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2022년이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년도에 딱 두 가지 숫자만 포함되어 있는 해인 것 알고 계세요?! 2022년에는 0과 2밖에 없으니, 2111년까지 살지 못한다면 우리 생애에 마지막입니다. 과한 의미부여지요...
하지만 인생이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새해 첫 날이라고 해서 태양이 반대쪽에서 뜨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일들이 마구 일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름의 의미를 갖는 것처럼, 사실은 무채색인 것들에 온갖 색깔들을 채워넣는 것이 우리 인간의 본성인 듯 합니다. 새해를 맞아, 제가 SNS에 올렸던 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면서 가장 아끼는 글 한 편을 그대로 옮겨적어 올리려고 합니다. 남들에게 공개했던 글 중 가장 솔직했고, 또가장 뜨거웠습니다. 어떤 퇴고도 없고, 어떤 고민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뱉어냈던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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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총명하고 열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열아홉의 나와 오늘을 보낸 나를 비교한다. 많이 게을러지고 못난 사람이 되었다.
남들보다 많이 가진 편이라고 생각했다. 중학생 때는 이틀 전부터 시험 공부를 해도 반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등수를 받았고, 재밌고 활발한 친구들과 서스럼없이 어울렸다. 반 대항 운동경기를 하면 항상 대표로 뛸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운동신경은 즐거운 학창생활을 보내는 데에 작지 않은 몫을 해주었다.
고등학교 때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던 경제 과목을 공부하면서 나 자신은 내 앞에 주어진 문제들을 똑바로 인식해 자주적으로 해결책을 찾을 능력과 의지가 충만한 사람이고, 그래서 어떤 시련이 와도 서핑보드를 타듯 그것을 즐기며 넘겨주겠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수능날 어딘가에서 가채점을 마치고 이 점수대면 서강대정도는 가겠다고 생각했다. 고려대에 붙었다. 주변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대입이라는 관문을 마쳤다는 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학 붙었어요. 엄마는 그 말을 듣고 니가 한번쯤 실패하고 좌절하기를 내심 바랬다는 말을 하셨다. 차라리 수능을 망쳐서 재수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고. 그 당시의 나는 그 말이 차가움까지는 아니지만, 따뜻하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냉정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엄마가 나로 하여금 깨닫게 하고 싶었던 가치가 무엇인가 알 것도 같다.
자신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내리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자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사람과 과소평가하는 사람. 나는 나라는 사람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다. 실천적인 행위가 동반되지 않은 채 자만이 가득했던 나는, 그러한 마음가짐을 포부 혹은 꼭 필요한 자신감으로 포장하며 자기합리화를 한 게 아닌가 돌아본다.
잘 깔린 도로나 이정표가 없어도, 수풀이 울창한 숲 속에 떨어져 그 안에서 헤맬지라도 나는 내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남들이 걷는다면 난 달려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살, 온전한 자유가 주어진 나는 나태함과 목적 상실에 빠져 방황했다.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 모든 시간이 방황이었고 내 못난 부분이 만든 나날들이었다.
학점이 별로 안좋다. 어떤 직장을 가지고 싶은지 정하지도 못했다. 딱히 한 것도 없다. 전공에 대해 심도깊은 이해를 하지도 못했다. 지식을 추구하고 나아가 자신의 미래와 자아실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기를 의미없는 행위들로 채워 왔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어렴풋이 때로는 선명히 그려보는 미래의 나에 비해서, 실제로 그날이 왔을 때의 내가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것없다면? 그 괴리감에서 오는 자기비하적인 우울함과 무력감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이전에는 적당히 현실과 타협해 눈에 밟히고 발에 치이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명이 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뭐 어쩌겠나.
2년 3년정도 썩어빠진 동태처럼 살아왔다고 치면
누가봐도 한심한 찌질이처럼 살아왔다고 치면
이미 지나간 시간 무슨 난리를 피워도 못 돌리는거라면 반면교사 삼자.
후회되는 시간이, 방황하는 날들이 있었으면 남은 것들을 더 빛나게 닦아보자.
죽어도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또렷한 눈동자를 가지고 살자. 내면의 욕망에 좀더 솔직해지면서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뜨겁게 살아 보자. 잘 되든 쪽박을 차든 나 그때는 정말 열정적으로 살았다는 회고를 훗날에 할 수 있도록 한번 살아보자.
지겨울만큼 놀았고 징그러울만큼 게을러도 봤다. 더 꽉 찬 사람이 되어보자.
절대 원하는 것 전부를 가질 순 없구나. 오른쪽을 보면서 왼쪽도 볼 수 있는 사람은 만화에만 있는 거였구나. 공부를 하고자 책상에 앉았다면 그 책상 밑의 발로 공을 차며 축구를 할 수는 없는 거구나.
대충 쓰고 보니 참 개떡같은 글이다. 엉망이지만 이런 글은 또 이래야 할 것만 같다.
내일 지울지도 몰라
부끄럽다
부끄럽고 후련하다
그리고 좀 가슴이 뛰는 것도 같다
왠지 오늘은 푹 잘 것 같다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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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2022년을 보내길 바랍니다. 저를 포함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