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우리 영재새끼(초등 편)- 세 번째 이야기

TV 예찬

by 위안테스

남자에게 있어 TV는 각별하다, 특히 나한테는.

남자에게 TV는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다.

친구이자,

실제로 해보지 못하는 경험을

간접 경험하게 해주는 매개체다.

비디오 플레이어와

게임기와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확장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나는 3대 독자 외동아들이고,

부모님이 일에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집안의 사람온기 대신

그 자리를 메꿔준 것이 TV였다.

TV를 열심히 본 건 아니지만,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집에 나 혼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했다.

외로웠던 시간,

무서운 상상이 찾아오지 않도록

나와 함께 해준 친구 같은 존재였다.

이때의 기억과 추억은 이후

오랜 나의 습관이 되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합격하면서,

대구를 떠났고,

그 이후 대학생활과, 직장 생활로

십 년이 넘는 기간 자취를 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TV를 켜고,

요리를 하고,

책을 읽고 잠을 잤다.


온전히 TV를 보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지금의 넷플릭스 등과 같은 OTT처럼,

내가 보고 싶은 것을 골라서,

원하는 시간에,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다.


특정날에, 요일에 그 시간을 기다려야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이야 불가능하지만,

시청률 65프로가 넘는 드라마가 있기도 했다.

전국의 TV를 가진 열사람 중 6명 이상이

한 드라마를 봤다는 이야기다.

국민드라마가 방영되던 시기에

직장인들의 회식장소와

도로가 한산해지고,

드라마 방영시간에 수도와 전기사용량이

급감했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다시는 오지 않을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신혼집 가구 중 유일하게

남자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이 소파다.

주말에 소파와 혼연일체 되어있는 남자를

꼴 보기 싫어하는 여자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소파에 반쯤 드러누워

TV를 보는 맛이란...

혼자 살 때 그 시간은

직장 생활 중 관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유일한 위안을 받는 시간이었다.


TV는

잔소리도 하지 않고,

섣부른 조언도 없으며,

말을 끊어버리고 싶은 충동의 순간을

만들지 않는다.

내가 언제든지 끄고, 켜고, 돌려버릴 수 있다.


TV가 없는 편안한 소파는...

팥 없는 찹쌀떡이며,

햄 없는 부대찌개다.


신혼집에 들어오는 모든 물건 중

편안 안 소파를 선택하는 것에만

내 의견이 반영되었다.


내가 참 마음에 들어 하던 소파였다.

허니문 베이비로 아들이 태어나면서,

결혼과 신혼과 아빠의 삶이

한 해에 다 일어났다.

편안한 소파와 TV는 혼자 살 때 갖춰라.

세상일은 모르니까

온전히 선택권이 스스로에게 있을 때

다 누리고 살아라.


미래의 어느 시점에

충분히 해봤고,

누렸다고 느끼던 무엇이

결국은 부족하다고

느끼던 순간이 온다.


소파와 TV 세트대신

우리 집 거실엔 편안한 소파를 둘러싼

책이 가득한 책장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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