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애청하는 라디오에는 박스 가왕이라는 코너가 있다. 유튜브 채널로도 방송되는 탓에 정체를 숨기고 노래로만 실력을 겨루어 승자를 뽑는 서바이벌이다.
그렇다고 유명인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승부를 마치고 자기소개를 할 때면 열이면 아홉은 싱어송라이터라고 본인을 소개한다. 차이는 싱글앨범을 낸 적이 있느냐 없느냐 혹은 보컬 트레이너와 같이 많든적든 음악으로 돈벌이를 하는지다.
그들에게 미안하지만, 참으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많은 만큼 자신을 드러내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노래를 잘하는 이들이 많아 자칫 그 정도로는 ‘난 태권도 검은띠예요’로 밖에 보이지 않을는지.
이런 박한 표현은 결국 나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저자이나 글로 생계를 이아갈 능력은 없고 ISBN은 있으나 읽은 이 찾기 힘든 그런 작가 같지 않은 작가 말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노래를 멈출 수 없는 이유 역시 안다. 그건 마치 비문에 맞춤법도 자주 틀리지만 뭔가 써 내려갈 때의 희열을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이유와 같을 것이다.
(감히 이렇게 말하는 게 뻔뻔하기도 하지만) 평균 이상이 주는 재능의 저주. 특별히 빼어나지 못함에서 오는 자괴감 그러나 나에게 꼭 맞는 옷이라는 믿음 혹은 바람.
비단 예술적 재능에만 해당하는 일인가. 평범한 퇴근 후의 일상도 그만큼 고되고 나의 길인지 모르겠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