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CEO 젠슨황
"나는 당신에게 고통을 기원합니다"
보통 대학 졸업식 축사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꿈을 크게 가지세요", "세상을 바꾸세요", "당신의 열정을 따르세요" 같은 말들 말이죠. 그런데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창업자 젠슨 황은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정반대의 이야기를 던졌습니다.
그는 금수저 스펙을 가진 엘리트 졸업생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졸업생들에게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을 기원하다니, 참으로 이상안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의 지난 삶을 들여다보면 이 말이 단순한 악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말속에는 '실패를 대하는 태도'와 '삶을 지탱하는 근육'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화려한 가죽 재킷 뒤에 숨겨진, 젠슨 황의 '처절했던 실패와 회복'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지금의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는 거인이지만, 창업 초기에는 실패투성이 회사였습니다. 1996년, 젠슨 황은 회사의 사활을 걸고 일본의 게임 회사 '세가(Sega)'와 3D 그래픽 칩 개발 계약을 맺습니다.
하지만 개발 도중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엔비디아가 고집했던 기술 방식이 틀렸다는 것, 그리고 세상의 표준(윈도우)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계약대로라면 완성을 해야 하지만, 완성해 봤자 쓸모없는 제품이 될 것이 뻔했습니다. 그렇다고 개발을 중단하면 계약금을 받지 못해 회사는 정확히 30일 뒤에 파산할 운명이었습니다.
이때 젠슨 황은 경영자로서 가장 하기 힘든 선택을 합니다. 바로 '자신의 무능을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세가의 CEO를 찾아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요구입니다. 실패했으니 돈을 달라니요. 하지만 그의 솔직함, 치부를 드러내는 용기에 세가의 CEO는 감동했습니다. 놀랍게도 세가는 계약금을 지급해 주었고, 엔비디아는 그 자금으로 기사회생하여 오늘날의 전설적인 칩 'RIVA 128'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젠슨 황은 이 사건을 회상하며 '지적 정직함(Intellectual Honesty)'을 강조합니다. 현실이 고통스러울수록 거짓으로 포장하지 않고, 적나라한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입니다.
그가 스탠포드 학생들에게 "고통을 겪길 바란다"라고 말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명문대생일수록, 성공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기대치'가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기대치가 높으면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고, 실패를 마주했을 때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위대함은 지능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위대함은 고통받은 사람들의 인격(Character)에서 나옵니다. 톡톡히 고생을 해봐야, 그 경험이 굳은살이 되어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그에게 '고통'은 피해야 할 불행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나의 부족함을 깨닫게 하고, 자존심을 내려놓게 하며, 결국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드는 유일한 재료였습니다.
우리는 늘 성공만을 꿈꾸고 실패를 부끄러워합니다. 특히 지금의 2030 세대는 SNS 속 타인의 화려한 삶과 자신을 비교하며, 작은 뒤처짐에도 큰 불안을 느끼곤 합니다. '이번 취업에 실패하면 끝이야', '이 프로젝트를 망치면 난 무능한 사람이야'라며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젠슨 황조차 "회사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안고 매일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그를 버티게 한 건 천재적인 두뇌가 아니라, 수많은 거절과 수모를 견뎌낸 '회복탄력성'이었습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가 유난히 고단했나요? 혹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좌절감을 맛보셨나요?
젠슨 황의 말을 빌려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그 고통과 수모는 당신이 못나서 겪는 형벌이 아닙니다. 훗날 당신을 더 높이 튀어 오르게 할 **'인격의 근육'**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부디,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오늘만큼은 여러분에게, 그리고 저 자신에게 젠슨 황식의 축복을 빌어주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성장에 필요한 만큼의 적당한 고통이 함께하기를."
독자들을 위한 실천질문
1. 나를 키운 고통의 시간은 언제였나요? 젠슨 황은 "고통이 인격을 만든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봤을 때,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를 가장 크게 성장시켰던 '결정적인 실패'나 '고통의 기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 혹시 '완벽해 보이기 위해' 감추고 있는 것이 있나요? 파산 직전 젠슨 황을 살린 건, 자신의 무능을 인정한 '솔직함'이었습니다. 자존심 때문에, 혹은 남들의 시선 때문에 끙끙 앓으며 숨기고 있는 나의 부족함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3. 나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내려놓는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종종 너무 높은 기준을 세우고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해"라는 무거운 갑옷을 벗고, "실패해도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라고 나 자신에게 말해준다면 오늘 하루가 어떻게 달라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