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인 것(돈)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이 전자의 완승으로 끝난 이후 태어난 사람이라면, 또한 '경쟁'이라는 관념이 지구상의 모든 나라 중 가장 뚜렷하게 구현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더더욱 물질적인 것을 신경쓰게 된다.
그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진짜 문제는,
"돈보다 중요한 게 있을 수 있어" 라는 가치관에 대해
"그건 니가 돈이 부족해서 그래"
"그건 가난한 사람들이 합리화하는 소리야"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말이야"
라는 식의 대응이다.
자신이 어떤 신념을 갖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의 신념을 너무나 쉽게 조롱하고 냉소하는 자들은 진정한 의미로 사회를 좀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종 사회 운동가들에 대한 조롱 - 자기 딴에는 일침 - 도 이와 상통한다.
신념에 대한 조롱, 냉소, 일갈들의 바탕에는 결국 무지가 담겨 있다. 잘 모른다.
"그건 돈이 부족해서 그래", "채식주의자들은 다 그저 위선자야", "환경운동 거 쓸데없어"
식의 말을 거리낌없이 내뱉는 사람들에게서 물질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지식이나 고찰, 각종 사회운동과 사회현상에 대한 고민, 혹은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 같은 것들을 결코 본 일이 없다. 똑똑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은 일이 없다. 참고로 난 돈 좋아한다. 채식주의자도 아니다.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남의 가치관과 신념을 조롱의 형태로 쉽게 폄하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딸려 오는 허황된 지적/도덕적 만족감에 취해 건강한 신념의 형성과 교류를 방해해,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인간이다 - 라는 불쾌한 감정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