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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Jan 02. 2022

성장하는 사람만 후회한다

지금도 맞고 그때도 맞다

후회가 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저 후회를 왜 하는지 가늠해 볼 뿐입니다. 후회를 하는 이유.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돌아보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달라진 내가 과거를 돌이켜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후회가 많은 사람은 많이 성장한 사람입니다. 옛 모습과 같은 나라면 옛모습을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돌아본다 하더라도 후회가 생기지 않습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도 맞기’ 때문일 테죠. 많이 자라야만 과거의 내가 낯설게 됩니다.


과거가 낯설어진 내가 좋게 변한 건지, 나쁘게 변한 건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발전이 아니라 퇴보한 내 모습이 거울에 비칠까 두려울 수 있습니다. 좋고 나쁨의 기준이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두려움을 이고 삽니다. 부끄러운 자신의 과거가 타인에게 어찌 비쳤을지만 집착합니다. 후회를 하면서 더 나아지지 않고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능금이
그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지는
가을은 황홀하다.
매달리지 않고
왜 미련 없이 떠나가는가.
태양이
그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지는
황혼은 아름답다.
식지 않고
왜 바다 속으로 잠기는가.
지상에 떨어져
꺼지지 않고 잠드는
불꽃이여,
우리도 능금처럼 태양처럼
스스로 떠날 수는 없는 것인가.
가장 찬란하게 잠드는 별빛처럼
잊을 수는 없는 것인가.
버릴 수는 없는 것인가.
(오세영, 후회)


미련 없이 스스로를 던지는 능금과, 태양이 황홀한 이유는 과거의 실수를 ‘잊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닌지, ‘버릴 수는 없는’ 것이 아닌지 고뇌하는 우리 모습과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비해 나아지지 않았다면 과거를 후회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과거를 그리워할 뿐입니다. 지금보다 나았던 내 모습이 그리울 뿐입니다. 따라서 후회가 없는 사람은 이미 완벽하여 더 성장할 틈이 없는 사람이거나, 계속 추락하여 과거가 그립기만 한 사람입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그때 그 자리에서 고군분투 중인 당신이 안쓰럽지 않은지요? 한 마디 조언이라도 해주고 싶지 않은지요? 당신은 그 길을 이미 걸어왔고, 그러면서 반뼘이라도 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후회는 자라는 이의 관절 사이 아로새긴 성장의 흔적입니다.


나는  이렇게 후회가 많을까, 생각에 잠기고  생각이 도리어  성장을 가로막을 때가 많습니다. 성장하지 않는 자에게는 주어지지도 않는 귀한 선물인 후회가, 반대로  성장의 경계선에 놓인 벽돌로 변해버릴 때가 있습니다.


성장하지 않는 자에게 후회가 찾아오지 않는 사실을 되새기며, 후회할 일이 많아 그만큼 내가 자랐구나- 뿌듯해할 수 있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에는 저도 조금만 더 부지런히 브런치를 운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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