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아웃보다 중요한 체크인

체크인은 여행의 만족을 좌우한다

by 연승

호텔에 들어가면 화려한 로비에서 직원들이 미소로 환대하며 체크인이 진행된다. 그러나 우리 숙소는 호텔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입구엔 가파른 계단이 있어 크고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올라오기 조차 쉽지 않다. 특히 한여름엔 게스트들이 땀범벅이 된 채 도착한다. 이럴 때마다 ‘어떻게 하면 체크인에서 호텔과 다른 차별점을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체크인은 게스트의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첫인상을 남긴다. 방 구조나 가구의 상태는 사진으로 봤기 때문에 먼저 기억되는 것은 현관 또는 역 앞에서의 첫 만남이다. 첫 순간이 삐걱거리면, 아무리 좋은 침대와 서비스를 제공해도 그 불신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체크인 경험’이다. 우리는 단순히 문 앞에서 키를 건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한국 여행이 처음인 외국인인 데다가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처음 마주하는 사람이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숙소 앞이나 지하철역 출구 앞까지 직접 마중을 나갔다. 낯선 서울의 향기와 장시간 비행으로 지친 외국인 게스트들이 우리를 발견했을 때, 안도하며 짓는 미소는 여행 시작부터 큰 호감을 가져다준다.


마중 나간 자리에선 항상 가벼운 스몰토크를 건넸다. 외국어 실력이 안되면 번역기를 돌리면서 이야기를 건넨다. “한국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은 뭔지”, “서울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명소가 어디인지”등을 이야기하며, 여행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대화를 하다 보면 다양한 우리나라 음식 종류와 K-컬처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걸 알 수 있다. 그럴 때면 은근 자부심이 생기기도 한다.


숙소 앞에 도착하면 계단 앞에서 망설임 없이 짐을 대신 들어주었다. 직접 하나씩 끝까지 옮겨주었다. 별것 아닌 행동 같지만, 장시간 이동으로 피곤한 게스트에겐 그 사소한 친절이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리뷰들을 쭉 보면 짐을 옮겨준 것이 예상치 못한 따듯한 추억이 되었다는 말이 자주 보인다. 시설이나 가격으로 승부 보는 게 아니라 ‘체크인 경험’의 차별점은 여행을 마친 게스트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는다.


서울에서 열린 호스트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을 가진 호스트들이 모여 앉아 각자의 경험을 풀어놓았다. 누군가는 예약 관리의 효율적인 방법을 공유했고, 또 다른 이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운영 팁을 이야기했다.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성공담과 실패담을 나누는 자리였다. 그중에 나와 비슷한 또래의 대표가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게스트를 직접 맞이하러 나가신다고요? 저는 그냥 메시지로 도어락 비밀번호만 보내요. 몇 년째 비밀번호를 바꾼 적도 없고요. 게스트 얼굴은 본 적도 없어요. 냉장고는 항상 비워놓고, 물도 절대 제공하지 않아요. 비용이잖아요”


순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말투는 당당했고, 자신만의 효율성을 자랑하듯 이야기했다. 듣고 있는 다른 호스트 몇몇 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게 맞죠”라며 공감해 주었다. 순간 나는 혼자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내가 게스트를 위해 마중 나가고, 대화를 나누는 사소한 행위는 그들 눈에는 불필요한 노력, 심지어 시간낭비로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방식이 틀린 건 아니다. 실제로 게스트와 얼굴 한 번 마주하지 않고도 운영은 가능하다. 그러나 과연 그런 태도가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나는 그날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그 질문을 떠올렸다. ‘비용’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동시에 내가 추구하는 비즈니스는 비용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기억에 남는 경험을 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단단하게 만든다. 한 번의 친절이 평생의 추천으로 이어지고, 작은 환대가 수많은 리뷰로 확장된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하고 있는 운영 방식이었다.


나는 늘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외국인 게스트에게 ‘한국에서 처음 대화하는 사람’이 바로 나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체크아웃보다 체크인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마지막에 나가는 순간보다, 처음 들어오는 순간이 훨씬 더 강하게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게스트가 숙소에 문 열고 들어오는 순간 “와~”라는 감탄사를 보여주면 나도 큰 성취감과 보람을 느낀다.


물론 체크인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체크아웃 역시 정말 신경을 많이 쓴다. 시작이 좋았다면, 끝맺음도 중요하다. 우리는 작은 차별점을 두었는데, 게스트들에게 2~3장의 사진을 받아서 인화해서 선물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진은 디지털 기기로 남는데, 손에 잡히는 사진은 새로운 감각이 생긴다. 더 오래 기억이 남고 그 순간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게스트들에게 기억을 선물한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한국에 다시 오면 꼭 우리 숙소로 돌아와 달라”는 의미를 담아 건네면, 게스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게스트의 마지막 감동은 리뷰에 반영되고 다음 예약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가져다준다. 이처럼 우리는 호텔이 줄 수 없는 경험, 게스트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경험을 만들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정한 원칙이고, 지금도 지켜나가는 방식이다.

이전 09화불만고객과의 전쟁을 통한 멘탈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