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춤추는 선생님?

by anchovy

강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놀라운 글 하나.

스승의 날, 원장 앞에서 단체로 춤추는 선생님에 대한 유튜브 영상에 대한 글이었다. 유명한 학원가에 제법 규모가 있는 그 학원. 나도 면접을 보려다 조건이 맞지 않아(원하는 페이보다 적은 편이었고 일해야 하는 시간도 예상보다 너무 길었다.) 전화통화만 했던 곳이었는데 춤추는 선생님?


유튜브에 그 학원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니 꽤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었다. 매 달 진행되는 강의평가를 녹화한 후 영상으로 제작한 것이 올라와 있기도 했고 스승의 날 원장에게 존경과 감사에 마음을 담아 바치는 편지 낭송... 그리고 원장 앞에서 단체로 추는 춤까지.


많은 강사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부분이 바로 이 단체로 춘 춤이었는데 춤 자체는 선정적이거나 불쾌한 느낌이 들 만한 것은 없었다. 그냥 회사 야유회에서 한 부서 전원이 장기자랑을 하는 정도에 느낌이었달까. 어떤 분에 댓글에서 종합병원 간호사들이 생각났다고 하셨지만 그 정도는 절대 아니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무결하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냥 재미있게 영상 시청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직업군에 비해 상하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실력에 따라 평가되기에 비교적 평등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이 직업도 고용주를 위해 재롱을 부려야 하는 건가 하는 자괴감 같은 감정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직장이고 분명 내게 돈을 주는 사람이니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은 맞지만 그걸 학원 측에서 반강제적으로 시킨다는 것에서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한 달마다 이루어진다는 강의평가를 학원 내에서만 공유한다면 선생님들의 강의력 향상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걸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이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는 걸까? 판서를 지적하고 목소리에 지루함을 비난하며 팔짱을 끼고 꼬투리 잡는 모습을 영상으로 시청하며 그 학원은 참 노력하는구나. 믿을만하구나 하면서 학생들이나 학부모님에게 인기 있는 학원으로 성장하게 되는 걸까?


초보강사 시절 제일 무서웠던 시간이 선생님들과의 스터디와 강의평가였다. 판서하는 모습, 목소리톤, 적당한 시간에 지루하지 않게 흐름을 바꿔주는 농담. 그런 것을 모르던 나는 베테랑 선생님을 보며 지적당할 것들이 두려웠다. 하지만 스터디나 강의평가에서 부족함을 개선할 수 있도록 조언을 받았지 지적을 받으며 혼나지 않았다. 그 따뜻한 배려로 인해 지금에 나로 성장할 수 있었는데 왜 굳이 아프게 혼나면서 고쳐야 하는 걸까? 아프니까 청춘이냐? 안 아프고도 청춘은 성장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겪지도 않은 남에 학원 일에 광분할 일은 아니지만 면접 볼 뻔했던 이 학원에 가십은 오늘 나를 속상하게 했던 것 같다.


춤은 취미로 춥시다. 원장 앞이 아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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