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삶-늦깎이 대학생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을 맞고 홀가분했다. 한주 사이,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전에 없던 약속들이 이어졌고, 오랜만에 사람들과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열흘쯤 지났을까. 갑자기 며칠간 기분이 가라앉았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특별히 우울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의욕이 떨어지고 마음이 무기력해졌다.
도파민 부족 현상
이 감정의 정체는, 목표가 끝난 뒤 찾아오는 일시적인 감정 저하 상태, 다시 말해 도파민 부족에서 비롯된 현상이었다.
그 와중에 책의 글귀를 발견하고 무릎을 탁 쳤다.
왜 인간은 만족하지 못할까?
바로 도파민 때문이다. 우리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루는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쾌락을 같이 얻는다. 결과를 내면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도파민을 더 얻어야만 해! 새 목표를 만들어!’라고 채찍질한다. 만약 새로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뇌는 채찍을 휘두른다. ‘불안’, ‘우울’, ‘초조’라는 감정을 인간에게 선사한다.
<역행자 583p>
이 글귀를 읽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도파민형 인간인 나.
뇌가 도파민을 충분히 얻지 못하자 그에 따른 우울감이 밀려온 것이리라. 다시 어떻게 다시 도파민을 분비를 도울 수 있나…’ 고민이 시작되었다.
해외 주재원
인구 대국인 이 대륙 한가운데에 있지만, 외국인인 내가 속한 사회는 놀랄 만큼 좁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 덕분에 생활 여건은 좋지만, 그만큼 자율은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 내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인 해변 앞에 살아 매일 바다를 실컷 바라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지만, 연태가 작은 도시인 만큼 문화적 혜택은 제한적이다. 무언가를 창조해내고 싶은 마음은 근질근질하지만, 지금의 나는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어쩌면 그래서 더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보다는 '아이들'과 '가족'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이 시기의 의미를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집중의 대상을 정하다
연태 생활 첫 반년은 생존을 위한 적응기였다. 분주한 일상과 목표가 있었기에 스트레스와 성취 속에서 오히려 활력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기의 행복은 어쩌면 그런 긴장과 몰입 속에서 분비된 '도파민'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신날 줄 알았던 방학은 의외로 공허했다. 그 안에서 우울함을 밀어내려면 새로운 목표와 집중할 대상이 필요하다는 걸 며칠 동안 고민하며 깨달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책을 읽자.
처음엔 종이책을 어떻게 구할지부터 막막했다. 한국 서점은 멀고, 이곳에서 한국 책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전자책을 왜 후순위로 밀어뒀지?' 원하는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나오진 않지만, 손끝 하나로 수천 권의 책에 닿을 수 있다는 것. 지금 이곳에서 21세기 문명의 이기를 누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