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6월을 보내는 자세

매일 짧은 글쓰기 - '6월'에 관한 이야기

by maybe



누구에게나 유난히 힘들다 생각하며 보내는 달이 있는 걸까. 어느 누군가에게는 전쟁의 역사가 끼어있는 6월은 유난히 힘든 달일 것이다. 6월을 시작하며 지난 6월들은 어땠는지 오래된 일기를 열어본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지난해 6월은 전쟁 같았다. 물론 전쟁의 참혹함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경험은 개인적인 것이니까. 사기를 크게 당하면서 인생의 큰 사건을 경험한 시기였다. 초반에는 그게 사기인 줄 모르고 헛된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고, 몇 주 지나고 나서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찰에 신고하며 알아보니 나의 모든 돈은 이미 해외로 빠져나갔고, 코로나 이후 최근 크게 유행하고 있는 사기 수법이라고 했다. 절망에 닿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왜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자살을 결심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 또한 그 후로 꽤 오랫동안 절망 속에 휩싸여 살았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면서 집을 팔아 이사를 했고, 어렵게 이직을 결정했다. 그러다 보니 매년 돌아오는 6월이지만, 이번에는 마음가짐이 사뭇 다르다. 그로부터 1년. 다시 돌아온 6월은 지난 6월을 흘려보내기 위해 노력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두 가지를 결정했다. 매일 한 꼭지의 글을 쓰며 일상을 정리하는 일. 지난 일에 연연하며 감정에 휘둘려 절망에 빠지지 않으려 하는 나의 작은 노력이다. 그리고 다음 달에 긴 여행을 가기 위해 일정을 잡으며 항공권을 질렀다. 남은 연차를 탈탈 털어 11일의 휴가를 쓰고, 주말을 모두 포함하여 총 17일의 여정이다. 그로 인해 연차휴가와 통장 잔고의 숫자는 사라졌지만 괜찮다. 즐거운 기다림을 만끽하며 30일을 보내려 한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