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
2등의 열정은 감동을 준다
정치인은 사람들의 마음에 빚을 남겨야 한다.
지금 당장은 지고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사람들의 마음에 남은 빚은
미안함으로 바뀌고 결정적인 순간에 표가 되어 돌아온다.
정치에 대한 이야기지만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데 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모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은 연속으로 흥행 신기록을 달성했다.
미스 트롯의 우승자인 송가인의 진도 집은 관광지를 넘어 살아있는 위인의 생가터가 된 듯하다.
송가인의 집을 방문하는 것이 진도를 방문하는 목적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시청률 신기록 행진을 이어 간 미스터 트롯의 주요 멤버는 아무 방송에나 출연을 해도
그 방송의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
송가인은... 임영웅은 그 프로에 출연하지 않았을 때도 노래를 잘했다.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회를 거듭할수록 실력이 늘어난 부분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런 부분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그들은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십 년 가까운 기간 내공을 갈고닦은 무명시절이 있었다.
출연만 해도 시청률이 그것도 지상파 방송도 아니고 종편의 시청률이 20%를 넘어간다.
그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실력과 살아온 삶, 프로그램의 기법과 몰입도가 어우러져
그들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입혀졌고, 그 스토리는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인 듯
거대한 팬덤을 형성시켰다고 생각한다.
역사상 위대한 광고들이 많지만,
몇몇 광고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광고의 역사를 이 광고가 나오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 광고에서 사용된 기법은 현재도 수 없이 반복, 재생산되고 있다.
흔히 2등 광고라고 불리는, 이 위대한 광고는 1962년 지면 광고로 이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1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렌터카 회사였던 AVIS는 1962년 로버트 타운센드 CEO가 부임하면서
DDB라는 광고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DDB의 광고 제작에 일체의
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로버트 타운센트의 약속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저 광고 문구에 나와 있는 손가락 사진은 손가락이 굽어져 있는 각도까지도 철저하게 계산된 것이다.
겸손하지만, 위축되지는 않고, 진실된 마음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는...
” We are No.2.
Therefore we work harder.”
우리는 2등이니까,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청소하지 않은 차를
정비하지 않은 차를
담배 꽁초가 있는 재떨이를 청소하지 않은 차를 고객에게 드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린 2등이니까... 그래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하면, AVIS는 당시 점유율로 따지면 2등도 아니었다.
1등도 아니고 2등이라고 말하는 광고였기에 실제 2등 업체도 사실은 내가 2등인데 무슨 소리냐고
항의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고, 광고는 교묘하게도 겸손한 듯한 모양새로 1등 업체였던 Hertz를
서비스가 엉망인 부도덕한 회사처럼 비치게 하였다.
지금 현재는 상대 회사에 대한 비방이나 반박광고는 불법이지만 그 당시는 문제 되지 않았던 것 같다.
AVIS의 혁신적인 2등 광고에 대항하기 위해, 1등 업체였던 Hertz는 그 유명한 반박광고를 내게 된다.
2등이라고 주장하는 쟤들이 말한 1등이 바로 우리다.
우리는 저 2등이라고 주장하는 회사에서 빌려주는 차량의 몇 배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1등인 거다.
2등이라고 주장하는 쟤들이 되고 싶은 회사가 바로 우리다.
저들이 저렇게 노력해서 얻고 싶은 것들을 우리 회사는 이미 가지고 있다.
대충 정리하면, 1등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 그래서 우리가 1등인 거다. 뭐 이런 논리...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제품은 딱히 광고가 필요없다.
아무나 붙잡고 편의점에 가서 내가 좋아할 만한 바나나 우유를 사 오라고 하면,
꽤 많은 비율로 단지 모양을 한 어떤 바나나 우유를 사 올 거라고 생각한다.
신라면이 더 이상 무슨 광고가 필요하겠는가....
1등이 되고 시장을 선점하면, 경제적 논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유리함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세상은 그래서 알 수 없다.
2006년 차승원은 진라면 광고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게 진라면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니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 1등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한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반전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신라면은 29년간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진라면은
2등이라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처럼...
2008년 기준 20%가 넘었던 신라면과 진라면의 점유율 격차는
점점 줄어들어서, 비아냥 어린 시선을 받았던 진라면의 포부는
'설마'에서 '정말'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을 위해 하늘초 고추를 사용하고
면발에 새로운 밀가루를 사용하였고
2008년 이후 진라면 가격을 단 한 번도 인상하지 않았다.
2등이었던, 진라면은
” We are No.2.
Therefore we work harder.”
2등이어서 더 열심히 노력해왔다.
예전에 아파트 이름은 건설사의 이름을 사용했다.
현대아파트, 롯데아파트, 쌍용아파트, 주공아파트, 대우아파트...
당시에 1등이 아니었던 삼성물산은
아파트에 처음으로 이름을 지어줬다.
아파트에 살아요가 아니라 "저는 래미안'에 살아요란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그 래미안은 그렇게 브랜드 인지도 1위의 아파트가 되었다.
처음으로 디카를 개발한 직원에게 핀잔을 준
100년 동안 세계 1위였던 필름회사 코닥은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졌다.
스마트폰을 최초로 개발한 회사는
당시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업체였던 노키아였다.
14년간 1위의 자리를 지켰고
핀란드의 자존심으로 불리며, 한때 세계 시가총액 3위였던 이 기업은
스마트폰 시장 재편에 발맞추지 못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그리고 그 당시의 2등, 아니 2등도 아니었던 애플과 삼성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2등의 열정과 스토리가 만나면 감동이 된다.
감동이 있으면 사람은 움직인다.
물론, 세상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2등 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운7 기3 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른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신화에서, 역사, 전쟁... 그리고 수많은 기업가와 기업의
성공과 실패에서도 이 '운'이 결정적으로 등장하곤 한다.
지독한 불운에 치를 떠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리고 그런 분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운7 기3은 결국, 운이 중요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운이 100%가 아니고, 반드시 기가 30프로 이상은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2등이니까
아니 현재가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은
그저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리고 노력의 유무와 상관이 없는 사회 구조적 모순이 문제라고 하면
그 모순과 불평등한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hell'로 지칭하고
금수저, 흙수저 탓을 하는 것도 별로지만
그렇다고 시절이 좋을 때 태어나 대학을 가고
졸업만 하면 어느 정도 쉽게 취직이 되던 시절의 세대가
(그들의 노력과 현재의 발전을 이룩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현재의 취업 절벽에 있는 세대에게 부족하면 더 노력해야 한다라고
마치 그들의 잘못인양 치부하는 것도 별로다.
게임처럼 캐릭터의 능력치를 객관화하는 기준이 명확하고
자동으로 측정이 된다면
지금 대한민국 발전을 이룩한 세대가 20대 후반이었을 때와
지금 20대 후반의 능력치를 비교해보면.... 그들에게 더 노력하라고 감히 얘기할 수 없을 거다.
어쨌든, 열심히 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리고 실제로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작은 희망의 끈을 붙잡고
현재의 시간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래도
당신에게, 우리가 서로에게 가끔은 말해줬으면 한다.
"괜찮다. 당신 탓이 아니다."
"당신 삶은, 충분할지는 몰라도 괜찮았다"
굳이 괜찮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가만히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어설픈 말보다, 암묵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어떤 삶을 살았든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있던
"괜찮다"는 침묵의 '위로'를 당신에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