주는 것도 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질 않는데 앉아서 쉬고 질문은 아이들이 직접 와서 물어보라고 했다니! 아이들을 너무 과대평가하신 게 아닌가 싶다. 모르는 게 있어도 귀찮다는 생각에 그냥 앉아있기도 하고 낯을 가려 질문을 못 할 수도 있는데 그런 점을 배려하지 못하신 거다.
원장은 선생이 열의가 없다, 이 학원을 쉬어가는 정거장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속상해했다. 원장이 하필이면 같은 수학 과목이다 보니 비교가 될게 뻔한데, 운나쁘게도 새로 오신 선생님께선 너무 일찍 원장에게 미운털이 박혀버렸다. 이때 내게 조언을 구하는 원장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 선생님만의 수업 방식이 있을 거예요. 아이들이 그 방식에 적응하고 선생님도 개선해 주실 시간을 주시죠. 그동안은 컴플레인은 원장님 재량으로 막아주시면 어떨까요?
뿐이었다.
누구의 편도 들어서는 안 되는 입장이기에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내 학원 강사 초창기,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갈 때마다 퉁퉁 부은 다리 때문에 힘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연차가 흐르며 다리를 붓지 않게 하려고 출근 후 편한 슬리퍼도 갈아 신고 한 자리에 오래 서 있지 않으며 밤에는 압박스타킹을 신고 잠이 들었다.(압박 스타킹은 효과가 없었다. 난 종아리 둘레가 27cm라 압박 효과가 없음. 젠장! 종아리 알은 아주 예쁘게 잡혀있다. 아무리 주물러줘도 없어지지도 않음. ㅜㅜ) 그러고 나니 서 있는 것이 좀 더 수월해졌다. 수업 중 예쁜 구두를 못 신는 것은 아쉽지만 확실히 덜 피곤해졌다고 느껴진다.
돈을 주는 입장이 되면 나도 앉아서 수업하는 선생이 미워 보일 런지. 아직은 돈 받는 입장인 나는 잘 모를 미래의 일인 듯하다. 에휴, 이 놈의 돈, 돈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