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남자아이 미나토에게 벌어졌던 일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독특한 점은, 영화가 미나토에게 벌어졌던 하나의 사건을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의 시점, 미나토의 담임 선생님인 호리의 시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나토 자신의 시점을 통해 각각 세 번 관객에게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관객은 먼저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의 시점에서 영화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사오리의 시점에서는 담임 선생님인 호리가 미나토를 폭행한 것처럼 보여졌고, 교장 선생님은 사오리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마음이 없는 괴물처럼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미나토의 같은 반 친구인 요리가 미나토를 괴롭히고 있는 것 처럼 보였지요. 여기에서 누군가는 '호리 선생님이 괴물인가보네..', '교장이 괴물 같애', '요리라는 애 뭔가 소름끼쳐' 등의 생각을 하며, 영화의 제목인 <괴물>이 과연 등장인물 중 누구를 뜻하는 것인지 열심히 생각해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서관객은 호리 선생님의 시점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됩니다. 알고 보니 호리 선생님은 사오리의 시점에서 보았던 것처럼 나쁜 선생님이 아니었고, 오히려 호리 선생님의 입장을 따라가다 보면 미나토가 요리를 괴롭힌 것처럼 보여진다는 것을 관객은 체험하게 됩니다. 호리 선생님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면 관객은 다시 '미나토가 나쁜 애였던 건가?' 등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요리(왼쪽)와 미나토(오른쪽)
영화는 마지막으로 미나토의 시점에서 과연 진실이 무엇이었는지를 마침내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제3장에서 비로소 <괴물>이 무엇이었는지 밝혀지는 것입니다. 마지막 미나토의 시점을 따라가면서 수많은 것들이 밝혀집니다. 호리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은 처음에 관객이 의심했던 것처럼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엄마 사오리가 의심했던 대로 요리는 미나토를 괴롭히는 나쁜 괴물이 아니었습니다. 미나토 역시 호리 선생님이 의심했던 대로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고 길고양이를 죽이는 괴물이 아니었습니다.
진실은 오직, 미나토와 요리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우정을 쌓아나가는 순간들 뿐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영화의 주제의식이 드러납니다. 가장 단편적으로는, 보는 사람에 따라 같은 사건이, 같은 현상이, 같은 사람이, 같은 물체가 얼마나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가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마치 일곱 명의 장님들이 각기 다른 코끼리의 부위를 만지고, 각자 다르게 코끼리가 어떤 녀석인지 해석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영화에서 진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서로 다른 관점의 차이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괴물을 빚어낸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서 있는 곳(상황)이, 가치관이, 환경이 달라서 빚어지는 오해가, 평범하거나 오히려 선량한 사람이나 집단을 기어코 괴물로 오해하게끔 만드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감독의 연출에 감탄했던 것은, 영화 제목을 <괴물>로 설정한 동시에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의도적으로 마치 나쁜 사람처럼 비춤으로써,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괴물 찾기 작업에 관객들을 동참시켰다는 점입니다. 관객들은 이러한 체험을 통해서 영화 속의 사오리, 호리뿐만 아니라 영화 밖의 자신들 역시 다른 사람이나 집단을 소위 '괴물화'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은연 중에 느끼게 됩니다. 누가 나쁜 놈일까 열심히 찾아가다가, 진실은 오직 요리와 미나토의 순수한 우정 뿐이었다는 점에서 뒤통수를 맞은 듯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괴물의 음산한 울음소리가 아니라 너무나 인간적인 슬픔과 사랑의 소리였다.
가장 마음을 울렸던 장면은 음악실에서 교장 선생님과 미나토가 이름을 알 수 없는 관악기를 온 힘을 담아 부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오리의 시점에서 호리 선생님의 시점으로, 그리고 다시 미나토의 시점으로 전환되는 그 사이에, 기괴하고 음산한 느낌을 주는 뱃고동 소리 비슷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마치 괴물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공포영화에서 지하실 문을 열기 직전에 나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마지막 장에서 드러나지만, 그것은 영화 내내 너무 인간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 왔던 교장 선생님과 미나토가 각자의 마음 안에 불편하게 박혀 있는 감정들을 토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불었던 관악기 소리였습니다.
괴물들의 무서운 울음소리로 들렸던 소리가, 실은 연약한 존재들이 간절히 뿜어내는 인간적인 슬픔과 사랑의 소리였던 것입니다. 결국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 속에는 우리 생각보다 적은 수의 괴물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우리 생각보다 더 큰 사랑과 따스함, 또 인간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