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우리 영재새끼(초등 편)- 두 번째 이야기
TV 대신 책을 살 건데, 어떻게 생각해.
그녀와 만나는 중
청약통장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살면서 뽑기 운이나 요행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초등학교 앞에서 파는
설탕 녹인 물로 만든
칼, 잉어, 탑 모양의 달고나 뽑기도
항상 꽝이었다.
사실 뽑더라도 조금 부셔서 먹고는
냉동실에 들어갔겠지만,
그래도 친구들은 척척 운 좋게도 뽑는 행운이,
유독 나한테는 박하게도 찾아오지 않았다.
어린 나이임에도
앞으로 살면서 행운을 바라기보다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스스로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희망하던 아파트의 청약일이 다가와
청약을 넣기 전 기초공사를 하고 있던
광명의 아파트 공사현장이
한눈에 보이는
근처의 산으로 그녀를 데리고 간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지독히 행운이 따르지 않던 내 인생에 대해 얘기를 했다.
"다음 주에 청약을 넣으려고.
가장 원하는 곳은 시야가 가리지 않아서
뷰가 보장되는 403동, 그리고
10층 이상이면 좋겠어.
사실 당첨만 돼도 좋겠지만...
만약 이 집이 당첨이 되면,
이 집에 입주하는 전달에 결혼식을 올리고,
내 인생의 첫 집이,
우리의 첫 집이 되면 좋을 것 같아.
당신과 여기에 오면
나의 운이 아니라 우리의 운이
좋은 기운을 일으키지 않을까 해서
꼭 함께 와보고 싶었어"
지금이야 온라인으로 접수를 하지만,
그때는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직접 접수를 해야 했다.
그녀와 함께 접수를 하고,
두근거리는 청약발표일.
'403동 1303호'
30 평생 찾아오지 않던 행운이
이 한 번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주를 앞두고,
아파트 사전 점검일에
준비한 줄자로 거실, 안방 등
아파트 곳곳의 크기를 실측했다.
거실과 방 크기에 맞춰,
블랙&화이트 톤의 가구들과
전자제품들을 아파트 입주일에 맞춰 주문을 했다.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텔레비전은 안 사고, 그 돈으로
책을 사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난, 괜찮아. 좋아"
대답은 신중하게 했어야 한다.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 결정과 대답이 13년이나
지속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