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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답지 않게 왜 이래?

나 다운게 뭔데?

by Ander숙

나다운 것은 어떤 것일까. 난 내가 제일 예뻐 보일 때라고 생각한다. 내가 제일 예쁘고 마음에 드는 나 자신일 때. 난 배울 때의 내가 제일 좋다.


난 눈이 반짝이는 학생이다. 정말 학생일 때도 가장 빛나는 눈으로 선생님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학생이었다. 어떤 수업에서는 선생님이 정말 나만 보며 수업할 때도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들 누렇게 익은 벼처럼 머리를 떨구고 졸고 있을 때 나만 홀로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이며, 때로는 아~ 하는 작은 탄성을 내며 수업을 들었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해되지 않아 하면 다시금 설명해주시기도 했다. 배움에 열중하는 그 모습이 내 눈에도 참 예뻤다.


난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어떤 수업에서건 열린 마음으로 듣고 하나라도 담아가려고 한다. 아무리 재미없고 내용 없는 수업이라도 뭐든 한 개는 건질 수가 있다. 어떤 때는 '이렇게 수업하면 정말 재미없구나'하는 걸 얻어갈 때도 있다. 최근에도 친구와 함께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수업을 의무적으로 듣고 있는데 그 속에서도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정보를 얻게 된다. 때로는 흘려들었던 어떤 것들이 갑자기 내 삶과 연관될 때도 있다. 그렇기에 배움과 삶이 재미있는 것 같다.


부족함을 알게 되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오만한 나를 겸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학습지 선생님을 만났을 때 또 한 번 그런 것을 느꼈다. 학습지 등록을 한 이유는 잠깐 동안 아이로부터 해방되길 바라는 마음 정도였지, 대단한 배움이나 선행학습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 아이를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엄마인 나라고 생각했고, 나보다 배움이 길지 않았을 것이라 얕잡아보며 선생님들께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나의 그런 오만과 편견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그들이 수많은 영유아 아이들과 부대낀 시간만큼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꿰뚫어 보는 지혜와 연륜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편협한 생각에 부끄러웠고 선생님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나의 부족함을 스스로 깨달을 때 내가 예쁘고, 그 부분을 채우려 노력할 때 내가 빛난다.



三人之行 必有我師(삼인지행 필유하사)

세 사람이 길을 걸으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내가 늘 마음에 담고 사는 문장이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 '나도 저렇게 해야지'하고 배우고,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하고 배우게 된다. 그리고 나보다 나은 사람으로 생각했던 이에게도 부족한 부분이 있고, 나보다 못하다 생각했던 이도 뛰어날 때가 있다. 그러니 사람이 있는 곳에는 필연적으로 배움이 따르는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배울 때도 좋지만, 스스로 배울 때도 좋다. 궁금한 것에 대해 꼬리의 꼬리를 물고 검색하고, 정말일까 의심해 보고, 책을 읽고, 정보가 있을만한 곳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때로는 정적이고 때로는 역동적이다. 배움의 형태가 이렇듯 다양해서 나는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다. 그렇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배우고 나를 채워 나갈 때 내가 가장 나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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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하늬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진실이길 바란다. 그렇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나답게 살 수 있으리라. 쪼글쪼글 할머니가 되어서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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