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ing Credit
영화가 끝나고 난 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영화를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영화를 좋아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본 영화가 생길 때,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
어린 시절부터 즐겨보던 <출발 비디오 여행> 속 엠씨처럼
그 영화가 어떤 점이 좋았는 지를 멋들어지게 소개할 수 있는 재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말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내겐 영화평론가들처럼 유려한 말을 덧붙일 만한 재능도 없거니와,
내가 느낀 감정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일 역시 서툴렀다.
그리고 머지 않아 알게 됐다.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그것은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할 말을 고르는 사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영화가 끝난 후, 새로운 영화가 시작되는 사이
내겐 몇몇 영화들이 남았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잘 잊히지 않는,
다시 보는 일이 두려울 정도로 아픈 기억을 안겼던,
강렬한 장면과 대사로 박제된, 몇 편의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그래도 삶은 계속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난 후(Anding-credit)'은 이런 이야기다.
좋아했던 영화에 대한,
그래서 이별하기 더더욱 어려웠던 영화 속 인물과,
그들이 처했던 상황을
내가 그였다면, 그녀였다면, 혹은 그들을 알고 있는 제3자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상상하며 써본 짧은 기록이다.
가장 정확한 건,
내가 봤던 영화에 대한 -내가 할 수 있는 한의 성의를 담은- 짧은 감상평이라는 점이다.
명확한 해답보단 미완의 방식으로
좋아했던 영화를 향한 내 애정 어린 시선을 전하고자 했다.
영화 리뷰보다는,
한 편의 소설 같기도 할 이 글은,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을지라도,
좋아했던 대상에게 (늦지 않은 시점에) 닿았으면 하는 내 진실된 마음이다.
이 글 안에서 영화를 좋아하는 우리가,
좋아하는 대상을 위해 온 우주를 무릅썼던 우리가,
단 한순간이라도 마주하고 소통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가 사랑했던 한 편의 영화가
삶이라는 큰 테두리 안,
우리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어딘가의) 영화관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상연되고 있다면 좋겠다.
* 인트로 글의 모티브를 제공한 노래는 '엄정화'의 '엔딩 크레딧'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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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순간
운명이라고만 딱 느꼈어
한편의 영화 주인공 같던
난 이젠 없어
아름다웠던 순간
눈이 부시던 조명들
영원할 것 같던 스토리
수 많았던 ng 속 행복했던 시간
너와 나의 영화는 끝났고
관객은 하나 둘 퇴장하고
너와 나의 크레딧만 남아서
위로 저 위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텅 빈 객석에 나 혼자서
또 다른 예고편이 있지 않을까
앉아있어
화려했었던 추억
우릴 비추던 조명들
영원할 것 같던 스토리
수많았던 ng 속 행복했던 시간
너와 나의 영화는 끝났고
관객은 하나 둘 퇴장하고
너와 나의 크레딧만 남아서
위로 저 위로
close up and dissolve
어두운 조명
마지막 대사
나누며 fade out
너와 나의 영화는 끝났고
관객은 하나 둘 퇴장하고
너와 나의 크레딧만 남아서
새까만 프레임을 가득 채워
또 다른 영화는 시작됐고
관객은 하나 둘 입장하고
너와 나의 추억만 남아서
위로 날 위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