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 줘

feat. 웰다잉

by 수키

멕시코에서는 사람이 세 번의 죽는다는 말이 있다. 첫 번째는 숨이 멎었을 때, 두 번째는 몸이 땅 속에 묻혀 보이지 않을 때, 그리고 마지막은 세상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을 때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는 바로 이 마지막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코코는 멕시코 전통 명절인 '죽은 자의 날(Dia de los Muetos)'에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 미구엘이 우연히 죽은 자들의 세계로 들어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열정과 활기가 넘치는 멕시코의 주요 명소, 뛰어난 상상력과 화려한 색감으로 그려진 사후세계가 우리의 시각을 단 번에 사로잡는다면, 영화 내내 다양한 버전으로 흘러나오는 OST 'Remeber me(기억해 줘)'는 조용히 우리의 귀를, 마음을 열게 한다.


영화 속 헥토르는 자신이 코코의 기억 속에서 잊히길 두려워한다. 자신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인 코코의 기억 속에 자신이 사라지면 영원히 소멸해 버리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이 더 이상 불리지 않고, 자신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에게서도 자신이 사라질 때 찾아올 마지막 죽음은 이미 경험한 육신의 죽음보다도 더 고통스러워 보인다. 이렇듯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영화의 메시지는 '기억해 줘'이다. 사라지고 싶지 않은 죽은 자들이 외침이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나오는 노래 'Remember me'의 가사를 곱씹어 보면, 그 속에는 다른 의미가 숨어있다.


Remember me, though I have to say goodbye
Remember me, don't let it make you cry
For even if' I'm far away, I hold you in my heart
I sing a secret song to you each night we are apart


내가 곁에 없더라도 너무 오래 슬퍼하지 말기를, 떨어져 있더라도 마음속엔 당신을 담아 두었다고 이야기한다.


Remember me, though I have to travel far
Remember me, each time you hear a sad guitar
Know that I'm with you the only way that I can be
Until you're in my arms again, remember me


떠난이가 그리워 슬픈 어느 날, 기타 소리를 들으며 그 마음을 달랠 수 있기를 그렇게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노랫말에 담겨있다.


즉, '기억해 줘'은 끝까지 나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남겨진 이들이 '기억'의 힘으로 이별 후에도 삶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건네는 마지막 인사에 가깝다. 기억을 품고 다시 살아가라는 응원인 셈이다. 이 지점에서 '기억'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형태를 바꾸어 이어가는 방식이 된다. 이것은 애도심리학의 계속되는 유대(contiuning bonds) 이론과 일맥상통한다.


이멜다는 떠나버린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상처 때문에 음악 전체를 금기시하는 가족의 규칙을 만든다. 이렇게 상실의 고통에 대해 '회피'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덜 아플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삶의 기쁨과 의미를 함께 잘라내는 결과는 낳게 된다. 영화 후반부에 진실이 드러나고 음악을 다시 가족 안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상처와 기쁨이 통합되며 치유가 일어나게 된다.


우리가 겪게 되는 죽음 앞에서 '기억'은 어떤 의미일까. 먼저, 죽음을 겪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자신의 죽음과 타인의 죽음이다. 자신의 죽음 앞에서 '정말로 기억되고 싶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알 수 없다. 죽은 이는 말이 없으니.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남겨진 사람의 마음뿐이다. 정말로 기억하고 싶다. '숙아-'하고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 깍지 낀 손의 크기와 감촉, 웃을 때 선명해지던 얼굴의 주름. 그 모든 것들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희미해지고 흩어질 것 같아 두렵다.



형태가 없는 기억은 사라지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록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좋다. 일상과 생각을 담은 글, 순간의 표정을 포착하는 표정, 함께 만든 음식, 같이 들었던 노래.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사소할수록 좋다. 삶은 사소한 하루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니깐.


그리고 틈틈이 기억하며 고통을 해소해야 한다. 죽은 자의 날에 올리는 제단을 꾸미 듯, 사진이나 물건을 모든 기억상자를 만들거나 고인이 좋아하던 일을 직접 실천해 보는 것도 좋다. 기억이 마음속에서만 머무르면 침잠하기 쉽지만, 꺼내어 행동으로 옮기고 형태로 남기면 안정감을 느낀다. 또한 떠난 이와 일체화되는 경험을 통해 마치 함께 있는 것과 같은, 정말 내 안에 있는 것 같은 통합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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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들이 '외할머니 보고 싶어. 외할머니는 하늘에서 우리를 보고 계시겠지?'하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그럼~ 할머니는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계시지'라고 대답한다. 기억과 추억으로 마음속에 여전히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엄마. 한 조각의 기억이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이 되어 나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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