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
근로기준법 제2조는 노동법상 주체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여기에 더해서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라는 노동법상 주체까지 설명하고 있다. 얼핏 보면 근로자와 사용자만 노동법을 잘 지키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근로자가 아니어도, 사장님이 아니어도 지켜야 할 노동법은 이전부터 있었다. 근로기준법 제9조는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취업을 알선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40조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면 안 된다고 말한다. 심지어 둘 다 처벌규정까지 있다. 둘 중 하나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렇듯 노동법은 단순히 근로자와 사용자만의 영역이 아니었다. 작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역시 노동법에 근로자와 사용자만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른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다.
제26조의 2(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① 사업주는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하여 고객의 폭언, 폭행, 그 밖에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이하 "폭언등"이라 한다)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는 고객의 폭언등으로 인하여 고객응대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③ 고객응대근로자는 사업주에게 제2항에 따른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는 고객응대근로자의 요구를 이유로 해고, 그 밖에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로 하여금 근로자가 고객으로부터 '갑질'을 당했을 시 취해야 하는 행동들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된 지 일 년이 된 지금,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노동환경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감정노동네트워크'가 병원, 백화점, 콜센터, 정부기관, 가전 및 인터넷 설치업체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 2,7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여성 노동자 62%, 남성 노동자 42%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심리적 치유를 필요로 했다. 법 시행 전 여성 노동자 57%, 남성 노동자 31%가 심리적 치료를 요했던 것과 비교하면 감정노동 종사자들의 노동환경은 오히려 악화된 셈이다.
사업주가 법을 지키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노동 당국이 신고된 사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감정노동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업주로 하여금 여러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뭔가 이상하다. 감정노동 종사자에 대한 폭력은 사업주보다 고객으로부터 더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노동법은 폭행의 당사자인 손님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규정하지 않고 있다. 폭행의 당사자에 대한 규정은 없이, 폭행이 일어나고 난 뒤 사업주의 행위만 규정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근로기준법 제9조와 제40조처럼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라도 지켜야 하는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 규정을 창설해야 한다.
노동법은 사인과 사인의 관계를 규정하는 사법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법'이다. 근로자는 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뿐만이 아니라 손님과의 관계에서도 을이다. 대한민국 노동법이 그 사회법적 성격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감정노동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보다 적극적인 입법이 필요하다.
동시에 이 글을 읽는 독자들부터가 감정노동 종사자에 유무형의 갑질을 하지 않아야 한다. 아르바이트 정보 포털 '알바몬'이 아르바이트 근로자 10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누가 갑질을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고용주 50.6%, 고객 55.8%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사업주가 감정노동 근로자를 잘 보호하기 이전에, 우리부터 폭력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