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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Nov 08. 2020

직장 내 괴롭힘의 미래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노동위원회가 판단 권한을 갖게 되었다

지난달 20일 정부가 의미 있는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는데, 그 내용이 앞으로 노무사 시장은 물론 브런치를 이용하는 수많은 직장인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은 당연하거니와 향후 직장 내 괴롭힘 등의 관련 입법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는 무수한 직장인들은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사업주에게 해야만 했다. 법이 그랬기 때문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는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사업주에게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의 가해자인 경우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가해자와 사업주의 관계가 긴밀한 경우 또한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피해 근로자의 신고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만 했다.



사진출처 KBS충북


사업주에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하면 사업주는 조사를 이행해야 하고, 직장 내 성희롱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가해자를 징계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지만, 사업주가 조사와 징계 및 처벌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해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는 점 역시 문제였다. 피해 근로자에게 명시적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즉 근로자 입장에서는 신고로 괜히 '찍히기만' 하고 사건의 해결이 전혀 되지 않아 회사 밖으로 내몰릴 수 있다. 그래서 그동안(지금도)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누군가의 생존권 문제기도 했다.


그 와중에 정부에서 이번 국무회의를 통해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접수하고도 이를 조사하지 않거나, 가해자의 가해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징계하지 않는 경우 노동위원회에 피해자가 구제 신청을 하여 사업주에게 이행명령은 물론이고 손해배상까지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정. 사진출처 중앙노동위원회.


아직 금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지난 총선 결과 탄생한 거대 여당의 출현으로 정부 개정안의 공포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뿐만 아니라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도 준사법적인 판단을 내리고 보다 실질적인 근로자의 구제를 위한 기관으로서 더욱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특히 현행법은 직장 내 성희롱의 신고도 사업주에게, 그 조사도 사업주에게 하도록 일임하고 있는데, 사업주는 법률 전문가도 아니거니와 가해 근로자와 피해 근로자의 권력관계로 인해 실질적인 구제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이 가지는 의미는 더더욱 그 깊다.


이번 개정안은 향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입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한겨레.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제6장의2)도 현행 직장 내 성희롱 관련 법과 유사한 구조를 띠고 있는데, 이 부분은 향후 직장 내 괴롭힘도 금번 개정안과 같이 노동위원회의 준사법적 판단을 받는 방향으로 입법될 여지가 있음을 암시한다. 직장 내 괴롭힘도 직장 내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사업주에게 신고하도록 되어 있고, 사업주가 이를 조사, 가해 근로자를 징계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등의 판단에 있어 조사 역량의 부재를 인식하고 공인노무사 혹은 변호사에게 그 조사를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에게는 실상 꿈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당사자들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과 유사하게 직장에서 제 발로 나가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로 남게 되는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노동위원회에서 맡게 된다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역시 노동위원회가 맡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특히 현재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지방노동관서에 적지 않은 민원과 진정이 들어오고 있는데, 노동위원회가 직장 내 성희롱과 더불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도 판단 권한을 갖게 된다면 근로자들로서는 이보다 확실한 구제 수단이 없으리라 보인다. 금번 개정안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미래'가 보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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