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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성훈 May 02. 2023

글을 쓰다 지우는 이유

퇴근길 애청하는 라디오에는 박스 가왕이라는 코너가 있다. 유튜브 채널로도 방송되는 탓에 정체를 숨기고 노래로만 실력을 겨루어 승자를 뽑는 서바이벌이다.


그렇다고 유명인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승부를 마치고 자기소개를 할 때면 열이면 아홉은 싱어송라이터라고 본인을 소개한다. 차이는 싱글앨범을 낸 적이 있느냐 없느냐 혹은 보컬 트레이너와 같이 많든적든 음악으로 돈벌이를 하는지다.


그들에게 미안하지만, 참으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많은 만큼 자신을 드러내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노래를 잘하는 이들이 많아 자칫 그 정도로는 ‘난 태권도 검은띠예요’로 밖에 보이지 않을는지.


이런 박한 표현은 결국 나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저자이나 글로 생계를 이아갈 능력은 없고 ISBN은 있으나 읽은 이 찾기 힘든 그런 작가 같지 않은 작가 말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노래를 멈출 수 없는 이유 역시 안다. 그건 마치 비문에 맞춤법도 자주 틀리지만 뭔가 써 내려갈 때의 희열을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이유와 같을 것이다.


(감히 이렇게 말하는 게 뻔뻔하기도 하지만) 평균 이상이 주는 재능의 저주. 특별히 빼어나지 못함에서 오는 자괴감 그러나 나에게 꼭 맞는 옷이라는 믿음 혹은 바람.


비단 예술적 재능에만 해당하는 일인가. 평범한 퇴근 후의 일상도 그만큼 고되고 나의 길인지 모르겠는데 말이다.


잠깐이라도 활짝 빛나길 바란다면, 그것이 이십대 젊은 이가 아닌 두 배는 나이 많은 이가 꿈꾼다면 철없음일까?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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