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카오 Sep 21. 2020

‘사람뿐만 아니라
그 무엇과도 이어질 수 없을까?’

카카오 광고 비즈니스의 모태, 플러스친구

2011년 5월, 이렇다 할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이 세상에 없던 시절이었다. 게임이나 유료 앱을 제외하면 작은 배너를 서비스에 붙이는 것만이 당시 모바일 앱의 거의 유일한 수익 모델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모바일 메신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천만 이용자 수를 넘기며 새 지평을 열어가던 카카오에게도 안팎의 걱정 어린 시선이 쏠렸다.


‘앞으로 서버 비용은 감당할 수 있어요?’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지 않으면 회사를 계속 운영하기 힘들 텐데요?’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서 이용자와 광고주 모두에게 의미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을까요?’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을 위해 카카오에서는 주기적으로 라운드 테이블이 열렸다. 

‘전화번호 기반의 지인 간 커뮤니케이션을 비 지인, 혹은 브랜드와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확장시켜보자’는 안건으로 회의를 진행한 5월 6일, CEO 제이비(JB)가 Agit(카카오의 업무 툴)에 글을 썼다. 


전략기획실내 ‘가상친구’ TF를 만들었습니다. 가상친구의 콘셉트 확정 및 Mock-up까지 진행할 TF이고, Mock-up 이후에 어떻게 진행할지는 다시 논의해서 정하겠습니다”.

TF 출범 공지글 게시 직후 제이비가 남긴 고민의 흔적


#좋아하는 브랜드와 이어질 수 있도록

TF 구성원들은 전에 없던 이용자 가치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채팅창 속에서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나 유명인과 친구를 맺고, 가치 있는 정보를 받게끔 해준다는 방향성이 골자였다. 사람뿐만 아니라 그 무엇과도 이어질 수 있고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카카오톡만이 할 수 있는 시도였다. 이런 비전에 공감해 인터넷 업계 경력자들도 카카오에 합류했다. 


프로젝트에 관한 반대 의견도 카카오 내부에 존재했다. ‘누가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친구로 추가 해? 사람들은 대체로 광고에 거부감이 있잖아. 메시지를 받으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와 같은 우려 때문이었다.  

베론은 잠재 광고주들과 카카오 내부의 반대 의견 사이에서 가이드라인을 잡았다.  


1) 친구 추가는 자발적이어야 한다 2) 누구나 아는 브랜드들과 함께 시작해야 한다 3) 메시지에 혜택이 담겨야 한다 4) 메시지의 형태나 횟수, 발송 시간대, 템플릿 등을 정교하게 준비해 거부감을 최소화한다 5) 10개 브랜드와 함께 3개월간 운영해본 뒤 성과를 증명할 수 없으면 사업을 접는다



브랜드 선호도를 기반으로 맺어진 친구와는 상호작용 한다는 강점이 있고, 기존의 온라인 광고보다 ‘콘텐츠’에 가까워 감성적일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양질의 파트너들과 함께 이런 방향성을 잘 구현하는 게 관건이었다. 


TF가 구성된 지 2주가 지나지 않아 초도 기획서가 나왔다. 명확한 혜택을 많은 이용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전국망 식음료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파트너를 물색하고, 핵심 이용자인 2030 여성들이 선호하는 코스메틱 브랜드들도 만나보기로 했다. 친구 초청 방식과 응모 이벤트 구현 방법, 파트너사별로 상이할 수 있는 다양한 요구사항들도 정리됐다. 


베론(baron)이 잠재 광고주 피드백을 종합해 작성한 포지셔닝 맵. 2011년 6월.


#온탕과 냉탕, 확신과 자부심

TF 구성 4주 차. 크루들은 준비 중인 기획안을 들고 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마케팅 책임자를 만났다. 가상 친구만을 대상으로 한정 쿠폰을 제공한다거나, 오랜 기간 친구 사이를 유지한 이용자들을 위해 프리미엄 멤버십을 제공하는 아이디어가 오갔다. 지난 10년 간 각고의 노력으로 모집한 온라인 회원이 350만 명인데, 카카오톡과 함께라면 단시간 내에 비슷한 수의 신규 회원을 모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호응만이 이어진 건 아니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이어 이틀 뒤 커피 프랜차이즈와 진행한 미팅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고객 경험이 중요해서모바일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한  고객 활동 필요성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왔다.  


아지트에 남긴 미팅 결과 리포트에 댓글이 이어졌다. “나중에 분명 먼저 찾아올 겁니다”, “세상은 넓고 우릴 애타게 기다리는 고객은 많습니다파이팅”. 된다는 확신과 자부심이 가득한 반응들이었다. 공감대가 형성되고 크루들의 의지가 더해져 준비 작업은 속도를 더해갔다. 


베론은 잠재 광고주들과 미팅을 이어가며 내부로 피드백을 전했다. 테드와 기획자들,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은 광고주와 이용자들이 경험할 환경을 업데이트하며 시뮬레이션을 이어갔다.


