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저스트 마이 버스데이

2023년 11월의 기록

by 안다훈



2023년 10월 26일.

출근하자마자 백혈병이 의심된다며 바로 응급실로 가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중간에 한 번 퇴원한 이 주일쯤을 제외하고는 2024년 4월 3일까지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암이요? 제가요?’는 혈액암(급성 골수 백혈병) 환자로서 쓰고 기록한 글을 다룹니다.


그중에서도 1화와 2화는 시기별로 정리한 기록을 다듬은 글입니다.

1화는 2023년 11월에 기록한 내용이, 2화는 2024년 6월~9월에 기록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록이 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보여 드리고 싶은 글 2편만 실험적으로 공개합니다.








2023.11.01.수 (입원 D+6)


2023.11.01, 벌써 2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 MRI 촬영 (07:40)

- 가족 면담 (11:30)

- 심장초음파 검사


항암 치료 시작. 이제야 와닿는다.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싹 밀어야 더 현실로 다가오려나.





2023.11.02.목 (입원 D+7)


어제 저녁 일곱 시부터 아홉 시까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힘겹고 괴로웠다. 그 뒤로는 잠깐 괜찮아지는 듯했지만 은근한 괴로움이 지속됐다.

오늘은 아침, 점심, 저녁을 걸렀다. 저녁땐 음식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아서 힘들었다. 넷플릭스고 뭐고 누워 있다가, 발버둥 치다가, 앉아서 상체만 숙이고 있다가, 저녁이 됐다.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기가 있고 몸은 추웠다가 더웠다가 그러고. 항암 치료 이 일 차.





2023.11.06.월 (입원 D+11)


2023.11.06, 제 소원은요..


happy birthday to me





2023.11.07.화 (입원 D+12)


#먹고 싶은 음식


· 엽기떡볶이

· 신당동 매운떡볶이

· 바로그집 떡볶이

· 얼큰한 순대 국밥

· (프랜차이즈 순대 국밥집에서 파는) 순대 국밥 + 라면

· 경양식 돈가스

· 일식 돈가스

· 지코바 매운 양념 순살치킨

· 명륜진사갈비에서 고기

· 닭갈비

· 아이스크림 '와' 사과 맛

·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조각피자와 스파게티

· 치즈 철판 닭갈비와 맥주

· 뜨거운 아메리카노

· 따뜻한 카페라테

· 따뜻한 밀크티

· 역전할머니맥주에서 마약돈가스, 염통 꼬치, 생맥주





2023.11.07.화 (입원 D+12)


- 머리카락 싹 미는 날. 봉사하시는 분께 미리 준비한 현금 삼천 원인가 오천 원을 드림.


#피부 발적

결국 또 피부. 상반신과 허벅지 쪽이 피부 발적 때문에 아주 난리가 났다. 긁으면 흉터가 심하게 남을 거라는데 벌써 걱정된다. '어렵겠지만'이라고 의사인가 간호사가 덧붙인 걸 보면 나중에 흉터를 어떻게 없앨지 알아봐야 하나 싶다. 바르라고 준 의약품 로션은 효과가 영 시원찮고. 그나마 주사를 맞으면... 잊고 안 썼는데 가려운 증상을 말하고 있다. 여하튼 주사는 효과가 있지만 열두 시간 간격으로 맞을 수 있단다.


#상담

오늘 오후 한 시에는 사회복지사가 와서 상담을 했다. 그동안 했던 일과 안 아팠으면 하려고 했던 일, 공부한 분야, 친구(연극 동아리, 기타 동호회), 가족 관계, 모은 돈, 주식에 얼마 넣었는지, 내년에 입주하는 것, 어머니 소득, 글쓰기, 꿈 일기, 내가 쓴 책, 서울에 있다가 내려오게 된 계기, 성격 들을 한 시간 조금 안 되는 동안 얘기했다.





2023.11.09.목 (입원 D+14)


새 침대로 바꿔줌.





2023.11.10.금 (입원 D+15)


카더가든의 《LITTLE BY LITTLE》을 알게 되어 자주 듣는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쩐지 위로된다.





2023.11.11, 틈틈이 이것저것 기록했습니다.





2023.11.12.일 (입원 D+17)


아직 젊으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회복해서 나갈 수 있을까? 더 늦춰지지나 않았으면 좋겠는데. 십일 월 칠 일부로 항암에 필요한 약은 다 맞았고. 이제 영양제와 항생제를 폴대에 꽂았다. 빨리 회복하려면 일단 밥부터 먹어야 하는데 십일 월 이 일부터 지금까지 안 먹었다. 포카리 스웨트를 제일 많이 마셨고(진작 냉장고에 넣어 둘걸) 저녁엔 에이스 한 봉지(작은 것)를 먹는데, 너무 짜서 점점 먹기 힘들어진다. 아이비는 맛이 없고 퍽퍽해서 먹고 싶지 않다. 간이 이상하고 맛도 없는 저균식을 먹으려면 볶음 고추장 튜브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계란 프라이를 추가해 달라고 하고. '벌써'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항암 치료를 시작한 지 십이 일째다. 입원한 날짜까지 포함하면 십팔 일. 한편으로는 제약되는 점이 많다는 면 때문에 감옥 같다. 군대는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라도 있지. 잘 회복해서 일 차 치료를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





2023.11.13.월 (입원 D+18)


#회진 결과


· 오른쪽 샅 쪽 림프샘 부음.

