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통한 배움
외국 게스트들의 가족 단위는 유난히 크다. 유럽이나 동남아 게스트들은 여러 세대가 함께 여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본이 6~8명 단위였다. 반면 한국인 게스트는 대부분 2~3인 가족 혹은 커플단위가 많았다. 이 차이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나는 '문화'가 조금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
한국인 가족은 독립이 빠르고, 이른 나이부터 경쟁 사회를 살아가면서 휴가를 함께 보내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 반면 외국인 게스트의 가족은 우리나라 보다 확장된 공동체 느낌이었다. 스스럼없이 부모와 친구처럼 지내는 자녀, 손주였다. 나는 함께 움직이는 그들의 여행을 보며 많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동시에 한국의 출산율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들을 위해 식탁 크기를 연장하고, 컵과 그릇, 식기류의 개수를 맞추는 등 자연스럽게 그들의 '가족 크기'에 서비스를 맞췄다. 필요하다면 아기 전용 식판까지 구비해 두었다. 웰컴키트 숫자도 마찬가지다.
"이 작은 숙소에서 여덟 명이 지낸다고?"
가장 우려되었던 점은 침대사용과 침구류였다. 하지만, 그들은 침대와 침구류를 여럿이서 나누어 쓰는 걸 전혀 불편해하지 않았다. 그리곤 리뷰에 이렇게 적었다.
"작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딱 맞는 집이었어요"
여태 나는 편안한 숙소는 면적과 시설로만 계산을 했는데 이 가족은 그 개념을 완전히 뒤바꿨다. 그들에게 편안함은 '함께 할 수 있는 거리감'이었던 것이다. 이후에 대가족 체크인이 여러 번 더 있었지만 매번 부담되면서 동시에 큰 감동이 되었다.
어느 날, 일본 여자 게스트 6명이 왔다. 한눈에 봐도 그들은 엄청나게 오랫동안 친구처럼 보였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체크인을 하는 도중 갑자기 소나기가 엄청나게 쏟아져 내렸다. 게스트들은 물론 나도 당황했다. 더 놀라운 건 그들 각자 가방에서 조그마한 미니어처를 꺼내어 기도하기 시작했다. 크리스천인 나는 '신'이라면 오직 하나뿐이라고 배워왔고, 삶의 형태도 늘 교회 안에서, 성경 안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내 숙소 거실 한가운데에서 낯선 언어로 다른 신의 이름이 불리고 있었다. 그것도 여러 신이 등장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걸 말려야 하나..?'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은 매우 진지했다. 그저 여행길에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멈추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몇 분 지나고 날씨가 개었고 체크인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과자를 건넸다.
"내일부턴 날씨가 맑을 거예요!"
문화의 다름이 틀림은 아니라는 것. 서로의 신념이 다르게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곤 속으로 일본을 위해,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한국과 외국의 '실내 문화차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신발 벗는 문화다. 우리나라는 집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한다. 그런데 이것을 세계적으로 보면 당연한 문화가 아니다. 각 공간을 사용하는 습관의 다양성이 존재한다.
어느 호스트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구를 써놓지 않아서 체크아웃 후에 바닥청소하는데 굉장히 애를 많이 먹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문 앞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라는 문구를 써서 붙여놓았다. 가끔은 아예 대문밖에서 정성스럽게 신발을 벗고 손으로 든 채 들어오는 게스트들이 있다. 때론 양말까지 벗고 맨발로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런 작은 해프닝들이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것들이 에어비앤비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한국 호텔 문 앞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진 않지 않는가.
현관에서 신발을 벗지 않고 들어온 게스트에게 정중하게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웃으며 친절하게 알려주면 오히려 그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결코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알려주면 안 된다. 그러면 바로 불만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어떤 게스트는 다른 숙소에서 지내면서 호스트에게 ‘협박’을 당했다며 굉장히 기분 나빠했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카메라로 지켜보면서 신발을 벗지 않으면 추가요금 또는 벌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문화의 다름은 낯설지만, 이해하는 순간 매력이 된다. ‘여행의 본질은 타인의 삶을 잠시 빌려보는 경험’이란 말이 떠오른다. 게스트들이 우리 집에서 신발을 벗는 순간, 그들은 단순히 방을 빌리는 손님이 아니라 한국의 일상을 살아보는 여행자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환영받는 공간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자리를 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