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좀 다녀올게
14시, 다이빙 샵의 사장님이자, 나의 첫 강사님 '안녕'을 만났다. 마스터 교육 중이었는데, 이미 다른 강사님의 인스타에서 봤던 분이었다. 유쾌하고 호탕하고 아는 것도 많고 나의 모든 다이빙 일정의 대부분을 함께 해준 '승' 마스터님. 옆 테이블에 앉아 교육하는 것도 듣고, 사진도 찍고, 다이빙 샵 풍경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4년 전 7월이 마지막이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 그다음 주에 롬복에서 지진이 있었다. 예쁜 그림으로 채워지던 벽과 다이빙 포인트 지도가 사라졌다. 지진으로 벽에 금이 생겨 그 틈을 메꾸고 흰색으로 다시 덧칠이 되어있었다. 그때 두고 왔던 나의 여행 메이트 '꼬부기' 인형도 함께 사라졌다.
15시 30분, 다이빙 나갔던 이들이 돌아오고, 오늘의 다이빙 일정은 끝났다. 새로 온 강사님과 잠깐 인사도 했고, 반가운 현지인 스텝들과 강사님과도 회포를 풀기도 했다. 타로카드를 가져왔다고 하니 다들 반겼다.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반응일 줄은 몰랐다. 시간당 5만 원 받지만, 그 금액의 10%만 받고 간단하게 봐준다고 하니 다들 신났다. 내 앞에는 6명의 고객(?)이 앉았고, 몇 번의 셔플을 반복적으로 했다. 테이블에 50,000루피아가 쌓이고, 다음 사람이 금액을 거슬러 가기도 했다. 두어 시간이 흐른 후 테이블에는 100,000루피아 3장이 놓여있었다. 다음에 올 때는 여행용 카드 말고 실제로 사용하는 카드와 해양생물 오라클 카드도 들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100,000루피아 = 대략 한화 8,000원 정도)
18시 15분, 즐거운 타로카드 시간은 끝났고, 내일부터 시작될 다이빙을 위해 리마인드 교육 시간. 얼마나 기억을 하는지 복습하는 질문지를 앞에 두고 풀어본다. 5년 전에 배웠던 압력에 관한 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비상 상황에서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문제를 풀었다.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칭찬을 받았다. 괜히 으쓱해져서 나의 강사님 '안녕'에게 자랑을 한다. 그도 웃으며 5년 전 테스트 점수도 좋았다고 맞장구를 친다.
19시, 다이빙을 다녀온 현지인 '조한' 강사가 한국말로 말했다. "조한 배고파." 우리가 테스트를 하고, 수다를 떨고 있었던 그 시간에 그는 샵 카페에서 닭을 튀기고 있었다. 밖에서 사 온 것들과 함께 다 같이 먹는데, 웬만한 와룽(현지인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더 훌륭했다. 길리에서의 첫 식사, 아주 성공적.
20시 35분, 맛있는 저녁을 얻어먹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미 깜깜해진 섬은 메인 스트릿을 벗어나면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다. 가로등도 몇 없는 깜깜한 골목을 차분히 걷는다. 이 섬에서의 어둠은 무섭지 않다. 도시에서의 두려움과는 확연히 다르다.
22시 20분, 내일 다이빙 나갈 준비를 해두고, 샤워를 하고, 젖은 옷을 밖에 걸어두고, 일기를 쓴다. 눈이 감긴다. 오늘도, 안녕.