· 이것 때문에 열나는 것일 수 있음.

· 일단 항생제 세게 맞고 그래도 원인 못 찾으면 조직 검사를 해야 할 수 있다.

· (등 보시더니) 피부 발적도 조금 나아진 게 맞는 것 같다.

· 배에 가스 차서 불편하다고 말씀드리니 배꼽 근처를 여러 차례 누르셨다. 안 아픈 걸 보니 이상은 없는 듯.

· 39℃





2023.11.14.화 (입원 D+19)


- CT 촬영: 골반, 허벅지, 가슴, 림프샘 부기 (08:00)

- 동생 (조혈모 세포 이식) 혈연 공여자로서 조직 적합성 항원 검사받으러 방문 (14:30)





2023.11.15.수 (입원 D+20)


2023.11.15, 사촌 동생이 선물해 준 레고를 조립했습니다.


39.3℃. 해열제를 넣자 약기운이 머리를 짓누른다. 몸에 퍼지면서 열을 앗아가지만 뜨거운 기운이 곳곳에 스미는 걸 느낀다. 방출될 때의 열감. 눈 감고 누워 있으며 시간에 따라서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곧바로 체감한다. 어제나 그제처럼 몸에서 땀이 나지는 않는다. 머리에서는 아직 나는 것 같기에 베개 위에 수건을 깔았다. 베개 커버를 갈아도 스며든 땀 때문에 찝찝할 듯하므로. 조금 누워 있다 보니 회복됐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또 몸이 오들오들 떨린다. 이불을 뒤집어써도 딱히 나아지는지는 모르겠다. 또 해열제를 맞고 몸이 뜨거워져서 이불을 치우고 앉는다. 서너 시간 빼고는 정신없이 누워만 있었다.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한 뒤로 가려운 증상이 없어졌고 피부 발적도 갈변되며 회복되고 있다는(확연히까진 아니겠지만) 말을 들었다. 불행 중 다행이다. 글쓰기고 CLASS+ 강좌고 넷플릭스고 뭐고 누워서 끙끙 앓는 수밖에 없다만, 면역력이 바닥을 찍으면 다들 그런다는데 별다른 수가 있나. 시간이 잘 간다는 것 하나만큼은 나름대로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을 테다. 이제 회복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면 다시 잘 씻기 시작해야지. 아직은 약 먹거나 화장실에 갈 엄두도 안 날 때가 잦다.





2023.11.18.토 (입원 D+23)


십일 월 십삼 일 월요일부터 쭉 누워만 있었다. 체온이 올라서 몸을 바들바들 떨면 해열제를 맞고. 그러면 체온이 내려가면서 열과 땀이 나고. 몇 시간 안 지나서 또 체온이 오르고. 40.9℃까지 올랐던가. 그나마 먹던 과자에는 손도 못 댔다. 림프샘이 부어서 걷기 힘든 점도 있지만, 계속 머리가 아프고 다리에 힘도 없어서 한 번도 못 씻었다.

아저씨들은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살면서 자기 편한 게 가장 중요하고 다른 사람 배려는 아예 안 하나 보다. 왼쪽에 있는 사람은 소리 꽥꽥 지르는 영상을 본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도 다시 스피커폰으로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분이 가림막을 휙휙 열고 들어오는 게 제일 스트레스받는다. 새벽에 불을 켠 채로 잠드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2023.11.18.토 (입원 D+23)


이제 끝났다 싶었는데 또 한 번 미친 듯이 몸이 떨렸다. 그렇게까지 추웠는지는 모르겠다. 다행히도 오래가진 않았다.

헛것이 보이고 헛소리가 들릴 정도로 혼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창 체온이 많이 올랐을 때 몇 번 그랬다.

너무 화나 있다. 이러면 나만 힘들다. 괜히 손해 보는 짓 하지 말자.





2023.11.20.월 (입원 D+25)


동생 조직 적합성 항원 검사 결과 발표. 50%만 일치해서 국내 조혈모 세포 기증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2023.11.21.화 (입원 D+26)


9일째쓰러쟈있는데사는개사는게아니다살려줘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





2023.11.23.목 (입원 D+28)


- CT 촬영 (심장, 골반)





2023.11.28.화 (입원 D+33)


#1

시간은 흘러간다 Tick Tock.


#2

십일 월 이십 일부터 이십팔 일까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지. 자정 넘어 깨면 사람이 미칠 것 같았다. 이땐 림프샘(오른쪽 허벅지 쪽)이 부어서 앉아 있을 수 없었고 오전까지의, 여섯 시 넘어서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길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간호사한테 어떻게 좀 해 달라고, 수면제라도 받을 수 없냐고 징징대기도 했다. 지금은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마시는 것 관련해서도.


#3

치료를 받는 동안은 차라리 평일이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4

한 달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거의 누워만 있었는데.





2023.11.30.목 (입원 D+35)


- CT 촬영 (림프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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