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은 하나의 작은 우주라고 합니다. 오늘 하루 지나왔던 모든 공간에서 마주쳤던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우주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도 응애- 하고 태어났던 순간이 있고, 용기내서 건넸던 말과 우물쭈물하느라 건네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태우던 담배를 끊기 위해, 멋진 차를 위해, 집 한 채를 위해, 사랑을 위해, 길이 남는 역작(力作)을 위해, 내일 하루를 위해, 맛있는 점심을 위해, 좋아하는 영화를 위해, 음악을 위해, 가족을 위해, 자기 자신을 위해 걷는 길이 있습니다.
가장 불행해 보이는 사람도 소리를 지를 만큼 행복한 순간이 있고,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끔찍하게 불행한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간단한 것을 복잡하게 해석하고, 누군가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보려고 애씁니다. 인생, 사랑, 우정, 돈벌이, 성공, 삶, 죽음, 진리, 인간에 관한 수십만 권의 책과 이론이 도처에 꽂혀 있습니다. 사랑과 증오, 권태와 열정, 이성과 정념, 갈등과 결단들은 풍선껌처럼 부풀었다가 터지고, 다시 씹혀서 부풀었다가 터지고, 버려지거나 삼켜집니다.
소통과 교감을 위해 고안된 몇천 개의 언어 안에 또 다시 몇천 개의 동사와 형용사가 있습니다. 아주 높은 고층 빌딩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앞인지 뒤인지도 분간이 되지 않는 길을 오직 나 혼자서 뚜벅 뚜벅 걸어갑니다. 그러는 와중에 옆에 비슷하게 걸어가는 사람이 있어서, 아주 잠시나마 그것도 아주 희미하게라도 연결되고 싶은 마음에 말을 건네고, 손을 잡고, 함께 울고 웃습니다.
에로스(Eros)는 풍요와 방도의 신인 포로스와, 궁핍과 결핍의 여신 페니아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항상 무언가 결핍된 상태로 존재하는 동시에 그것을 해결할 방도 또한 어딘가에 가지고 있습니다. 채울 수 없는 결핍과, 그것을 해결하려는 욕구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 것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못하는 짐승보다는 똑똑하면서, 속 시원하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보다는 덜 똑똑한 애매모호한 존재가 인간이라고 합니다.
무언가를 쫓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깨달았지만, 무엇을 쫓아가야 하는지 또 어디로 쫓아가야 하는지는 결코 알 수 없는 서글픈 아이러니가 모든 우주(인간) 안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눈 앞에 귀여운 종달새가 보이니 열심히 쫓아가기는 하지만, 종달새는 아른아른 잡힐 듯 말 듯 날아갈 뿐 결코 우리가 잡을 수 없습니다. 신이 우리를 놀리기 위해서, "살다가 가끔씩 아주 뜬금없이 이런 잡 생각에 잠기거라" 하고 무언가를 심어 놓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