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공식 성적표’
첫 게스트는 미국에서 온 가족이었다. 청소년 아들과 딸, 유모차에 탄 아기 그리고 엄마와 아빠였다. 초반에는 게스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거리를 두자니 차갑게 느껴질까 걱정됐고, 너무 친근하게 다가가자니 사적인 선을 넘어서는 거 아닐까 온갖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고민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하필이면 그날따라 비가 정말 많이 쏟아졌다. 덩달아 나도 긴장됐다. 혹시 게스트가 길을 잃고 나를 찾지 못하면 어쩌지? 서툰 영어 때문에 대화가 어색하게 끊기면 어쩌지? 이런 상상들이 꼬리를 물었다.
게스트가 비 오는 날 짐을 가지고 숙소까지 이동하기 힘들 것 같아서 렌터카를 빌려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 서울역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며 문득 생각했다. 낯선 외국인을 맞이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을 일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내 그들의 환한 웃음과 함께 트렁크에 짐을 싣고 숙소로 향하는 순간, 두려움은 조금씩 풀려나갔다.
아빠는 15년 전 주한 미군으로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전역 후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오랜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는데, 너무나도 달라져있다고 말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도시가 전부 빤짝빤짝 빛나더군요”
그는 놀라움과 반가움을 동시해 표현했다. 그러면서 직접 마중 나온 것에 대해 거듭 고마움을 표현했다. 군대 이야기가 나오니 괜히 긴장과 두려움이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용기 내어 말했다.
“사실 여러분이 저희 첫 게스트라 긴장이 많이 됩니다”
그러자 아빠와 엄마가 웃으며 답했다.
“전혀 그러실 필요 없어요. 비 오는 날 마중 나온 순간 이미 훌륭한 호스트 같습니다”
그 한마디가 내 어깨를 눌러오던 긴장을 단숨에 풀어주었다.
우리가 4개월 동안 매일 같이 몰입하여 준비한 숙소를 본 게스트들이 너무 좋다며 감탄하는 모습을 보며 첫 체크인을 마쳤다. 특히 책상 위에 올려둔 작은 환영 메모와 한국과자, 정성껏 정리해 둔 새하얀 침대 시트까지 하나하나에 게스트들은 놀라움을 표현했다. 가족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와, 호텔 같아요” “정말 깨끗하네요” 하고 말하는 순간, 그동안의 수고와 노력이 한순간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 짧은 한마디가 나에게는 거창한 수익보다 더 큰 의미였다.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정말 기뻤다.
그러나 뿌듯함도 잠시, 그들의 여행길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동반했다. 며칠 뒤 게스트에게 연락이 왔다. 광장시장에서 한국 음식을 먹은 딸이 배탈이 났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순간 당황했지만, 호스트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우리에겐 지사제가 있었지만, 함부로 건네줄 수는 없었다. (훗날 이 경험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이후로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국에서 깨끗한 생수를 충분히 구비해 두기로 했다.)
부모님은 번갈아 가며 딸을 간호하는 중인데, 혹시 근처에 병원을 추천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결국 대사관에 연락해 외국인 게스트 의료지원을 요청하는 작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다행히 증세는 곧 호전되었고, 가족은 오히려 우리의 세심한 배려에 마음 깊이 감사를 전했다.
체크아웃을 마친 그들이 남긴 리뷰를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 무려 16줄에 달하는 장문의 평가였다. 숙소의 청결함, 공간의 편안함, 위치의 장점까지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칭천해 주었다. 당연히 만점인 별 5개 ★★★★★ 그 리뷰를 읽으며 나는 단순히 ‘좋았다’라는 한마디 보다. 시간 들여 정성스러운 후기를 남겨주는 것이야말로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첫 게스트가 남긴 리뷰는 단순한 칭찬의 글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이전에 내가 준비한 과정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공식 성적표’였다. 특히 에어비앤비와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이 리뷰한 줄이 곧 마케팅, 영업, 브랜드가 된다. 광고를 따로 하지 않아도, 한 명의 게스트가 남긴 별 다섯 개와 진심 어린 코멘트가 곧 수십, 수백 명의 잠재 고객을 데려온다.
돌이켜보면, 내 두려움은 공간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아직 검증받지 못한 사업자로서의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불안을 단숨에 지워준 것은 다름 아닌 첫 게스트의 후기였다. ‘고객 한 명을 만족시키면 잠재 고객 백 명이 따라온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첫 리뷰는 나에게 ‘호스팅은 곧 신뢰를 파는 사업’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가르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