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쓰고 보니 참 슬픈 말이다.
전기세 내주는 애라니...
학원 원장들이 하는 말 중에
"쟤는 전기세 내주는 애"라는 은어 같은 말이 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말도 잘 듣는 애도 아니지만 꼬박꼬박 원비를 잘 내는 애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직접 가르치는 선생 입장에선 저런 애들이 들어올 때마다 기존에 있는 학생들 눈치를 보게 된다. 수준별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학원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소규모 학원이나 시험대비 체계로 반이 재편성될 경우에는 저런 '전기세 내주는 애' 때문에 컴플레인이 들어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혼을 내거나 퇴원조치를 할 수도 없는 게, 학원에서는 그 아이를 계속 두길 원하기 때문이다. 원장이 말하는 표면적 이유야 학생을 골라가며 받는 건 교육자로 옳은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라곤 하지만 결국은 사업적인 마인드 때문 아니겠어? 돈이 되는 애를 받겠다는데 사실 할 말은 없다. 나도 그 원장 돈 받아 일하는 처지에 어쩌겠어. 오너 말 들어줘야지?
하지만 좀 더 훗날을 바라보며 학원 운영을 생각해 본다면 학원 룰에 맞출 줄 아는 아이들로만 끌고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학원에 이미지는 학생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인데 진입장벽이 낮고 지나치게 학부모 의견에 흔들리는 학원이라는 오명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당장에 이익을 위해 아무나 받아주는 학원이 되기보단 도도해 보이더라도 가려 받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눈 앞에 돈 만 보다가 고등부 전체가 폐원되는 학원을 봤던 나로서는 ‘전기세 내주는 애’를 계속 두려는 원장을 말리고 싶다만, 내 얘기에 귀 기울이는 원장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번 달 그만두는 숫자에 일희일비하게 되는 게 보통 인간인 거지.
나도 이렇게 말은 하지만 원장이 된다면 어찌 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지금 내가 겪었던 그지 같던 원장들과 동급이 되고 싶진 않은데 현실에 굴복하게 될까 두려운 느낌! ㅜㅜ
그래도 난 내 제자를 ‘내 전기세 내주는 애’ 로 만들지 않으리.
그리고 전기세가 아니라 전기요금이다. 이 무식쟁이들아. 선생들이 그런 것도 틀리냐?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