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받은 악성 리뷰
새벽 4시에 알람이 울렸다. 게스트의 메시지였다.
‘숙소에서 냄새가 납니다 도와주세요’
나는 곧바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문 앞에서 연락을 했는데, 갑자기 냄새가 안 난다고 돌아가라고 했다. 그래도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방향제 몇 개를 주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는 곧바로 정화조 청소 업체를 부르려 했고, 다음날 새벽 6시 예약을 했다. 어떻게든 점검을 해서 게스트의 불편함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래야 내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았다.
게스트에게 정화조 점검을 위해 새벽 6시에 업체 직원이 갈 테니 알고 있으란 메시지를 남겼다. 그런데 갑자기 노발대발 화를 내며 우리가 자고 있는 시간에 외부 사람을 들어오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오지 못하게 했다. 이런 작은 마찰이 곧바로 리뷰에 적혔다. 그날 이후 예약이 뚝 끊겼다.
안 좋은 리뷰를 처음 본 날, 나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고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게스트의 장문 리뷰는 냄새가 심하게 났다, 우리가 자고 있는 동안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웰컴키트는 유통기한이 지났다, 숙소로 가는 언덕이 심해 비추천한다 등이었다. 이 리뷰는 내가 몇 년 동안 쌓아온 신뢰를 단 한 번에 무너뜨렸다.
불만 덩어리 게스트들이 체크아웃한 뒤 나는 곧바로 청소직원과 함께 숙소로 갔다. 침구, 배수구, 냉장고, 화장실, 방향제 모두 확인했다. 냄새가 나지 않았다. 웰컴키트 유통기한을 확인했는데, 외국인들이 제조일자를 보고 착각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미 리뷰는 올라가 있었다.
이전엔 하루에 여러 건씩 오던 문의가 완전히 사라졌다. 내 숙소는 항상 청결은 5점 만점이었고, 이제 막 강등 된 슈퍼호스트에서 복귀했는데 그 리뷰 하나로 모든 게 흔들렸다. 에어비앤비 알고리즘에서도 쉰 위가 떨어졌고, 평균 예약률도 90%대에서 30%대로 확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고객센터에 곧바로 연락해 그 리뷰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업으로 운영하는 숙소에서 매출이 떨어지니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증거를 하나씩 모았다. 정화조 점검 사진, 웰컴키트 유통기한 확인 사진, 심지어 CCTV 캡처내용까지 모두 제출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거절했다.
“리뷰는 게스트의 주관적인 경험으로 간주되며, 명백한 허위 사실이 아닌 이상 삭제되지 않습니다”
나는 정말 황당했다. 제조일자를 유통기한으로 착각해 리뷰로 남긴 것이 허위사실이 아닌가? 두 번째로 다시 삭제 요청을 했다. 리뷰 삭제 요청은 총 2회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엔 더 길게 썼다.
“이건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허위 사실입니다. 냄새와 유통기한엔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 리뷰로 인해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이건 사실상 비즈니스 피해입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똑같았다. “정책상 삭제가 어렵습니다. 호스트님이 정성을 다해 게스트분들을 모시고 있는 건 알고 있습니다. 리뷰 아래 답글을 남겨주세요”
그날 밤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억울했다. 누군가의 짧은 불만한 줄이 내가 수백 번 쓸고 닦고 준비했던 모든 날을 부정했다. 웰컴키트를 준비해 놓고 욕을 먹었는데, 차라리 준비하지 말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업을 하면서 억울한 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 며칠 동안 멍하게 지냈다.
괜히 달력을 열어보고 핸드폰 알림을 확인했다. 침묵이 이렇게 무서울 줄 몰랐다. 그리고 계속 그 리뷰를 들여다봤다. ‘냄새가 난다’는 말은 정말 무서웠다. 그건 마치 숙소가 더럽고, 관리가 안 되고 불쾌하다는 의미처럼 들렸다. 한 번 그렇게 인식되면, 그 이미지는 절대 회복되지 않는다. 웰컴키트 유통기한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확인했을 때 문제는 없었다.
나는 다시 사진을 찍고 제품을 모두 새로 교체하고, 방향제를 새로 가져다 놓았다. 그래도 마음이 나아지지 않았다. 숙소 이미지의 문제였다. 예약률이 떨어졌지만, 이미 예약되어 방문하는 게스트들에게 최대한 집중했다. 그런데 ‘혹시 또 악성 리뷰가 달리면 어쩌지?’하는 불안 때문에 응대가 쉽지 않았다. 리뷰는 이제 칭찬보단 공포로 다가왔다.
호스트 모임에서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많았다. 누군가는 바퀴벌레가 나와서 전액 환불을 해주고, 별점 1점을 받았다는 말을 했고, 누군가는 억울하게 피해보상을 해준 적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받았다.
그 뒤로 나는 새로운 리뷰를 볼 때마다 감정이 무뎌졌다. 좋은 리뷰가 달라도 예전처럼 기쁘지 않았다. ‘이번엔 운이 좋았네’ 그 정도였다. 나쁜 리뷰가 달리면 그냥 체념했다. 리뷰가 보내는 신뢰의 본질이 무엇인지 경험으로 확실히 배웠다. 악성 리뷰가 나를 무너뜨렸지만, 동시에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숙박업을 여러 개 운영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리뷰는 결국 신뢰의 본질이었다. 처음엔 단순하게 평가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개인적인 의견, 잠깐의 감정 표현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운영을 하면서 깨달았다. 나라는 사람의 신뢰를 증명하는 기록이라는 것을. 에어비앤비의 규정은 자세히 나와있지만 웬만해서 리뷰를 삭제해주지 않는다. 설령 게스트가 일방적으로 안 좋은 마음을 가지고 리뷰를 작성해도 마찬가지다. 천천히 쌓아 올린 신뢰가 한 번에 무너졌지만 그래도 초심을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나니 조금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