#'플러스친구' 이름표를 얻다

그 사이, ‘가상친구’였던 프로젝트명은 경영회의를 거쳐 ‘브랜드 친구’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유명인이나 지역 상인, 콘텐츠 제공 업자, NGO 등을 포괄하기엔 지엽적인 이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비즈니스 친구, 증강 친구, 푸시 친구 등 다양한 이름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카카오의 첫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만큼 전 사원 투표가 진행됐다.  


2011년 7월, 뮤(myu)가 수줍게 적은 플러스친구라는 이름이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최종 명칭으로 결정됐다. 다양한 정보와 혜택, 콘텐츠를 통해 ‘플러스’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캐치프레이즈는 “또 다른 친구를 만나다, 플러스 친구”로 정해졌다.

플러스친구 출시 당시 Brand Identity 운영 가이드


프로젝트 개시 3개월 만에 열 곳의 초기 파트너 리스트도 확정됐다. 유통 기업, 외식 업체, 리조트, 소셜커머스 등 쟁쟁한 브랜드들이 여느 매체에 제공했던 것보다 풍성한 이용자 혜택을 준비해 동참하기로 했다. 


#'모두에게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일까?'

빠른 속도로 자신만만하게 준비해 온 플러스친구였지만, 출시를 한 달 앞두고는 ‘롱테일 고객’(주: 대기업이 아닌 자영업자 등 소액 광고주를 지칭)에게도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일까?’라는 질문을 맞닥뜨렸다. 골목상권에서 카카오톡 개인 계정을 사용해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자생적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친구로 추가하면 할인 혹은 무료 쿠폰을 주는 단순한 구조였지만, 기업 고객 이후 롱테일 고객까지 확장할 계획을 하고 있던 카카오에겐 고민을 안겨주는 현상이었다. 광고형 플러스친구 파트너로 등록하지 않고 개인 계정만으로 마케팅 활동이 가능하다면, 정식 파트너가 되는 광고주는 비용을 지출할 이유를 찾지 못할 텐데요?”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 반대의 현상도 관측됐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자사 홈페이지 내 버튼 클릭 후 인증 과정을 거쳐 카톡 친구로 추가할 수 있는 API와 관리자 툴 등을 패키지 상품화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것. 요청한 담당자는 “병원만을 대상으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해도 큰 매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토론 끝에 “니즈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결론이 났다. 비즈니스 목적의 소통을 개인 계정으로 한다면 친구 수 100명만 넘어가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어서였다. 1대 다 메시지 발신 기능과 다양한 메시지 템플릿, 동영상과 오디오 파일 전송 기능, 메시지 별 통계치 제공 및 타기팅 기능 등 어떤 모바일 플랫폼도 광고주에 보여준 적 없는 기능들이 탑재됐다. 


#카카오 파트너 비즈니스 그룹의 모태가 되다

TF가 결성된 지 5개월이 후, 플러스친구가 세상에 나왔다. 그동안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2천만 명을 넘어 3천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2011년 10월 12일 카카오 블로거데이를 통해 제이비가 플러스친구를 소개하고 있다


테드는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트너와 함께 역삼동 매장을 방문했다. 플러스친구 론칭 하루 만에 햄버거 브랜드 트위터 계정의 팔로어 수보다 더 많은 친구가 모인 걸 확인한 후였다. 많은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쿠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갓 태어난 서비스가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1개 브랜드당 1백만 명의 친구를 모집한다는 kpi는 출시 5일 만에 달성됐다. 콘텐츠 구독 모델을 염두에 둔 잡지 파트너도, 신작을 홍보하기 위해 들어온 게임업체들도 폭발적인 효과에 깜짝 놀랐다.


존재하지 않던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었기에, 출시 전 소개에 소개를 받아 만나던 광고주들은 이내 물량을 들고 줄을 섰다. 3개월 베타 테스트 기간이 무색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단단하게 자리매김할 거라 예상됐던 플러스친구지만, 이내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기업 파트너들의 요구가 다양해졌고, 모든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기엔 카카오는 인력이 부족한 작은 회사였다. 영글지 않은 사업 모델이었지만,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일부 크루들은 게임하기 등 새로운 플랫폼 준비를 위해 이동했다. 론칭은 성공적이었지만 내부의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을 거듭했고 성장은 더뎠다. 시간이 흘러 당시 담아내지 못했던 파트너들의 요구와 구현하지 못했던 솔루션들은 여러 형태로 태어났다



플러스친구는 업그레이드돼 톡채널이 됐고, 메시징 솔루션은 알림톡과 스마트메시지로 진화했다. 채팅 상담 솔루션은 챗봇으로 완성됐고, 카톡을 통한 원스톱 회원가입에 대한 고민은 카카오 싱크의 탄생을 이끌었다. 카카오의 통합 마케팅 툴인 ‘카카오모먼트’나, 수백 명 규모의 조직이 된 파트너비즈니스그룹의 기원도 플러스친구에서 찾을 수 있다.

검색하고 찾아 들어가서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 기본값이었던 시절, 구독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카카오도, 광고주도, 모두가 처음이라 미숙했죠. 필요한 고민을 계속해왔기에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다양한 마케팅 솔루션들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_ 테드 


모바일 메신저들 중에서 세계 최초로 시도한 비즈니스 모델인 플러스친구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카카오의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_ 베론
매거진의 이전글 커머스라기보다 커뮤니케이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